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특별시와 광역시에 이어 특례시가 출범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가 이에 해당한다고 하는데 실제 도시에 사는 이들의 삶 안에서 어떠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도시의 규모가 성장하고 살기 좋은 환경을 구축해나가는 흐름 안에서 지방자치제도의 발전과 도시의 관계 또한 관심이 집중된다.
1995년도의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에 우리나라는 1990년대 비로소 지방 시대에 돌입했다. 도시의 경쟁력이 중요해지면서 도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지역 문화를 통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정책이나 활동들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도시의 주요 랜드마크가 도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빌바오 효과에서 잘 알고 있듯이 도시의 발전과 문화시설의 관계에 90년대 이후 더욱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다. 글로벌 도시 경쟁력을 평가하는 다양한 지표 안에서도 문화적인 교류 수준에서 박물관은 도시 경쟁력에 있어서 가장 주요한 요소로 들어간다. 글로벌 도시 경쟁력을 평가하는 커니(美), 모리(日)재단에서도 도시 내 박물관 등 문화시설의 수를 도시경쟁력 지표에 반영하며 문화적 교류 수준과 도시경쟁력의 비례관계를 반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 박물관을 건립함으로써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기초한 지역 정체성을 정립하고 또 이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지역 발전과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88서울올림픽이나 대전엑스포, 부산아시안게임, 여수엑스포 등 주요한 국제 행사 개최로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무대에 우리나라 도시의 위상을 높이는 주축이 됐다.
해방 이후 인천시립박물관이 최초의 공립박물관으로 건립되며 지역도시박물관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인구 규모 및 재정자립 등 행정적인 도시가 구축되며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 시 주도의 도시 박물관이 속속 건립됐다. 인천시립박물관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공립박물관이다. 1945년도에 미군정관 홈펠과 동시대에 살았던 인천 지식인들의 영향으로 미학을 전공한 이경성 선생이 최초의 공립박물관을 인천에서 건립하게 됐다. 88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1984년 우리나라 박물관법이 제정된 것을 감안하면, 그 이전에 시립박물관이 만들어지고 58년에 시 단위의 박물관설치조례가 제정된 부분이 주목할 만하다.
주요 도시의 시립박물관 건립 배경을 통해 지역 소속감의 공간적인 실체화로서 시립박물관의 건립이 이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광주의 경우는 인천에서 지식인들에 의해서 설립된 것과 마찬가지로 먼저 광주와 전남 도민들의 성금을 통해서 광주 내에 작은 민속전시관이 만들어지게 됐다. 이 민속전시관을 틀로 광주시립박물관인 지금의 광주역사민속박물관이 만들어졌다.
부산박물관의 건립 배경에는 1970년도에 있었던 부산시장과 지역 기업인들 간의 간담회 자리가 효시를 이루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당시 상황을 묘사한 논문에 따르면, 한 참가자가 ‘지금 우리가 수출은 외국 상품을 모방하여 만드는 단계지만 향후 창의적인 상품을 만들어 수출할 수 있는 시점이 오는데 그 시점에 디자인이 큰 경쟁력이 될 것이고, 그 경쟁력을 위해서는 우리 부산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하나도 없는 게 아쉽다’고 하는 부분을 언급함으로써 수출 진흥과 연계하여 박물관을 거론했다는 배경이 있다.
대전의 경우에는 1989년 광역시로 승격된 이후에 대전엑스포 개최를 공식 발표하게 된다. 1991년도에 개최하려던 것이 93년으로 미뤄지긴 했지만 흥미로운 것은 같은 해에 대전시립박물관의 전신인 대전향토사료관이 개관했다는 것이다.
서울은 수도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시립박물관이 만들어졌을 것 같지만 의외로 2000년대 이후 도시박물관이 만들어진 곳 중 하나다. 논의의 배경에는 88올림픽 개최로써 당시에 다양한 도시 공간의 개조가 이뤄지던 시대상이 존재한다. 박물관 건립은 문화도시로서의 서울의 위상을 높이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견이 작용했다. 그러나 88올림픽의 전체 시 행정력이 집중되고 문화재와 관련한 경희궁지의 건축 변경 등의 이슈로 서울역사박물관이 개관되는 데에는 17년이라는 시간이 더 소요됐다.
시립박물관의 등장은 국가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박물관 제도를 지금 각각의 시 단위에서 운영하고 이끌어나갈 수 있는 틀을 만들었다. 또한 도시 정체성을 가시화하는 데에 공간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올림픽, 엑스포 등 국제행사를 통한 도시 발전이라는 1980년대의 성장 패러다임 하에 독립된 ‘도시’로서의 입지 구축 및 문화도시로서의 위상 확보를 위한 목적이 외부에서 발생했다.
박물관은 시에서 건립·운영하며 시민을 위한 공공시설로, 문화·교육 기관으로 기능한다는 면에서 도시 정체성 형성을 위한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이로써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것을 넘어 도시 정체성 형성 및 차별화 방안의 일환으로 도시 경쟁력 확보의 도구로서 기능, 도시 형성에 지역 사람들의 의지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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