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왕조 미추왕의 출생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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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왕조 미추왕의 출생 미스터리

미추왕의 생부 김씨 구도가 아닌 오환족 출신 장훤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1-12-31 15:14:47

13대 미추왕은 신라 김씨왕조의 실질 시조이다. 원조는 김알지(金閼智)이다. 김알지 집단은 석탈해의 사로국 초창기에 경주에 입성하며 신라에 합류한다. 이후 후손이 왕비를 배출하며 신라사회 지배층으로 자리 잡으나 왕의 배출은 미추왕이 처음이다.

『삼국사기』가 설정한 미추왕 계보는 아버지가 김씨 구도(仇道)이고 어머니는 박씨 이칠(伊柒)의 딸이다. 그런데 『신라사초』의 미추왕 계보는 『삼국사기』와 사뭇 다르다. 아버지는 장훤(長萱)이고 어머니는 술례(述禮)이다.

미추왕의 출생계보 실체

『신라사초』 <마추니금기>이다. ‘옛날 구도세신(仇道世神)이 병들어 장훤(長萱)의 집에 머물렀는데 꿈속에서 금색대조(金色大鳥)를 보았다. 마음속으로 기이하다 여겼는데 장훤의 처 술례(述禮) 역시 꿈속에 금색대조를 보고 장훤에게 고하길 ‘반드시 귀한 아들이 태어날 것이니 합궁을 함이 옳겠습니다’고 했다. 이에 장훤이 술례를 끌어안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추위와 싸우느라 제대로 합궁이 되지 않았다. 장훤은 깨달은 바 있어 말하길 ‘내가 무슨 공적이 있어 감히 이 꿈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 꿈은 구도주공(仇道主公)의 것이다’ 했다. 이에 술례에게 나아가도록 하니 술례가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나아감을 옳게 여기지 않았다. 장훤이 술례를 업고 강제로 구도의 침전에 들게 했다. 구도가 말하길 ‘나의 꿈이 크게 길하니 너의 처를 빌려주는 것은 가장 좋은 일이다’ 했다. 장훤이 말하길 ‘하늘의 뜻입니다’ 하고 술례를 밀어 넣고 물러났다. 구도가 술례를 안고 따뜻한 햇볕이 있는 쪽으로 누워 있다가 드디어 운우(雲雨·남녀 육체관계)를 이뤄 임신했는데 기이하고 상서로운 조짐이 많았다. 이때부터 술례는 구도의 처가 되고 미추니금(미추왕)을 낳았다(원문 생략).’

정리하면 이렇다. 구도가 병이 들어 장훤에 집에 머물렀는데 어느 날 장훤의 처 술례가 꿈속에서 금색 대조(大鳥)를 보고 귀한 아들이 태어날 것이라 여겨 남편 장훤에게 합궁을 요구한다. 그러나 추위로 인해 합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장훤은 술례의 꿈이 구도에게 있다 판단하여 술례를 구도에게 빌려준다. 구도가 이를 받아들여 따뜻한 햇볕이 드는 곳에서 술례와 합궁하고 미추왕을 임신한다. 미추왕의 어머니 술례는 『삼국사기』의 박씨 이칠의 딸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미추왕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구도가 맞을까?

그런데 『신라사초』는 덧붙여 기록한다. ‘술례가 구도의 처가 되어 미추니금(미추왕)을 낳았다. 이때 구도의 나이가 이미 75세여서 사람들은 모두 다 장훤의 아들이라 의심했다(自是述禮爲仇道妻生味鄒尼今時仇道年已七十五人多疑爲長萱子).’ 적어도 당시 신라 사람들은 구도가 75세의 고령인 관계로 미추왕의 아버지를 구도가 아닌 장훤으로 본 것이다. 이로 미뤄봐 미추왕의 실제 생물학적 아버지는 장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추왕이 김씨가 된 이유

장훤은 누구일까? 위(魏)의 관구검(毌丘儉)이 고구려를 침공할 때(244, 245년) 관구검 군대의 일원으로 참전한 오환선우(烏丸單于) 구루돈(寇婁敦)이다. 고구려 11대 동천왕에게 패퇴한 뒤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남하해 신라 지배층이 된 오환족의 수장이다. (12월 14일자 ‘신라를 세운 북방유목민족 오환족’ 참조)

『신라사초』에 나온 미추왕 출생기록은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설명한다. 오환족의 수장 장훤(구루돈)이 신라 김씨의 수장인 구도와 정치적, 혈연적으로 결합한 점과 오환족 집단이 구도(김씨) 집단과 결합하면서 신라 지배층으로 편입된 점이다.

그렇다면 오환족 집단은 당시 왕족인 석씨와 손을 잡지 않고 김씨를 선택한 걸까? 구도의 선조인 신라 김알지 집단의 기원은 북방민족 훈족(흉노)의 왕족 출신 투후 김일제(金日磾)이다. 장훤(구루돈)의 오환족 집단은 동호(東胡)로 총칭되는 훈족에서 분화한 북방민족이다. 따라서 두 집단은 근본이 같은 동일계통의 북방민족이다. 이런 까닭에 오환족 집단은 자연스레 김씨 집단을 선택한다. 또한 두 집단의 결합물인 미추왕은 당연히 김씨가 된다.

미추왕의 생부는 신라 김씨 구도가 아닌 오환족 출신 장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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