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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 골프 흥행 이끈 트로이카
식스팩 확연 40대 맞먹는 근육질 자랑
프로 생활 69년째 전세계 163승 레전드
필드에서 성적보다 뛰어난 인품이 강점
고향에 학교 설립해 불우아동 무상교육
2021~22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대회당 평균 상금이 100억원이 넘는다. 대회가 47개나 열리니 1년 52주(週)에서 쉬는 주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가히 인기 절정이다. 평균 상금액이 9억180만원인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와는 무려 10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PGA투어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데는 1960‧70년대에 맹활약한 트로이카의 역할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1929년생인 아널드 파머(2016년 사망), 잭 니클라우스(이상 미국), 개리 플레이어(남아공) 등은 골프 황금기를 이뤘던 주역이다. 이들 3인방의 우정과 경쟁은 중요한 흥행요인이었다. 특히 플레이어는 다섯 살 어린 니클라우스와는 필드에서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는 평생의 라이벌이었고, 투어에서 물러난 뒤 골프장 설계사업에서도 경쟁적으로 맞붙었다.
파머, 니클라우스 등과 샷 경쟁
이들 3인방은 전성기가 상당 부분 겹쳐 라이벌로 불리긴 했다. 하지만 검은 대륙 아프리카 출신으로 매너가 좋아 '흑기사'라고 불렸던 플레이어는 니클라우스와 파머를 제대로 넘어본 적이 없다. 성적이 단적으로 이를 보여준다. PGA 투어에서 플레이어는 24승을 올렸고, 니클라우스는 73승, 파머는 62승을 거뒀다. 물론 플레이어가 조국인 남아공 등 다른 나라 투어에서 우승한 것까지 합쳐서 무려 163승을 기록한 걸 폄하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플레이어는 두 거장에게 끊임없이 도전하고 좌절하기를 거듭했지만 아직도 팔팔하게 필드를 누비고 있으니 진정한 최후의 승자는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다. 플레이어는 "그 사람들 아직도 골프를 치는가"라고 비꼴 정도다.
올해 87세인 플레이어는 지난해 12월 열린 이벤트 대회인 PNC챔피언십에 출전, 이틀간 18언더파 126타로 공동 10위에 올라 여전히 건재를 과시했다. 메이저 대회 우승자들의 부자간 가족끼리 출전하는 이 대회에 20년 연속 개근했다. 그는 올해에는 처음으로 손자와 함께 필드를 누볐다.
윗몸 일으키기 하루 1000개 거뜬
아직도 40대에 버금가는 근육과 유연성을 갖고 있는 그다. 몇 해 전에는 잡지에 식스 팩이 확연한 상반신 누드 사진이 게재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도 매일 스트레칭과 윗몸 일으키기를 아침 저녁으로 500개씩 매일 1000개씩을 한다고 한다.
요즘에도 집 근처의 체육관에서 미친듯이 운동을 하는 그를 보면 나이를 잊게 만들 정도다. ‘미스터 피트니스(Mr. Fitness)’라고 불리는 PGA투어 원조 근육맨인 이유다. 꾸준히 운동하고 음식을 가려먹는 게 그의 건강 비법이다. 평소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이용하며 가급적 많이 걸으며, 은퇴 이후에도 쉼 없이 여행하고 체력 단련을 빼먹지 않는다. 68kg의 체중을 평생 동안 유지했고, 몸 관리를 철저히 해왔기에 지금까지도 필드를 누비는 것이다.
필드에서 여전히 강력한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플레이어는 에이지 슈팅(자기 나이보다 더 적은 타수로 18홀을 마치는 대기록)을 밥 먹듯 하는 것은 물론 수시로 60대 타수도 기록할 정도다. 플레이어는 1m69에 68kg로 작고 약한 몸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10대 때부터 꾸준히 피트니스를 했다. 젊은 시절부터 체력적 요인을 앞세워 오랫동안 명성을 날렸고, 평생 흘린 땀의 보상을 황혼기에 톡톡히 받고 있는 셈이다.
역경과 고난이 챔피언으로 만들어
그는 프로생활만 올해로 69년째다. 어렸을 때의 가난과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했다. 27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우승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1978년 마스터스에서는 최종 4라운드에서 7타차를 뒤집고 역전승하는 뚝심을 보였다. 74년 브라질 오픈에서는 ‘꿈의 타수’인 59타를 쳐 공식대회 최저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메이저대회를 9차례나 제패하고 역대 세 번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한 것)을 달성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이제까지 단 5명(진 사라센, 벤 호건,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에 불과하다. 플레이어가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것은 29살이었고, 그의 천재성과 열정을 엿볼 수 있다.
플레이어를 가장 빛나게 하는 것은 필드에서의 성적보다 뛰어난 인품이다. 그를 만나 본 사람들은 ‘늘 상대를 배려하고 누구에게나 친밀감을 느끼게 한 따뜻한 사람’으로 한결같이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는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지만 그의 인생은 가시밭길 그 자체였다. 그가 프로골퍼로서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었던 비결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난과 역경이 그를 챔피언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19가 많은 어려움을 주지만 운동 부족과 비만이 신체 건강에 더 위험하다고 강조하는 그다.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역경을 극복하려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다.
어머니는 8살 때 암으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금광으로 떠나 외로운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 당시 형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누나는 기숙학교에 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와중에 아버지가 대출을 받은 돈으로 골프 클럽을 마련하게 된 플레이어는 세계 최고의 골프선수가 되기로 다짐했다.
집안의 살림살이를 잘 알았고, 어렵게 살다보니 일찌감치 철이 들었다. 14살 때부터 골프를 치기 시작한 그가 PGA투어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50년대 후반이다. 프로골퍼들에게 ‘꿈의 무대’인 오거스 타내셔날 골프클럽(마스터스가 열리는 코스)을 한 번만이라도 밟는 게 소원이지만 플레이어는 역대 최다인 52번이나 마스터스에 출전했다.
선수 은퇴 후엔 코스 설계로 맹활약
어린 시절의 외로움 탓에 6명의 자녀에 무려 24명의 손자를 두고 있는 플레이어는 은퇴 후에는 골프 코스 디자인 회사를 차려 전 세계에 400개가 넘는 코스를 설계한 코스 설계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골프 하나로 큰 부와 명예를 이룬 그는 오래전에 소외된 계층의 어린이들 교육을 위한 플레이어 재단을 만들었다. 교육재단을 만든 지는 벌써 39년이나 됐다. 자신의 고향인 요하네스버그에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를 설립해 500명 이상의 어린이를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그는 개교 30주년을 기념해 골프 자선행사를 벌여 6000만달러(한화 약 740억원)의 기금을 모아 기부하기도 했다.
나이 90을 바라보는 그가 아직도 골프 코스 디자인 사업, 의류 사업을 왕성하게 벌이는 것은 오로지 보다 많은 불우 아동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노병’ 플레이어를 열심히 응원하고 격려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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