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뚱맞은 이재명 후보의 ‘4년 중임’ 개헌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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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 욕설’ 파문 덮기 위해 이슈전환용 의구심
안철수 “중임제는 대통령 8년 하겠다는 주장”
국가 백년대계·국정운영시스템 변화 신중해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1-20 23:42:02

개헌이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년 중임제 개헌’을 띄우면서 권력 구조 개편 논의가 재점화됐다. 청와대로 권력이 쏠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끝내자는 개헌 제안을 이 후보가 공개적으로 던진 것이다. 이 후보는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개헌하는 대신 대선과 총선·지방선거 시기를 맞추기 위해 차기 대통령 임기 1년 단축도 주장했다.

한마디로 대선을 코앞에 두고 개헌을 꺼낸 저의가 의심스럽다. 장영하 변호사가 공개한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 파문을 덮기 위해 이슈 전환에 나섰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개헌 제안이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얕은꾀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말마따나 현재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4년 중임제가 되면 권한을 총동원해서 재선될 것이기에 대통령을 8년 하겠다는 주장과 다름없다.

개헌론이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향후 대선 흐름에 따라 언제든지 화두로 다시 부각될 수 있다. 후보들이 나서는 대선 TV토론에도 ‘제왕적 대통령’의 부작용을 막을 권력 구조 개편 문제가 주제로 들어갈게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4년 중임제 개헌 추진 의사’를 밝혔다. 2017년 19대 대선 때는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가 ‘4년 중임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4년 중임제·통일 후 의원내각제’ 개헌을 주장한 바 있다.

현행 헌법은 1987년도에 개정돼 35년간 변한 시대정신이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작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저성장·양극화, 저출산·고령화의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고 미증유의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고 있다. 대통령 임기(5년)와 국회의원 임기(4년)가 다르기에 불규칙하게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총선거가 치러지는 ‘이격 현상’의 문제점도 노정돼 있다.

더구나 우리 정치는 정치지도자들의 대화와 타협이라는 관용정신(톨레랑스) 결여 탓도 있지만, 제왕적 대통령제와 중앙집권적 정치체제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이 일상화 됐다. 국가적 정책현안을 함께 토론하고 책임지는 정치는 실종됐기에 정치 회복과 민생을 위해서라도 개헌 당위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개헌은 신중해야 한다. 개헌은 국가 백년대계 곧 국정운영시스템을 전환하는 일이다. 개헌을 통해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 다수당과 소수당이 견제와 균형, 대화와 소통을 통해 분권과 협치를 제도화하는 선진국형 틀을 구축하는 일이기에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과제는 시기와 권력구조, 선거구제, 세계화·지방화시대에 걸맞은 지방분권적 개헌 방향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방적 관계가 아닌 밀접한 소통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설정하는 게 선결요건이다.

이처럼 시대흐름을 담는 헌법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의 ‘정략적 개헌’ 추진은 용납될 수 없다. 개헌 논의를 하더라도 경계할 사항이 적잖다. 예컨대 우리 헌법상 대통령도 개헌 발의권이 있으나 오해와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안에 개헌특위를 만들지 말고, 국회 개헌특위를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 물론 여당의 수적 우위에 근거한 밀어붙이기가 아닌 ‘여야 합의(合意)’에 의한 개헌 추진을 대전제로 해야 한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여권이 지난 5년간 간헐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 한국사회의 체제변혁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런 개헌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을 확인코자 한다. 개헌 문제는 대선이 끝나고 진지하게 여‧야, 국민적 합의로써 도출할 문제다. 헌법 갖고 장난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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