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 자화자찬 낭패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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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집값 안정

배태용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1-10 23:02:35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0년 7·10 대책 두 달 후인 9월, 서울 집값이 하락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당시 김 전 장관은 3기 신도시 중심의 수도권 사전 청약 6만 가구 공급이 패닝바잉을 잡고 집값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20년 하반기에 김 전 장관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집값이 많이 올랐다. 당시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 집값이 많이 오른 해가 됐다. 집값 하락에 대해 확신과 같은 자신감을 드러낸 김 전 장관은 결국 마지막까지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각종 실언으로 시장만 자극함으로써 전문성 부족을 입증한 채 쓸쓸한 퇴임을 맞이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 총리가 2020년 김현미 전 장관과 비슷한 모습이 보여 주목된다.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 이후, 서울·수도권 아파트 거래 위축이 심화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과 홍 부총리는 그동안 이뤄져 왔던 집값 상승의 고삐가 멈췄고 본격적인 하락장이 도래할 것이라며 자찬하는 등 다소 경솔한 모습을 거듭해서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3일 ‘2022년 신년사’에서 “최근 주택 가격 하락세를 확고한 하향 안정세로 이어가면서, 실수요자들을 위한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라며 “다음 정부에까지 어려움이 넘어가지 않도록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도 한술 떠 이달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 회의에서 “서울, 수도권, 전국으로 매수심리 위축이 연쇄 확산하고 가격 하락 지자체 수도 지난해 11월 첫째 주 6개에서 12월 넷째 주 30개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지역과 무관하게 하향 안정세로의 전환에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홍 부총리가 이러한 주장을 하기엔 하락 안정을 이어갈 만한 동력의 요인이 불분명하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집값 보합세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기준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대통령 선거 불확실성에 따른 공포가 현재의 보합세의 주요 요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중 ‘대통령선거의 불확실성’과 ‘대출 규제’는 보합의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언제든 상승 흐름으로 전환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현재 거래 위축이 대출이 나오지 않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대통령선거 이후 대출 규제 흐름이 완화된다면 다시 패닉바잉을 일으키기에도 충분하다.

실제로 현재 시장에서는 대출 때문에 집을 사고 싶어도 못사는 것이라고 한탄하는 목소리를 쉽사리 듣곤 한다. 대선 결과에 따라, 혹은 정치 논리에 따라 대출 기준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채 무작정 내리고 있다고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당장 몇 주 째 보합세를 기록한다고 하락 전환이 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가 수장으로서, 그리고 참모로서 무책임한 발언이나 다름없다. ‘아니면 말고’ 식의 발언만 내놓아 시장의 반발 심리를 일으켜 호가 중심으로 집값이 오른 2020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임기 막바지, 무책임한 실언보다 변수에 대비해 집값 안정 꾀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배태용 tyba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