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와 카카오페이의 어색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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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서울시 소상공인 지원 방향

제로페이와 카카오페이의 어색한 만남

김학형 국제팀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1-30 00:02:40

신한 컨소시엄이 내년부터 발행될 모바일 지역화폐 서울사랑상품권을 운영·관리한다. 신한 컨소시엄은 앞으로 2년간 판매대행점(운영사업자) 자격으로 40만 가맹점과 183만 사용자를 관리한다. 판매부터 결제, 정산, 가맹점 관리 등을 총괄하게 된다.

이달 19일부터 24일까지 진행한 공개모집에는 신한 컨소시엄 외에 우리은행·KT·비즈플레이 컨소시엄과 나이스정보통신컨소시엄이 참여했다.

신한 컨소시엄에는 신한카드, 신한은행, 티머니, 카카오페이가 참여했다. 신한카드가 주사업자로서 서울시 행정혁신 플랫폼 개발 및 운영과 상품권 판매대행 및 가맹점 모집을 맡는다. 신한은행은 상품권 자금 관리와 은행거래 연계를 담당한다. 카카오페이는 가맹점 결제환경을 구축하고 정책 홍보 알림톡 서비스를 지원한다. 티머니는 모바일 상품권 앱에서 대중교통 충전·이용이 가능토록 만든다.

현재 서울사랑상품권은 25개 자치구에서 각기 발행하며 해당 구 안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서울사랑상품권은 제로페이와 연계한 ‘모바일 지역화폐’로 발행되며 서울 전역에서 쓸 수 있다. 지류(종이), 카드 등의 실물 상품권에 모바일 상품권을 추가하며 이를 신한 컨소시엄에서 맡는 것이다. 발행 권한은 종전대로 서울시과 25개 자치구가 갖는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의 각종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9년 서울시 등이 도입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다. 연 매출 8억원 이하 소상공인에게는 ‘수수료가 제로’다. 초기에는 이용이 적었으나 꾸준한 홍보와 정책적 지원이 이뤄졌고 특히 서울시가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제로페이 기반 서울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면서 서울 지역 가맹점과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신한 컨소시엄은 서울사랑상품권 발행금액의 1% 안팎을 수수료로 챙기게 된다. 서울시가 제안요청서에 기재한 내년 발행금액 ‘5000억원 이상’으로 단순 계산하면 신한 컨소시엄의 내년 수수료 수입은 50억원 이상이 된다. 지난해 판매금액은 자치구 5510억원, 서울시 1000억원 등 6510억원이었다. 올해 판매금액은 지금까지 자치구만 1조861억원이며 이달 중 2350억원을 추가 발행할 예정이다.

그리 많지 않은 금액임에도 신한 컨소시엄은 서울사랑상품권 운영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제로페이의 방대한 데이터 때문이다. 서울시는 서울사랑상품권 고객을 130만명, 가맹점을 40만곳으로 추산한다. 일부를 제외하면 각 자치구의 서울사랑상품권은 발행 20여분 안에 매진될 정도다. 모바일 서울사랑상품권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이러한 기존 데이터를 신한 컨소시엄에 제공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상품권 가맹점 정보는 판매대행점 협약기간 2년 만료 후 신규 선정 판매대행점으로 이관해 가맹점 정보가 카카오페이로 넘어가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카카오페이에서 결제하는 서울사랑상품권 결제수수료도 0원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서울시가 다짐한 수수료 0원에 상관 없이 카카오페이는 이번 사업자 선정을 통해 단숨에 오프라인 결제 네크워크를 40만개 이상 추가하게 된다. 이를 통해 소비자 편의가 높아진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그 너머도 봐야한다.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시장 독점적 지위를 가진 뒤 비용을 올린 카카오택시 사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는 제로페이의 존재 이유를 상기해 계약 종료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까지 고민해야 한다.

김학형 국제팀장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