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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 오너일가가 지주회사 중심의 지배구조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꼼수 승계’ 논란에 휩싸였다. 윤인호 전무 등 오너일가 사기업을 통해 동화약품 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경영 승계가 이뤄졌다. 지분 매입 자금은 차입을 통해 마련했고, 지분을 확보한 이후엔 유상감자와 배당 등을 통해 차입금을 갚는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화약품 입사 이후 고속승진을 거듭해온 윤 전무가 아직까지 이렇다할 경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채 내부거래 비중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상속세 부담은 최소화한 채 경영권 승계엔 성공했지만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권익 강화는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너家 사기업 ‘옥상옥’지배구조 구축…밀어주고 끌어주고 꼼수 논란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화약품 지분의 15.22%는 동화지앤피가 보유 중이다. 윤도준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가송재단이 6.3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윤 회장 본인이 5.13%의 지분을 소유 중이다. 이밖에 윤 회장의 장남 윤인호 전무의 지분 2.30% 등을 포함해 특수관계인 지분은 33.66%에 달한다.
이 중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동화지앤피는 동화약품 지배구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동화지앤피 지분 100%는 디더블유피홀딩스가 소유하고 있다. 디더블유피홀딩스는 윤인호 전무 외 특수관계자가 지분 100%를 소유한 오너일가 사기업이다.
디더블유피홀딩스는 2019년 11월 15일에 설립됐다. 초기 발행주식의 총수는 2만주였으며 자본금은 1억원이었다. 설립 한 달 뒤인 12월 12일 1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발행주식을 11만9000주로 늘렸고, 자본금은 5억9500만원이 됐다. 나머지 94억500만원은 주식발행초과금 처리했다.
2018년 기준 동화지앤피 지분은 동화개발이 19.81%, 동화약품이 9.91%,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이 8.86%, 재단법인가송재단이 10.00%, 외부 기업 (주)테스가 11.60%, 기타 지분이 39.82%를 소유하고 있었다.
디더블유피홀딩스는 설립된 지 약 한 달 가량이 지난 12월 31일 재단법인가송재단이 보유한 10.00%과 (주)테스가 보유한 5%를 제외한 나머지 동아지앤피 지분 전부를 취득했다. 자본금 5억9500만원에 불과한 디더블유피홀딩스가 자산 규모만 4338억원에 달하는 동화약품 최대주주로 등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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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인수 자금은 유상증자와 차입을 통해 마련됐다. 디더블유피홀딩스는 2019년 단기차입금을 통한 자금 520억원과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100억원을 확보했다. 디더블유피홀딩스에 단기차입금을 대출해준 기업은 더블유앤디제일호(주)였다.
업계에 따르면 더블유앤디제일호는 디더블유피홀딩스가 설립되기 4일 전인 2019년 12월 11일에 설립됐다. 기업 주소는 여의도에 위치한 오피스텔 여의도 파크 센터의 한 호실이었다.
지난해 동화지앤피가 유상감자를 실시하면서 디더블유피홀딩스는 매입 하자마자 333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우리은행을 통해 2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추가 확보하면서 더블유앤디제일호로부터 빌린 단기차입금 520억원을 지난해 변제했다. 이후 디더블유피홀딩스는 재단법인가송재단과 (주)테스가 보유한 지분 합계 15%까지 매입하면서 동화지앤피 지분 100%를 소유하게 됐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윤 전무는 상속세 부담은 최소화한 채 동화약품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라섰다. 윤 전무는 디더블유피홀딩스와 동아지앤피 대표를 둘 다 맡고 있기 때문에 디더블유앤피홀딩스와 동아지앤피의 합병을 추진하기도 수월해졌다. 지분 100%를 확보할 경우 자회사를 확보하면서 합병 신주를 발행할 대상이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합병 신주를 발행할 필요가 없다.
그간 꾸준히 제기됐던 동화지앤피의 내부거래 비중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심지어 지난해 동화지앤피는 동화약품을 상대로 매출(263억원)보다 많은 392억원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2019년에는 매출액 265억원 중 117억원, 2018년에는 매출액 253억원 중 128억원이 동화약품과의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동화지앤피는 꾸준히 40%가 넘는 내부거래율을 기록 중이다.
이와 관련해 동화약품 관계자는 “그동안 동화약품의 지배구조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정리하는 과정이었을 뿐이다”며 “디더블유앤피의 초기 설립 자금은 적었지만 100억원의 출자금을 확보했으며 사모펀드로부터 추가적인 자금을 빌렸는데 이 과정에서 법인명과 사무실 주소가 필요했기 때문에 작은 규모로 하나 만들어 놓은 것이 오해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모펀드는 동화약품과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매출액을 넘어서는 내부거래액과 관련해선 “지난해 특수관계자 거래 금액은 동화약품이 수도권 물류센터 설립을 위해 부지를 물색하던 중 동화지앤피가 보유하고 있는 대지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부지를 매입한 비용 약 260억원이 반영된 것이다”며 “동화지앤피는 동화약품이 안정적으로 병을 공급받기 위해 오래전에 인수한 그룹사로 매출 비중 중 동화약품 계열사 비중은 50% 이하이며 동아제약 등에도 병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쾌속승진 윤인호 전무 자질론…신사업 통해 경영 능력 시험대
동화약품의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윤인호 전무의 경영 능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동화약품 입사 후 고속승진을 거듭해 온 윤 전무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경영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서다.
윤 전무는 미국 위슨콘신 매디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후 2013년 동화약품에 입사해 2016년 전략기획실 생활건강사업부 이사 자리에 앉았고 생활건강사업부와 일반의약품 총괄사업부 상무를 거쳐 2019년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당시 윤 전무가 담당했던 일반의약품 사업은 동화약품 사업 비중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부문이다. 입사 이후 고속승진을 이어갔던 윤 전무가 경영 전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 시험대에 오른 윤 전무지만 가시화된 성과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윤 전무가 경영 전면에 나선 2019년 동화약품의 제약업 실적은 지지부진했다. 매출은 연결 기준 2018년 3066억원에 비해 2019년 3071억원으로 소폭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112억원에서 100억원(2019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2020년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는 96억원)으로 줄었다.
윤 전무는 지난해부터 고객감동본부 및 지원본부로 자리를 옮겨 신규사업 및 경영전략 수립을 담당하고 있다. 윤 전무가 자리를 옮긴 후 동화약품의 제약업 실적은 오히려 증가했다. 매출액은 연결기준 2019년 3071억원에서 2020년 2674억원으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7억원에서 223억원으로 상승하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윤 전무는 신규 사업 확장을 통해 경영 능력을 입증에 힘쓰고 있다. 동화약품은 윤 전무의 주도 아래 척추 임플란트 기업 메디쎄이를 인수하는 등 의료기기 시장 진출에 나섰다. 동화약품은 의료기기 제조 사업을 통해 올해 1~9월 기준 매출 150억원, 영업이익 32억원의 실적을 냈다.
이 외에도 윤 전무는 인공지능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 뷰노, 에스테틱 바이오 기업 제테마, 모바일 헬스케어기업 필로시스, 헬크세어 스타트업 비비비 등에 투자를 진행하며 미래 먹거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승계작업을 위한 지분 정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른 상황에서 윤 전무가 경영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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