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e스포츠협회, 선수육성 로드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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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e스포츠 선수 관리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1-30 00:02:30

한국 e스포츠협회는 마포구 에스플렉스센터 e스포츠 명예의 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아시아올림픽평의회와 아시아 e스포츠 연맹이 공동으로 마련한 ‘로드 투 아시안게임 2022’ 캠페인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한 선수단 구성 계획을 발표했다. e스포츠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선정됨에 따라 e스포츠의 발전과 공정한 국가대표 선발을 위해서다.

e스포츠의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은 그동안 사회적 편견에 시달려왔던 e스포츠가 스포츠로 인정받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스포츠의 개척자인 임요환 선수가 2003년 ‘아침마당’에 출연해 ‘사이버머니가 1억원쯤 있느냐’, ‘게임에서 PK를 하면 살의가 느껴지느냐’ 등의 무례한 질문을 받던 시절을 지나 프로게이머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고 e스포츠가 어엿한 종목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e스포츠가 인기를 얻으며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청소년도 늘어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7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프로게이머는 초등학생 희망 직업 5위를 차지했다. 좋아하는 게임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고,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게이머와 같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아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여타의 예체능 관련 직업이 그렇듯이 프로게이머로써 성공할 수 있는 인원은 소수에 불과하다. 정점에 자리에 선 몇몇 프로게이머는 소속팀에서 억대 연봉을 받고 국제 대회와 국가대표 경기에 나서며 화려한 영광을 누릴 수 있지만 나머지는 1부 리그에 올라와 보지도 못하거나 1부 리그 몇 경기 정도를 소화하고 사라진다.

프로게이머는 평균 연령이 낮고 활동 기간도 짧은 직업이다. 대표적인 e스포츠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수 있는 나이를 만 17세 이상으로 정해놓고 있다. 이보다 더 어린 나이에 프로 연습생을 시작하고 나이 제한이 풀리자마자 데뷔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 프로게이머의 전성기는 20대 초반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 세계 e스포츠의 아이콘인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만으로 25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프로게이머 중에서도 노장으로 취급받는다.

프로게이머는 경기에 나가기 위해 엄청난 연습량을 소화하기 때문에 학업과 프로게이머를 병행하기 힘들다. 프로게이머에 집중하기 위해 아예 고등학교를 자퇴하기도 한다. 이는 프로게이머로써 성공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정규교육도, 먹고살 수 있는 기술도 없이 사회에 던져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에 주변에 휘둘리기 쉽다는 문제도 있다. 2019년 프로게임단 ‘그리핀’이 ‘카나비’ 서진혁 선수를 협박해 본인 의사에 상관없이 계약을 맺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며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까지 나서 사태를 중재했고 서진혁 선수는 새 계약을 맺을 수 있었지만 논란이 터지지 않았다면 서진혁 선수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는 계약에 장기간 묶여 있을 수도 있었다.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있다. 오랫동안 그림자 속에 묻혀있던 e스포츠는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면서 빛을 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빛 아래의 그림자를 살펴야 한다. 은퇴 후 진로가 막막해진 선수들에게 적절한 교육이나 직업 훈련을 제공하고 선수들이 잘못된 계약 또는 어둠의 손길에 빠지지 않도록 협회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e스포츠 협회가 하나의 산업을 이끄는 집단으로써 어려움을 겪는 구성원들을 ‘하드 캐리’ 해 줄 수 있는 협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