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간 블루오션에 너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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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 가상 인간

가상인간 블루오션에 너도 나도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1-18 22:35:55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메타버스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가상 인간도 떠올랐다. 신한라이프 광고로 화제가 된 ‘로지’가 있고 롯데홈쇼핑이 개발한 ‘루시’도 화제가 됐다.

가상 인간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실존 인물과 구분되지 않는 외모를 가졌으며 시공간의 제약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처음부터 기업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기업과 어울리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쉽고 과거의 행적이나 사생활로 인한 논란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가상 인간은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광고시장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은 내년까지 1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 중 상당수는 가상 인플루언서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이 지나면 가상 인간이 연예인을 대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너도나도 가상 인간을 내놓고 있다. LG전자가 만든 가상 인간 래아는 미스틱스토리와 업무협약을 맺고 가수로 데뷔한다. 카카오게임즈 산하 기업 넵튠은 가상인간 ‘수아’를 제작해 유니티코리아와 광고 모델 계약을 맺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가상 인간을 내세우고 있고 지금도 가상 인간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기업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블루오션이었던 분야가 시간이 지나면서 뛰어드는 사람도 많아지며 레드오션이 되듯이 가상 인간이 늘어날수록 가상 인간끼리의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가상 인간이 인기를 얻은 요인 중 하나는 신선함이다. 가상 인간이 처음 시도됐을 때는 실제 인물처럼 보였던 사람이 가상 인간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충격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었다.

반면에 요즘 나오는 가상 인간들은 그런 충격을 주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사람들이 가상 인간이라는 개념에 점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가상 인간을 보는 인식은 이미 “저 사람이 가상 인간이었다고?”에서 “요즘 가상 인간 마케팅 많이 한다던데 저기도 가상 인간 만드나 보네”로 이동하고 있다.

가상 인간의 매력적인 외모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설정들도 시간이 갈수록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다른 가상인간들도 만만치않게 매력적인 외모를 갖추고 요즘 트렌드에 맞춰서 나오기 때문이다.

가상 인간의 직접적인 비교 대상은 연예인이다. 연예인들은 이미 가상 인간과 비슷한 고민을 겪고 있다.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연예인은 많고 끼와 실력을 갖춘 연예인도 많다. 그러나 대중의 인기를 끄는 연예인은 소수고 지금도 재능 있는 많은 연예인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무명으로 머무른다.

그렇기 때문에 연예인들은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어필하고 남들과 다른 특이한 요소들을 내세운다.

가상 인간이 연예인을 대체한다면 연예인들의 고민도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된다. 가상 인간을 내세우는 기업들은 요즘 가상 인간이 뜨니까 우리도 해보자는 생각을 버리고 자기가 내세우는 가상 인간이 다른 가상 인간과 무엇이 다른지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더 매력적이고 다른 가상 인간으로 대체될 수 있는 강력한 한방을 갖춰야 다른 가상 인간을 누르고 새 시대의 스타가 될 수 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