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무시한 일방 정책이 만든 서민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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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중저가 아파트 실종

임영지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2-24 00:02:30

중국의 어떤 수장이 참모의 말을 듣지 않아 나라가 위태로워진 고사가 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을 보면 비슷한 생각이 든다. 서민과 민간 전문가들의 거듭된 제언을 듣지 않고 규제 일변도식 정책을 추진한 결과 집값이 급등해 대다수 서민이 집 문제로 시름 하고 있다.

전문가의 제언을 듣지 않고 추진한 일방적 정책은 다수의 문제를 야기했다. 그중 가장 문제로 부각되는 것은 아파트 가격이 치솟는 바람에 중저가 아파트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시 내에 6억원 이하 아파트의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리서치 업체 직방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6억원 이하의 아파트는 서울 아파트 10채 중 3채밖에 안 된다고 한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돼 있어 현금 여력이 부족한 서민으로부터 선호가 높았던 노원구를 단적인 예로 들어보겠다. 문 정부 출범까지만 해도 노원구 전체 거래 중 6원억 이하가 99%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는 가격이 많이 올라 5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올해 들어선 고가 아파트 기준인 15억원 이상의 실거래 사례까지 다수 등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서민 아파트 집적지역으로 여겨졌던 노원구 주택 시장에 큰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주목되는 사실 중 하나는 이러한 상황에도 서민 주거 대출 상품인 ‘보금자리론’의 대출 기준이 6억원 이하의 주택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시 전체 아파트 거래 중 6억원 이하 아파트의 비중은 80%를 상회 했다. 이러했기 때문에 보금자리론의 기준도 6억원인 점이 이해가 간다.

그러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 서울 내 중저가 주택이 사라져가고 있는 현재, 5년 전 시장 상황을 반영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중저가 아파트 가격 상승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내년엔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바꿀 대통령 선거가 있다. 유력 후보들은 일제히 표심을 위해 시장을 자극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금리 인상기, 임대차 3법 만료까지 도래한다. 서민 아파트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치솟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민의 제언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정책을 꾸려온 결과 중저가 아파트가 사라져 많은 서민이 어려움에 놓여있다. 앞으로 가격 상승이 더욱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다른 부수적인 정책도 시장 상황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보금자리론을 비롯해 시장 상황과 괴리를 이뤄 무용지물이 된 정책들은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임기 내내 전문가의 조언과 시장의 본질을 외면해 큰 부동산 재앙이 만들어졌다. 마지막이라도 전문가와 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겸허한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

임영지 yjl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