죽은 파리 장례식 거행한 베르길리우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데일리 Talk]-논란의 국토보유세

오주한 정치전문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1-26 00:02:15

동서를 막론하고 문명이 세워진 이래 세금은 인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어왔다. 치자들은 갖가지 기기묘묘한 세금을 신설해 어떻게든 국민 주머니를 노렸으며 그 때마다 국민들은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세금을 줄이고자 노력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심지어 ‘창문세’라는 게 등장해 사람들을 경악케 하기도 했다. 1303년 프랑스왕국의 필리프 4세는 왕권 강화 차원에서 창문세를 등장시켰다가 반발 앞에 곧바로 폐지했다. 그러나 유럽 각국은 창문세를 ‘정당한 명분으로’ 걷기 위한 연구를 거듭했으며 급기야 1696년 영국에서 창문세는 조세항목 중 하나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창문세는 각 주택의 유리창 숫자에 따라 세금을 물리는 제도였다. 초기에는 모든 주택이 기본적으로 2실링씩 납부하도록 했으며 창문이 10~20개인 집은 4실링을 추가했다. 또 21개 이상 주택은 8실링이 부과됐다. 근세에 들어서는 기준이 다소 완화돼 1766~1825년까지는 창문 6개까지는 면세하고 7개부터 차등적으로 세금을 매겼다.

창문이 많으면 많을수록 세금폭탄을 맞는 셈이라 사람들을 창문을 합판으로 가리거나 심지어 창문 숫자를 줄이는 꼼수를 썼다. 이는 국민 일조권을 상당부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결과적으로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생산력 저하를 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창문을 막고 살다 보니 통풍이 안 되고 습도가 높아져 병균이 창궐해 전염병도 수시로 돌아 적잖은 인명을 앗아갔다.

영국에서는 창문세뿐만 아니라 난로를 갖고 세금을 매기는 ‘난로세’도 시행됐다. 1662년 찰스 2세는 군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난로 1개당 2실링의 세금을 물렸는데 각 가구별 소득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데다 징수를 위해 징수원이 주택마다 무단침입토록 해 큰 반발을 불러왔다.

무리한 조세에 따른 꼼수의 출현은 비단 중세·근대의 일만은 아니다. 기원전 1세기 로마를 대표하던 최고의 라틴어 문학가이자 시인이었던 푸블리우스 베르길리우스 마로는 어느 날 방바닥에 파리가 죽은 걸 목격하고 그 파리를 위해 성대한 ‘장례’를 치러주는 기행을 저질렀다.

베르길리우스의 명성이 워낙 유명했던 터라 로마제국 곳곳에서 명사들이 몰려와 파리를 조문했고 일부는 파리를 위한 추모시를 지어 낭송하기까지 했다. 사람들은 하찮은 파리조차도 벗으로 여기고 장례를 치러주는 베르길리우스의 ‘인품’에 감동했다.

그러나 실상 목적은 따로 있었다. 당시 로마는 토지세를 시행하면서 백성들에게 막대한 세금을 징수하고 있었다. 이러한 개혁이 발표되자 광대한 땅을 소유했던 베르길리우스는 고민 끝에 묘역에는 세금을 거두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을 발견하고 죽은 파리를 자신의 광활한 사유지에 묻은 뒤 ‘파리가 잠든 곳이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예외조항에는 사람을 특정한 내용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베르길리우스의 꼼수는 곧바로 전국으로 퍼져나가 각종 폐해를 불러왔다.

주택에 더해 토지에까지 일괄세금을 매긴다는 내용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국토보유세 신설 공약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여론은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22~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4일 공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응답자의 55.0％가 “국토보유세는 부동산정책으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적절하다”는 36.4％에 그쳤다.

논란 여지가 있는 조세는 결국 갖은 꼼수를 야기하고 국민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간다. 공당 대선주자라면 응당 민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오주한 정치전문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