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얼룩진 한국공항공사 인사개혁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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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한국공항공사 경영

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2-02 00:02:20

항공·여행 업계는 지난해부터 지겹도록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큰 피해를 입은 업종 중 하나다. 지인과의 간단한 회동조차 제한받는 시대서 해외여행은 언강생심이었고, 항공사와 여행사들은 해외여행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했다. 여행·항공업계의 줄도산이 이어진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최근 방역정책이 ‘일상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전환되면서 항공·여행업계 재도약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또 한 번 발목을 잡고 있다. 항공·여행업계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공공기관도 코로나19발(發) 위기에서 자유롭진 못한 형국이다. 특히 항공·여행업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부터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국내 모든 민간공항과 항행안전시설 등을 관리·운영하는 공기업이다.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꾸준히 흑자를 냈던 ‘알짜 공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한국공항공사의 연간 영업익 규모는 1285억원에 달했다. 전년도에는 155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김포국제공항, 제주국제공항, 김해국제공항 등을 중심으로 꾸준한 수익을 냈던 영향이다.

이랬던 한국공항공사는 전국 공항이 사실상 ‘셧다운’됐던 지난해 무려 261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기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까지도 146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으니, 정상화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실적문제는 재무문제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2019년 말 9.64%에 불과했던 한국공항공사의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25.44%까지 뛰었다. 재무건전성이 우수하다는 건 변함없지만, 불과 1년 반만에 부채비율이 3배 가까이 상승했다는 건 여타 잠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공항공사의 자회사들이 모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국공항공사는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KAC공항서비스, 남부공항서비스, 항공보안파트너스 등 3개의 자회사를 설립했다. 지난해 기준 이곳 자회사들은 모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부채총액은 100억원 단위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부채비율이다. 지난해 기준 항공보안파트너스와 KAC공항서비스의 부채비율은 각각 1299.8%, 1069.7%이며 남부공항서비스의 경우엔 826.2%로 집계됐다. 사기업이었다면 부도가 나도 이상할 게 없는 수준의 재무상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한국공항공사 경영을 위해서라도 자회사의 재무상태 개선은 필수적으로 해석된다.

한국공항공사를 비롯해 자회사들의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나 이들 회사 경영진이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아쉬움을 산다. 현재 한국공항공사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손창완 사장이다. 취임 초기부터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의 이력이 항공업과 거리가 멀었던 반면, 정부와는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손 사장은 경찰 출신 인사로 퇴임 후 한국철도공사 상임감사위원으로 일하다 2016년에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시단원구을지역위원회 위원장이 됐다. 같은 해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경기 안산시 단원구을 지역구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지만 낙선했다.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된 건 2018년의 일이다.

한국공항공사의 3개 자회사 대표들도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KAC공항서비스와 항공보안파트너스 대표로 있는 인물은 김금렬 사장과 신용욱 사장이다. 김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정무특보단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으며 2018년 지방선거에선 민주당 송파구청장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신 사장은 문재인 정부 대통령경호실 경호처의 차장장이었다. 남부공항서비스를 진두지휘하는 조영진 사장은 민주당 부산진구 지역위원장 출신이다.

경영정상화와 재무구조 개선 등은 관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도 성과를 장담하기 힘든 영역들이다. 아예 다른 분야에서 일하던 인물이 경영·재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더욱 낮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국공항공사는 국내 항공·여행 업계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공공기관이다. 이곳이 흔들린다면 산업군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알리오에 따르면 손창완 사장의 임기는 이달 13일까지다. 아직 후임 인선작업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지금껏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얼룩진 한국공항공사지만 손 사장의 뒤는 항공·여행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가 잇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항공·여행업계가 전례없는 위기와 마주했으며, 자회사에서 비롯된 문제의 크기가 작지 않다는 점 등에서다. 정부와 한국공항공사의 선택을 기대해 본다.

강주현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