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디지털화폐 모의실험서 제조·발행·유통 정상 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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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까지 2단계 결제·보안 등 실험… 이후 실제 환경 구현 가능성 점검

김학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1-24 16:18:33

한국은행이 실시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CBDC) 모의실험에서 제조·발행·유통 등의 기본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결제 등 다양한 추가 기능 구현 및 신기술 적용 가능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24일 한국은행(한은)은 지난해 말 CBDC 모의실험 연구사업 1단계를 완료하고, 2단계 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CBDC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전자적 형태의 화폐로 가상자산과 달리 가치변동 없이 동일한 비율로 현금과 교환이 가능하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CBDC의 기술적 구현 가능성 등을 점검하기 위한 모의실험을 그라운드엑스에 맡겨 수행하고 있다. 1단계에서는 CBDC 모의실험 환경을 조성하고 CBDC 기본 업무에 필요한 IT시스템을 구현했다. 중앙은행이 제조·발행하고 참가기관이 이용자에게 유통시키는 혼합형 CBDC 운영 방식으로 구축됐다.

CBDC 시스템은 크게 ‘한국은행 시스템’, ‘참가기관 시스템’, ‘이용자 시스템’, ‘(가상)대외 시스템’ 및 ‘원장관리 시스템’으로 구성되며, 각 시스템은 다시 세부 업무에 따라 하부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CBDC 제조·폐기 시스템은 인터넷이 단절된 한국은행 내 보안구역에 설치된 전산 기기에서 복수의 업무담당자 승인을 거쳐 CBDC를 제조·폐기한다. 발권 시스템은 한국은행이 참가기관의 지급준비금과 CBDC 잔액을 조정해 참가기관에 CBDC를 발행하거나 참가기관으로부터 환수한다.

유통 시스템은 참가기관이 이용자의 은행예금과 CBDC 잔액을 조정해 이용자에게 CBDC를 지급하고, 이용자가 보유한 CBDC를 다른 이용자에게 송금하는 데 모바일 앱(app)을 활용한다. 원장 관리 시스템은 이더리움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여타 상용 블록체인 플랫폼과 무관하게 한국은행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허가형 분산원장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2단계 사업에서는 인터넷 통신망이 단절된 상태에서의 송금 및 대금결제(오프라인 결제), 디지털자산 거래, 국가간 송금 등의 추가 기능을 구현하고, 개인정보보호 강화기술, 분산원장 처리성능 확장기술 등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CBDC 송금인과 수취인의 전산기기(모바일기기·IC카드 등)가 모두 인터넷 통신망에 연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해당 기기에 탑재된 자체 통신 기능으로 거래가 가능토록 구현한다.

인터넷 통신망에 연결돼 거래 내역이 분산원장에 기재되는 CBDC와 달리, 모바일 기기 등의 안전한 저장 공간(Secure Element)에 저장돼 오프라인 거래에 사용될 수 있다. 이는 통신사 장애, 재해 등 민간의 지급결제 서비스를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실물 화폐와 함께 백업 지급 수단으로 활용 가능하다.

여타 분산원장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디지털예술품, 저작권 등을 CBDC로 거래할 수 있도록 관련 기능을 지원한다. 이종 분산원장과 연계해 토큰화된 자산의 소유권과 대금의 동시결제에 CBDC를 활용한다.

다른 국가 CBDC 시스템과 연계해 국가 간 송금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표준(prototype)도 개발한다. 각국 중개기관 간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양국의 CBDC를 교환해 외환을 송금하는 방식이다. 또한 CBDC 거래 처리 성능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이용자의 주요 민감 정보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 강화기술(Privacy Enhancing Technologies) 활용 방안을 점검한다.

CBDC가 다양한 지급결제 서비스를 지원할 충분한 성능이 확보되도록 분산원장 처리성능을 확장하는 기술의 적용 가능성도 검증한다. 메인 분산원장 네트워크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별도의 거래 네트워크를 구축해 해당 네트워크에서 대량의 거래를 우선 처리하고 이 결과를 메인 분산원장 네트워크에 전송하는 롤업(rollup) 등 레이어(Layer)2 기술을 검증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단계 사업으로 CBDC 기본 기능을 구현했으나 실제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구현 가능한지 여부를 추가적인 실험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더불어 CBDC를 실제로 발행하려면 시스템의 보안성(security), 확장성(scalability),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등의 측면에서 충분한 테스트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2단계 사업이 종료되는 6월 이후 CBDC 모의실험 연구사업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CBDC 모의실험 환경을 실제 서비스 환경과 유사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금융기관 등과 협력해 활용성 실험 및 기술 검증을 확대 수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 1분기 중 금융기관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연계 실험 세부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김학형 기자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