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
교통사고 후 10개월 만에 필드에 복귀
아들 찰리와 이틀 간 25언더파 준우승
심각한 부상을 혹독한 재활로 극복해
부상‧재기 숱하게 반복, 완전복귀 기대
지난주 전 세계 골프계의 관심과 화두는 온통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필드 복귀였다. 골프 역사상 유일무이한 지배자로 평가받는 우즈가 교통사고로 약 10개월 만에 팬들 앞에 다시 섰기 때문이다. 대회장 입장권은 날개 돋친 듯 팔려 여전히 우즈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게다가 TV 중계 카메라는 우즈 부자에게 집중되다시피 했다.
교통사고 이후 생사의 기로에서 극적으로 부활한 우즈가 모습을 드러낸 대회는 PNC 챔피언십이라는 가족 대항 이벤트였다. 이 대회는 미국프로골프(PGA)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는 골퍼 20명이 부자간(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인 넬리 코르다의 경우 부녀간)에 2인 1조로 참가해 스크램블 방식으로 팀플레이를 하는 이벤트다. 스크램블 방식은 둘이 친 볼 가운데 더 좋은 볼을 선택해 다음 샷과 퍼팅을 하는 경기다.
애지중지 키워온 아들과 라운딩
우즈는 올해에도 지난해처럼 12살 된 아들 찰리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함께 출전했다. 우즈의 끔찍한 아들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즈는 재활에 몰두하면서도 10여년 전 이혼한 뒤 홀로 애지중지 키워온 아들에게 사랑을 전달하고 추억을 쌓기 위해 출전을 감행했다. 더구나 연말이어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싶었다. 우즈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 얼(2006년 작고)로부터 받은 사랑과 열정을 아들에게 내리 베풀고 있는 셈이다. 월남전 참전용사인 얼은 우즈에게 어려서부터 골프와 자선을 가르치는 등 일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우즈는 PGA투어에서 메이저 대회 15승을 포함해 82승을 거둬 역대 최다 우승자인 샘 스니드(미국‧2005년 작고)와 어깨를 같이 하고 있다. 우즈는 유러피언 투어 8승 등을 포함하면 전 세계 투어에서 무려 108번이나 우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대회 초청료와 스폰서료를 제외하고 PGA투어에서 벌인 들인 상금만 해도 무려 1억2085만달러에 이른다. 나이키 등 각종 후원사로 부터 매년 받은 돈이 연평균 1200만달러가 넘으니 스포츠 스타 가운데 역대 최고 선수라고 할 만하다.
우즈는 골프 역사상 최고의 선수
아프리카계 흑인인 우즈는 골프 역사상 최고의 선수 가운데 한 명이자 특정 계층에 한정되었던 골프의 인기를 전 세대, 전 세계적으로 파급시킨 인물이다. 흑인으로는 처음 PGA투어에 입성했다. 미국의 서부 명문대학 스탠퍼드를 중퇴한 그는 백인 우월주의가 남아있는 마지막 스포츠인 골프에서 온갖 차별을 딛고 최고의 별이 돼 더욱 유명해졌다.
우즈는 2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 제네시스 GV80을 직접 운전하고 가다가 과속으로 인해 불의의 차량 전복사고를 당했다. 우즈는 현대자동차가 주최한 PGA투어 제니시스 인비테이셔널을 주관하고 돌아가던 길이었다. 우즈의 자동차는 약 10m 아래 계곡으로 굴러 떨어졌고 특수 절단기를 동원해 우즈를 구조했을 정도였다. 심각한 부상을 피할 수 없었다. 오른쪽 다리뼈 여러 군데가 산산조각 났고, 부러진 뼈가 피부를 찢고 돌출되는 ‘분쇄 개방 골절’로 다리 절단을 고려해야할 만큼 부상이 끔찍했다. 이 때문에 우즈가 다시는 필드에 복귀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전의 어떤 부상보다도 치명적이었다. 슈퍼스타인 그의 사고 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동료 선수들은 우즈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색 하의와 붉은색 셔츠인 이른 바 ‘검빨 패션’을 입고 경기를 하며 쾌유와 복귀를 간절히 빌었다.
우즈는 25년간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우여곡절이 숱하게 많았다. 2009년 말 터진 섹스 스캔들에 의한 이혼, 그리고 호쾌한 스윙으로 인해 부하가 걸린 탓에 무릎과 허리 등을 십여 차례나 수술하는 등 ‘종합 병동'이라고 불렸던 우즈였다. 그 때마다 투어를 중단했다가 복귀하기를 반복했다. 2002년 12월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ACL) 수술로 투어를 쉬었다가 2003년 뷰익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는 등 우즈는 부상을 끼고 살았을 정도다. 더구나 2017년 무릎 수술 이후에는 걷기조차 힘들 것이라는 진단도 받았다. 그렇지만 끊임없는 재활을 거쳐 필드에 나타나 2018년 9월 PGA 투어 챔피언십에서 5년여 만에 정상에 올랐고, 2019년 4월에는 ’명인열전‘, ’꿈의 무대‘라고 불리던 마스터스 골프토너먼트에서 그린 자켓을 입으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숱한 고통을 겪어왔기에 마스터스 시상식장에서 아들 찰리를 껴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희망의 샷으로 인간승리 감동 연출
2월 교통사고 이후 우즈는 이달 초 자신의 재단이 주최한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도 불참할 정도로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록 힘든 한해였지만 아버지로서 아들과 함께 경쟁하며 플레이하는 게 더 흥분되고 자랑스러운 일은 없다”며 PNC 챔피언십 출전을 공식 발표했고, 약속을 지켰다.
이틀간의 대회에서 ‘팀 우즈’는 11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등 25언더파 119타를 기록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오랜만의 출전이었지만 전성기 때를 방불케 하는 희망의 샷을 쏴 인간승리의 감동을 안긴 것이다. 그가 어느 정도 스윙을 할 수 있을까 우려됐지만 역시 우즈였다. 찬사가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내년에 중학교에 진학하는 찰리의 스윙 또한 야무지기 그지없었다. 키가 1m60도 채 안 되는 찰리는 지난해보다 훨씬 파워풀한 스윙을 구사하는 등 새끼 호랑이 같은 모습을 보였다. 버디를 잡을 경우 어퍼컷 세리머니를 연출하는 등 아버지와 빼닮았다. 하지만 우즈는 찰리를 골프선수로 키울 생각이 없다. 자신이 겪었던 승부세계의 치열함과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타이거의 우승 포효 머지 않았다
우즈는 물론 사고 이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체중은 불어난 데다가 아직도 오른쪽 다리를 절뚝거리는 탓에 오랫동안 걸을 수 없어 주최 측의 특별배려로 카트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두 다리로 서 있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울 정도였다. 100% 몸 상태는 아니었으나 날카로운 아이언 샷과 쇼트 게임을 선보였고, 첫날에는 340야드에 달하는 장타도 날렸다.
우즈는 오로지 투어 복귀라는 실낱같은 희망과 가족의 힘 덕분에 혹독하고 힘겨운 재활을 버틸 수 있었다. 그렇다고 재활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PGA투어에는 언제 복귀할지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과거에도 온갖 장애를 극복했듯 이제 필드에 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즈에게 ‘골프황제’라는 호칭 대신 ‘불사조’라는 호칭을 붙여도 될듯싶다. 타이거의 힘찬 포효와 함께 우승소식이 벌써 기다려진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3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