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해왕의 자연재해와 천체현상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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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수의 新삼국사 산책

첨해왕의 자연재해와 천체현상 기록

김씨왕조 출현의 당위성을 재해석한 사건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1-12-23 09:23:33

신라 12대 첨해왕은 11대 조분왕의 동복아우이다. 원래 첨해왕은 왕이 될 위치가 아니었다. 당시 조분왕의 아들 유례(儒禮·14대 유례왕)가 있었고, 10대 내해왕의 아들 석우로 또한 멀쩡히 살아 있는데 엉뚱하게도 왕위서열에서 한참 밀려있는 첨해왕이 보위에 오른다. 오환족 출신 장훤(구루돈) 집단이 신라에 들어와 정착하면서 첨해왕을 옹립한다.

자연재해와 천체현상 기록

첨해왕은 서기 247~261년까지 15년간 재위한다. 재위중반기에 백제와 괴곡성(충북 체천)과 봉산성(충북 단양)에서 전투를 벌인 것을 빼면 딱히 치적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 다만 재위후반기에 자연재해가 집중해서 발생하고 일부 천체현상도 관측됐다.

다음은 『삼국사기』와 『신라사초』 기록이다.

서기 259(첨해왕 13년)~261년(첨해왕 15년)까지 기록이다. 두 기록의 내용은 같다. 다만 『삼국사기』는 발생한 사실만을 기록하고 있지만 『신라사초』는 사실과 더불어 특정 의미와 해석을 부여했다. 『삼국사기』는 기록의 소략(疏略·간략)함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가뭄, 흉년, 홍수, 혜성 출현 등의 기록을 가지고 무슨 역사해석을 한단 말인가.

『신라사초』 기록에 나오는 아후(阿后)는 아이혜(阿爾兮)이다. 당시 아이혜는 왕실의 최고 어른이다. 내해왕의 딸이며 조분왕의 왕비이고 첨해왕에게는 태후가 된다.

아이혜는 가뭄으로 흉년이 들고 도적이 들끓자 첨해왕에게 국정을 〇〇에게 맡기라고 강권했다. 첨해왕이 국정을 넘기려하나 〇〇은 한사코 고사한다. 또 큰 비가 내려 도처에서 산사태가 발생한다. 첨해왕은 다시금 〇〇에게 국정을 맡아달라고 주문한다. 이번에는 재상급 신하들도 적극 나서며 재촉한다.

이어 혜성이 출현한다. 고대에 있어 혜성의 출현은 단순한 천체현상이 아니다. 불길한 전조의 재앙이다. 첨해왕은 신하들의 압박에 못이겨 〇〇를 부군(副君·후계자)에 봉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첨해왕이 병이 나서 갑자기 죽자 아이혜가 야인(野人·왜인)의 집에 숨어있는 〇〇를 찾아내 보위에 오르게 한다. 〇〇은 누구일까?

『삼국사기』는 ○○의 이름이 미추(味鄒)이며, ‘이것이 김씨가 나라를 다스리는 시초가 된다(此金氏有國之始也)’고 적고 있다. ○○는 바로 김씨왕조의 실질 시조인 미추왕이다.

첨해왕 말기의 자연재해와 천체현상 기록은 미추왕의 등극을 정당화하기 위해 재해석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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