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공수처 사찰’ 침묵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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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워터게이트의 교훈

文대통령 ‘공수처 사찰’ 침묵 말라

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1-04 23:02:30

1974년 8월9일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자진 사퇴했다. 발단은 1972년의 워터게이트 사건이었다. 민주당전국위원회(DNC)가 입주해 있던 워싱턴 D.C.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대통령이 도청기를 설치한 이 사건으로 미 전역은 발칵 뒤집혔다.

1972년 6월17일 밤 워터게이트 빌딩 경비원은 괴한이 침입한 흔적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5명의 용의자들은 출동한 경찰에게 이내 체포됐다.

용의자들은 단순 절도임을 주장했지만 이후 경찰수사 결과 이들의 침입은 민주당 사무실에 이미 3주 전 설치한 도청기가 고장나서 교체를 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일당 중 한 명이 소지하고 있던 수첩에서는 당시 백악관 보좌관인 하워드 헌트의 연락처가 발견되는가 하면 이들을 변호하기 위해 갑자기 거물급 변호사도 나타났다. 언론은 어딘가 수상한 이 사건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연방수사국(FBI) 역시 해당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닉슨 대통령은 일이 점차 커지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중앙정보부(CIA)에 FBI 수사를 방해하고 사건을 최대한 은폐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증인을 매수하려던 CIA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일은 그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하지만 워터게이트 사건은 그대로 덮힐 뻔 했다. 대선이 본격화되고 민주당에서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아 이내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닉슨은 대선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재선에 성공하게 된다.

그러던 중 TV로 생중계 된 미 상원 청문회에서 알렉산더 버터필드 전 대통령 부보좌관은 백악관 집무실에 모든 대화가 녹음되는 비밀장치가 있으며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 은폐 공작을 지시하는 육성이 이 장치에 녹음됐다고 폭로했다.

특별검사(특검)는 녹음 테이프를 증거로 제출하라고 백악관에 요구했지만 닉슨 대통령은 ‘행정 특권’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특검인 레온 자보르스키는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연방 대법원까지 간 이 사건에 대해 대법관 8명은 만장일치로 닉슨 대통령에게 녹음 테이프를 제출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판결문은 “미국 대통령이라고 해도 헌법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 형사재판과 명백히 관련 있는 증거를 보류하기 위해 대통령의 특권을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그렇게 공개된 녹음 테이프에는 실제로 닉슨이 직접 CIA 국장에게 FBI 수사를 방해하라는 지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닉슨은 이 일로 탄핵을 당할 위기에 처하자 스스로 사퇴했다.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대선 정국 시점에 언론인에 이어 다수 야당 정치인, 야당 유력 대선후보와 그 배우자 통신정보를 조회해 ‘공수처 사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달 31일 오전 8시 기준으로 88명의 국민의힘 의원, 일본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 등 외신을 포함한 국내외 20여개 언론사 소속 기자 100여명의 통신기록을 조회했다고 알려졌다. 공수처는 이에 대해 최근 수사 중인 소위 ‘고발사주’ 의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사와 아무 관련 없는 인물들까지 조회된 것으로 알려져 공수처 입장 신뢰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러한 논란에도 국정 컨트롤 타워인 문재인 대통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닉슨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공수처가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이런 통신기록 조회를 진행했던 것으로 밝혀진다면 이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노태하 기자 thn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