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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나오는 것은 우리 집안의 불행이다. 나의 가족은 두려워 내 책을 아직 읽지 못했다”
네덜란드의 작가 마리커 뤼카스 레이네펠트는 ‘2020 인터네셔널 부커상’ 수상 이후 이렇게 밝혔다. 작가는 작품의 주인공 열 살 소녀 야스처럼 ‘그날’의 슬픔을 고스라니 갖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겨울날, 네덜란드의 농촌 마을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야스는 두꺼비를 관찰하고 젖소들을 돌보며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낸다. 그날 아침, 큰오빠 맛히스는 간척지 스케이트 대회에 나갔다.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올게” 오빠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것이 마지막 인사였다.
화려한 빛을 내던 크리스마스트리가 집 밖으로 치워졌고, 야스의 삶은 어두워졌다. 성경 말씀을 지키며 철저히 금욕적 생활을 해온 부모는 아들의 죽음을 일종의 형벌이나 저주로 여겼다. 상실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야스는 그날 입고 있던 빨간 코트를 한 여름이 되도록 벗지 못한다.
얼마 후 마을 전체에 구제역이 돌면서 백 마리가 넘는 소들이 살처분된다. 이런 죽음의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다. 야스는 "아빠에게서 흘러나오는 슬픔은 죽은 소들에게서 나오는 묽은 똥과 피와 닮았다" 라고 생각한다.
‘그날 저녁의 불편함’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소설은 독자를 폐허 한복판으로 이끌고 간다. 작가는 야스처럼 세살에 오빠를 잃은 경험을 바탕으로 6년에 걸쳐 집필했다.
“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갖고 노는 일이다. 랩톱 컴퓨터 앞에 있을 때 나는 비로소 강해진다”
스물 여덟에 최연소로 인터네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작가는 슬픔을 안고 상처를 파고드는 글을 쓰면서 스스로 성장하고 단련되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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