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공약 뒤집는 이재명…“유연한 건가 무책임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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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재난지원금·尹 50조공약·국토보유세 말 바꿔
민주당 “입장 번복 아닌 정책적 유연성으로 봐달라”
野 “약속 손바닥 뒤집듯… 국민은 불안하고 무섭다”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1-30 15:06:12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사진)가 11월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조동연 신임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선후보의 잦은 공약 번복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연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한편에서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논평에서 “이 후보가 어제(29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토보유세도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하겠다고 밝혔다. 죄 없는 1주택자일지라도 일괄 징세하는 국토보유세의 이중과세 성격에 정부마저 난색을 표했지만 이 후보는 국민의 90％가 수혜를 볼 것이라며 밀어붙여 왔다”고 설명했다.

또 “누가 반대하는지 유심히 살펴보라며 이를 반대하는 건 악성언론과 부패정치 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 극언한 때가 불과 보름 전이다. 그런 이 후보가 4년 전부터 국민 앞에 한 약속을 대선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여당의 국정조사 겁박을 곁들인 재난지원금도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서자 갑자기 없던 일로 돌렸다”며 “토지 정의라 외친 국토보유세 또한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하겠다니 악성언론‧부패정치 세력과 손잡겠다는 것인가. 국가를 다스리겠다고 나선 지도자가 바꾸면 안 되는 것은 소신과 양심이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29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것(국토보유세)에 대해 불신들이 많고 오해가 많기 때문에 국민 동의를 얻는 전제로 저희가 추진할 것이고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한다”며 “증세는 사실 국민이 반대하면 할 수 없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시기부터 국토보유세를 주장해왔다. 토지를 가진 모든 사람에게 일정 비율로 세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를 통해 부동산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을 근절하고 국민 90％에게 돌아가는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도입할 경우 기존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과 함께 이중과세가 될 가능성 등 위헌 소지가 논란이 됐다.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50조원 지원 공약에 대한 입장도 바꿨다. 이 후보는 지난달 8일 자신의 SNS에서 “상대의 주장은 무조건 반대하고 재원 대책도 없이 나중에 대통령 되면 하겠다고 던지고 보는 식의 포퓰리즘이 아니길 바란다”고 당초 반대했다.

그러나 같은 달 2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두 번째 전국민 선대위 회의에서 “당선 돼 하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고 조건을 걸면서도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50조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받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그는 같은 날 광주 기자간담회에서는 “기획재정부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18일에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그는 SNS에서 “지원 대상과 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가 어렵다면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에 대해서라도 시급히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같은 날 언론 인터뷰에서는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특검을 조건부 수용하자던 입장에서 물러섰다. 이 후보는 “곧 검찰 중간수사 결과가 나올 텐데 특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겠나. 제가 특검을 강력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제 문제를 포함해 자꾸 의심하니 깨끗하게 터는 차원에서라도 특검을 요구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10일 관훈토론회에선 “검찰 수사를 지켜보되 미진한 점이 있으면 윤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 등을 포함한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선대위 측은 정책적 유연성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반면 김은혜 대변인은 “이 후보의 소신이란 여론조사 수치와 유‧불리에 촌각을 다투며 반응하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 그를 바라보는 국민은 불안하고 무섭다”며 잦은 공약 번복을 비판했다. 김창인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대선공약은 머리에서 떠오르는 대로 입 밖으로 내뱉는 게 아니다”고 했다.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