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100만 시대, 보이스피싱 범죄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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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신종 전화금융사기에 우는 청년들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2-07 00:02:3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취업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취업준비생들이 ‘고수익 알바’를 가장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어가 비자발적 범죄를 저지는 일이 늘고 있다. 이들은 구인구직사이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건당 수십만원을 준다는 광고에 속아 피해자에게 현금을 받아 이를 조직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령별 보이스피싱 가담자 검거 현황’에 따르면 올해 4~8월 전체 보이스피싱 피의자(1만2588명) 중 20대 이하는 5068명(40.3%)에 달했다. 피의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청년층인 셈이다.

피의자 대부분은 ‘머리’, ‘몸통’이 아닌 ‘꼬리’로 불리는 대면편취·인출책이었다. 8월까지 경찰에 검거된 보이스피싱 피의자 1만6940명 중 하부조직원은 61.0%(1만431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10~20대의 비중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보이스피싱 피의자 연령별 비중과 검거인원 역할 등을 감안하면 청년층 대부분이 보이스피싱 하부조직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굉장히 지능적인 방식으로 청년들을 공범으로 끌어들였다. 구인구직사이트에서 대부업체 등 평범한 회사로 위장한 뒤 청년들에게 취업을 제안하며 꼬드겼다. 비대면 상황을 활용해 채팅 앱으로만 채용절차를 거쳤다. 이후 장소를 지정한 뒤 그곳에서 채무자로부터 회수금을 받아 돈을 입금하라는 업무를 시켰다. 여기서 채무자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다. ‘몸통’은 빠진 채 피해자들끼리 서로 주고받거니 한 것이다.

업무를 수행한 뒤 이상한 낌새를 느껴 경찰에 자수해도 늦었다. 현금을 받아 이를 회사(보이스피싱 조직)에게 건네는 순간 공범이다. 적용되는 법률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 사기방조죄, 사기죄, 금융실명법 위반죄(또는 위반 방조죄) 등이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사기방조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정도로 실형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범죄다. 징역형을 면하기 위해선 피해자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피해금액의 상당 부분을 갚아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보이스피싱 인출책 문제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경찰청에서 유튜브 채널로 ‘고액 아르바이트를 빙자한 전화금융사기 조직원 모집에 대한 주의 영상’을 제작해 홍보하는 정도다. 최근 대검찰청과 은행연합회가 함께 발표한 은행 자동화기기에 범죄 가담 경고 메시지를 표출하는 대책도 범행 가담자의 경각심을 높이는 데는 효과적이지 않고 오히려 수사·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줄이는 근본적인 해법은 청년들이 ‘고수익 알바’에 현혹되지 않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내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잠재적인 취업 가능자와 구직자, 시간제 일자리 취업 가능자 등에 실업자를 합한 지난해 청년층(15∼29세)의 확장실업률은 26.0%로 전체 평균(14.6%)보다 11.4%p 높았다. 규모로는 122만3000명에 달한다.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보이스피싱 인출책을 모두 피의자라고 부르기 어렵다. 물론 이 중엔 범죄인 줄 알고도 돈을 건네 사람들도 있겠지만 상당 부분은 범죄인 줄 모르고 회사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그렇다고 죄를 면할 순 없지만 일반적인 범죄자들과 하나로 묶어 비난의 화살을 보내는 것도 온당치 못하다. ‘알아서 조심하자’로 끝내는 것도 범죄를 키우는 무책임한 모습이다. ‘누구나 보이스피싱 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정부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문제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