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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주 주가가 다시 주춤거리고 있다. 연초 금리인상 호재를 맞아 급등했지만 상승세를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등은 18일부터 24일까지 각각 4.7%, 1.4%, 2.4%, 2.7% 떨어졌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2.5%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내달 초 발표할 예정인 4분기 실적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흐름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총 14조944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11조2005억원)보다 무려 33.4%나 급증한 규모다. 특히 KB금융과 신한지주의 경우 사상 처음으로 나란히 순이익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각각 3조원, 2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앞두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외국인의 순매도다. 외국인은 지난주까지 은행주를 순매수했지만 24일엔 우리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을 240억원 가까이 팔아치웠다. 금리인상 호재가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돼 매도매물이 출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르게 생각하면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없다면 은행주는 ‘빈껍데기’라는 얘기다.
실제로 은행주는 코로나19 이후 남들이 급등할 때 제자리걸음을 이어갔다. 4대 금융지주는 높은 실적을 거뒀음에도 최근 2년 간 평균 19% 오르는데 그쳤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34.3% 오른 것보다 한참 모자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렇다보니 밸류에이션도 글로벌 은행주 중에서 최하위 수준이었다. 국내 은행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0.42배, 4.7배에 불과했다. 미국 은행주 (1.44배·14.1배), 중국 은행주(0.77배·6.2배), 일본 은행주(0.46배·8.3배), 유럽 은행주(0.75배·9.7배)와 비교해도 저평가 받는 걸 알 수 있다.
원인은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관치금융을 빼놓을 수 없다. 은행주는 규제산업이라는 이유로 정부 정책에 자주 휘둘려 외국인투자자로부터 불확실성이 크다고 여겨진다. 지난해 정부가 금융지주사에 배당 축소를 권고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배당은 상장법인의 고유한 권한인데도 정부는 은행주의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강제해 억지로 주주환원정책을 축소했다. 높은 배당수익률로 먹고 사는 은행주로서는 큰 타격이었다.
올해도 이러한 방침은 변함없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에 대손충당금을 더 늘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부채 등 부실에 따른 충격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은행들이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충당금은 부실 대출금을 미리 비용으로 처리해 쌓아둔 돈이다. 은행들이 충당금을 많이 쌓으면 당장 당기순이익과 배당이 줄어들 수 있다. 금리인상 수혜주, 배당주로 주목받는 가운데 배당성향이 줄어든다면 주가에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관치금융으로 인해 주주권익이 다시 훼손될 수 있다.
앞으로도 걱정이다. 대선주자들은 금융산업 발전을 다루기보다는 금융사 희생이 불가피한 공약을 제시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1000만원 이내 돈을 언제든지 장기간 은행 금리 수준으로 빌리고 갚을 수 있는 청년기본대출을 꺼내들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소비자 금융부담 완화를 내세우며 은행 예대금리차를 투명하게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시황을 고려해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예대금리에 국가가 개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금융사를 단순히 ‘나라의 곳간’ 또는 돈 빌려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대한민국 금융의 미래는 없다. 은행주 주가도 뛰어오르기 힘들다. 금융산업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고 정부가 금융사 경영에 간섭하는 일을 줄여야 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회사들이 즐비한 우리나라에서 왜 전 세계에 내놓을만한 금융사가 없는지 금융당국은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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