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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라고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의 기승으로 2년째 분위기가 최악이다. 게다가 3년 차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어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상황에 대해 그저 좋아지기만을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과감하게 돌파해 나가야 할지를 놓고 중심축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판이다. 바깥세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는 일련의 무리와 속수무책으로 위기에 당하고 있는 무리로 선명하게 대조적이다. 벌써 내년도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도배한다. 인플레 가중과 공급망 회복 지연에다 미·중 편 가르기의 가속화 등 악재들이 즐비하다. 선진국보다 신흥국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우리 내부는 정권의 교체 혹은 재창출을 두고 대선(大選) 레이스가 본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변화의 물꼬가 트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방향에 대해선 국민적 신뢰가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 세(勢)를 형성하고 있는 정치 집단들의 행태가 여전히 구태에 머물러 있어 역겹기까지 하다.
코로나19의 터널이 길어지면서 글로벌하게 대두되고 있는 화두가 큰 정부이다. 방역과 경제 회생에 있어서 국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의존도가 대폭 확대되었다. 효율적 방역을 위해 정부의 강력한 통제와 경기 하강을 억제하기 위해 각국이 정부 재정 지출의 확대와 금융 완화를 경쟁적으로 시행했다. 재난지원금 혹은 피해보상금 등의 형태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불가피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올해 들어 백신 접종 본격화와 경제 회생의 불씨가 살아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는 테이퍼링이 본격화되고 있기도 하다.
경제의 펀드멘탈을 살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현재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를 발휘한다.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도 포퓰리즘적 헬리콥터 머니보다 방역 인프라 확대와 경제 회복에 필요한 적재적소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의 기능이 단순히 크다는 것보다 효율성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 글로벌 추세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19를 정치 권력의 강화나 표를 모으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더 극성을 부린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한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확진자, 중중 환자,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혼돈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혼비백산해 연일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별다른 묘수가 있을 리가 없다. 지금 돌아가고 있는 코로나 상황을 보면 일희일비나 요행수가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너무 일찍 터뜨린 K-방역 샴페인을 마치 비웃기라도 하는 듯하다. 악화 일로를 걷다 보니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고비 때마다 어김없이 터진 오판으로 화를 키웠다는 비난이 봇물 터지듯 한다. 백신 효과 지속 기간과 환자 속출에 대한 예측이 완벽하게 실패했다. 큰 원칙과 충분한 준비 없이 임기응변으로 일관하다 보니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지속성·투명성·기민성은 실종된 지 오래고 전문성마저 의심을 받는 지경이다. 매일 아침 노란 유니폼을 입고 나와 앵무새처럼 브리핑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이제 지겨울 정도다. 현재로서는 위드 코로나가 패착이 되고 말았다는 세간의 평가가 틀리지 않는다.
방만한 정치·정부에 관변 단체까지 가세해 국민 삶보다는 그들의 탐욕 채우기에 급급
현재 국가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다. 국민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책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사투를 위해 총력을 모아야 하고 가용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장기전에 대비해 방역 인프라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병실 추가 확보와 전문 인력의 추가 확보가 시급하다. 방역 일선에서 고생하는 인원에 대한 처우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다른 나라 사례와 같이 초기 환자에 대한 격리 치료 매뉴얼을 만들어 입원 환자 수를 줄여야 한다. 언제든지 부스터샷을 맞을 수 있도록 면역 효과가 높은 백신의 추가 공급도 필연이다. 방역 조직 내의 인사 쇄신도 필요하다. 기존 공무원 조직만으로는 현상 타개가 어렵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는 만큼 외부 전문가의 영입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옥상옥이 되거나 비대해지는 것은 곤란하다. 지난 2년의 경험에 근거해 정확한 시나리오 플래닝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광범위한 국민적 협력을 끌어내기가 어렵다.
현실이 이토록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곳 정치권은 연일 돈 뿌리는 경쟁에만 집착한다. 선거가 임박하다 보니 유권자 표심을 자극하는데 그만한 묘약이 없다는 것을 익히 알기 때문이다. 정부의 권한을 키우고,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그들의 머리로부터는 이것 말고는 나올 것이 없다. 실제로 현장의 목소리는 현저하게 다르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공짜 돈보다 더 절실한 것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환자는 진통제가 아닌 근본적인 치료제를 원한다. 좋아질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일정 기간의 고통은 감내가 가능하다. 인내에도 한계가 있고, 이마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신뢰의 벽이 무너졌다. 위기가 클수록 국민이 정부에 기대고 의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를 위해 국가에 세금을 내는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다. 당연히 국가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응책이 투명하고 공평해야 하는 것이 절대적이다. 편 가르기나 표에 치우치다 보면 위화감이 확대되고 위기는 점점 미궁으로 빠지게 되는 것은 정해진 순서다.
지난 2년의 경험을 통해 국민은 단순히 큰 정부가 아닌 적정 규모의 효율적인 정부를 원한다. 재정은 꼭 필요한 곳에 지출이 돼야 하고,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라는 것이 국민적 요구다. 정치권에는 소귀에 경 읽기다. 왜 우리 정치나 정부가 위기에 약한지는 세상이 변하고, 국민은 변하는데 그들만 여전히 낡은 외투를 걸치고 있기 때문이다. 뉴노멀이 생겨나고 일상의 중심축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지만, 변화를 철저하게 외면한다.
아직도 국회에서는 쪽지예산이나 돌리면서 민생보다는 예산 챙기기에 혈안이다. 비대한 정부 부처에 이에 기생하는 각종 관변 단체들까지 가세해 시쳇말로 국민 세금은 먼저 먹는 자가 임자라는 도덕 불감증이 만연하다. 이들을 수술대에 올리지 않으면 정상적인 국가로 가는 것이 요원하다. 위기 대응력이 높은 정부 조직을 만들려면 시대 정신에 맞게 확대돼야 할 기능과 축소 혹은 폐지돼야 할 기능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코로나 위기는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시사점과 교훈을 주고 있다. 국가의 명운과 미래 세대를 위해서 더는 지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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