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한 韓증시, 선진지수 편입으로 ‘사천피’ 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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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차기정부 과제는 MSCI 선진지수 편입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1-05 22:56:30

다사다난했던 신축년(辛丑年)이 지나고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많은 이들은 다이어트, 취업 등 다양한 신년 목표를 세우고 있다. 주식과 관련한 목표도 빠지지 않는 것 같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렸던 경험 탓이다.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초로 3000선을 돌파하고 코스닥지수도 20년 만에 1000 고지를 탈환했다. 투자자들은 올해도 작년처럼 주식으로 재미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기대와 달리 전망은 다소 어둡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급증세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오는 돈이 줄어 부진을 겪는다. 올해 들어 2거래일 간 코스피는 0.4% 오르는데 그쳤다. 사실상 보합세다. 선진지수로 분류되는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의 증시가 새해에 1% 이상 상승한 것과 다른 양상이다. 한은은 이달에도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주춤했던 코스피의 시동이 아예 꺼질 위기다.

지수를 추종하는 종목을 사서 수익을 거두는 시대는 지났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개별 종목을 선별하는 투자를 전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지울 수 없기 때문에 아쉽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0배 수준이다. 10배 이하는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된다. 선진국 평균(18.7배)은 물론 신흥국(12.7배)보다도 저렴하다.

저평가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선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돼야 한다. 선진지수에 편입될 경우 국내 증시의 자금 급유출입을 완화하고 디스카운트(할인율)를 해소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불확실성이 증폭될 때 한국이 속한 신흥시장은 선진시장보다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 예컨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2010년 MSCI 선흥시장 변동성은 선진시장보다 6.4∼16.5% 높았다.

우리 입장에선 선진시장 편입이 절실하다. 그 효과는 엄청나다. MSCI 추종자금 규모는 최대 12조달러로 추정되는데 한국이 MSCI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승격하면 한국 증시에 최대 547억달러에 달하는 외국인 자금이 들어온다. 주가에도 호재다. 한경연이 MSCI 선진시장 승격 시 주가지수와 변동성을 분석한 결과 코스피지수는 최대 4035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이달 말 해외 투자자들의 외환시장 접근성 제고 등 외환시장 제도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MSCI 선진지수 편입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앞서 작년 11월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본격 재추진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대선주자들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주요 공약으로 ‘선진국지수 지수 편입’을 선정했다. 이 후보는 한 유튜브 방송에서 “MSCI 선진국지수에 들어가야 뮤추얼펀드가 장기투자를 할 텐데 지금은 이머징마켓으로 분류되니 장기투자가 들어오지 않는다”며 “투자금이 확 들어왔다 확 나가 버리니까 시장이 불안정하고 그게 또 하나의 국내 증시 저평가의 원인이다”고 언급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주가지수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 것인가는 아무도 모르지만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지금보다 주가지수는 훨씬 더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판단했다.

장밋빛 미래에만 현혹돼선 안 된다. 선진지수 편입에 따른 부작용도 살펴야 한다. 선진시장 편입 조건 중 하나는 역외 외환시장 개설이다. 24시간 해외에서 원화를 거래할 수 있는 ‘역외(한국 이외 지역) 외환 시장’을 개설할 경우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60%에 달할 정도로 높은 편이라 글로벌 경제에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선진국보다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이 쉽지 않다는 전제 하에 국내 외환시장의 특수성을 MSCI에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게 필요하다. 그게 어렵다면 외환위기와 같은 급변 사태가 벌어질 때 외국인자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통화관리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강구한 뒤 추진해야 한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