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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신라젠 상장폐지 결정

한국거래소, 스스로의 책임부터 돌아보라

기사입력 2022-01-19 23:02:40

 
▲ 한원석 금융부 팀장
 
한국거래소(거래소)가 신라젠에 대해 거래정지 조치를 한데 이어 18일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신라젠 거래가 정지된 2020년 5월4일 이후 무려 20개월 만이다.
 
같은 해 11월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상장적격성 심사에서 ‘개선기간 1년 부여’를 결정했다. 이에 지난해 7월 신라젠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875만주를 취득한 엠투엔을 새로운 최대주주로 맞은 뒤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원의 자본을 조달했다. 개선 기간 종료 후인 지난해 12월21일 거래소 측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했다. 당시 주주들 사이에서는 상장유지 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거래소는 “신라젠이 제출한 개선 계획 이행내역서를 확인한 결과 영업 관련 개선 계획이 이행되지 않았다”며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신라젠의 최대주주가 바뀌고 1000억원의 자본을 확보했지만 신약 제품군의 감소로 기업 가치 유지가 어려워지면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거래소가 최종적으로 신라젠의 상장 폐지 결정을 내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 투자자들이 입는다는 점이다. 신라젠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2020년 말 기준 17만4186명에 달한다. 비율로는 99.98%다. 이들은 전체 신라젠 주식의 92.6%인 6625만3111주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거래소가 신라젠의 거래를 정지시킨 이유는 신라젠 경영진이 불법행위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2020년 6월 검찰은 당시 문은상 대표를 비롯한 신라젠 경영진이 총 1918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얻고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등의 혐의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결국 지난해 8월 1심 법원은 “신라젠과 자본시장에 심각한 피해와 혼란을 야기했다”면서 문 전 대표에게 징역 5년과 벌금 35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거래소 규정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 발생은 상장적격성 심사 사유에 해당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문제의 경영진은 이미 해임된 상태다. 경영진 교체를 포함해 신라젠은 거래소가 요구한 개선사항 3가지를 모두 완료했다.
 
더욱 큰 문제는 애초에 거래소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원인과 검찰이 기소한 사안 모두 신라젠 상장 이전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다. 상장 이전에 발생한 범죄 행위를 개인투자자들이 사전에 감지하고 회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방법은 사실상 전무하다.
 
정작 이를 살펴봐야 할 거래소는 2016년 기술특례 상장제도에 따라 ‘AA’라는 전례를 찾기 힘든 평가를 내리며 신라젠을 코스닥에 입성하도록 했다. 거래소라는 공적인 기관이 ‘문제없다’며 신라젠을 보증한 셈이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기업의 기술력을 외부 기관을 통해 심사한 뒤, 그 우수성이 입증되면 상장을 위한 실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이 같은 제도 특성은 오랜 개발 기간과 막대한 비용이 요구되는 신약 개발 성공까지 별다른 매출 발생이 어려운 제약·바이오업종이 수혜받기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2005년 3월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 상장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은 많은 회사들이 제약 바이오 업종에 속했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소가 투자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것은 상장을 승인한 거래소 스스로의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상장할 때는 문제없다고 승인해 놓고 이제 와서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 것은 투자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번 결정으로 곧바로 신라젠이 상장폐지 되지는 않는다. 최종 상장폐지 여부는 영업일 기준 20일 이내에 열리는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는 물론 또다시 개선 기간 부여 등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 상장폐지 결정이 나오더라도 신라젠은 이의제기를 통해 한 번 더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재심 결과를 뒤집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만약 신라젠이 불복 소송을 낼 경우 법원이 상장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3일 열린 올해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코스닥과 코넥스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면서 “시장 참가자의 확실한 신뢰를 기반으로 건전한 성장을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참가자의 신뢰는 거래소가 자신의 책임을 제대로 짊어질 때부터 비로소 이뤄질 것이다.

 [한원석 기자 / wshan@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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