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거래소 리스크, 적절한 감독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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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가상화폐거래소 불공정 거래 의혹

한원석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2-02 00:02:40

가상화폐는 각종 논란과 비판, 의구심 속에서도 이제 ‘열풍’으로 불리는 단계를 지나 우리 주변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이는 가상화폐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회원 수는 중복을 포함해 총 1479만여명으로 파악됐다. 업비트가 829만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빗썸은 310만명, 코인원 99만명, 코빗은 17만명으로 조사됐다.

가상화폐 투자자가 급증함에 따라 가상화폐거래소에 예치된 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8월말 기준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22곳의 투자자 예치금은 총 61조7311억원으로, 이중 4대 거래소로 불리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예치금은 59조381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거래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의 하루 거래량은 올해 한때 개인투자자의 주식 거래대금보다 5조원이나 많은 적이 있을 정도다.

가상화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국내에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다. 지난달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은 한 때 3조달러를 돌파했고, 비트코인은 사상 처음으로 6만7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10월 19일(현지시각)에는 비트코인 ETF인 프로셰어스 비트코인 스트레티지 ETF(BITO)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첫 거래일에 4.85% 상승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가 제도권 금융에 안착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우리나라 가상화폐 업계를 보면 아직 미흡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정책은 들쑥날쑥한 데다 시장 참가자들마저 각종 논란과 의혹에 휩싸여 있다.

양도 차익 산정방식이 모호하다며 논란이 됐던 가상화폐 과세는 기획재정부의 반대에도 여야 합의로 1년 연기하기로 했다. 이미 시행하기로 합의된 것을 내년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해 바꿔 정책 일관성과 과세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 집행 과정의 논란이 최근 가상화폐거래소와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아보일 정도라는 점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1위 거래소인 업비트가 있어 자칫 가상화폐 시장 전반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디카르고 코인은 지난달 카카오페이 상장을 앞두고 1주일새 가격이 100% 이상 급등했지만 이후 1주일 만에 다시 40% 넘게 급락했다. 이에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시세조종 의혹이 제기됐고, 업비트가 디카르고 코인 유통량을 사전에 공시하지 않은 것을 두고 시장교란 행위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사전에 몰랐다면 무능력한 것이고, 알면서도 아무 조치를 안했다면 사실상 (시세조종 행위에) 협조한 것이다”라고 질타했다. 이에 업비트는 투자자들의 문제제기에 대한 보호조치를 실행했으며 모니터링 결과 물량조작 등의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업비트는 여러차례 의혹과 논란에 휩싸여왔다. 2017년 업비트는 ‘8’이라는 ID를 만든 뒤 1221억원의 가상자산과 원화를 보유한 것처럼 꾸미고 회원 2만6000명에게 비트코인 1491억원어치를 팔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은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한 일부 회원들은 업비트가 제공한 전자지갑에 화폐를 전송했음에도 ‘입고처리’ 되지 않았다며 6억원대의 예치금을 돌려달라는 집단 소송도 제기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업비트가 외국환거래법에 따른 신고절차 없이 싱가포르 등지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와 ‘오더북(거래창)’을 공유해 현지통화로 출금하는 불법 외환거래 의혹도 제기됐다.

우리나라 가상화폐 거래에서 시장 점유율 1위인 업비트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에 따르면 10월까지 업비트의 누적 회원 수는 890만명이었다. 예치금은 8월기준 43조원으로 전체 가상화폐 거래소 예치금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만약 업비트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천문학적인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전체의 관점에서도 업비트가 각종 의혹과 소송에 휘말리는 것은 업계 전반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어 좋지 않다.

더 이상 거래소의 자율규제에만 맡길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사업자가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취득할 경우 이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일각에서는 금융감독원과 같은 가상자산 전문 감독기관의 설립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국과 업계가 다양한 투자자 보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업계와 투자자가 모두 사는 길이다.

한원석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