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세우기, 건강과 자존감의 핵심 중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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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생은 왜, 앉은 자세에서 엿보일까

김성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2-11 09:30:57

사람들 속에 앉아 있거나 홀로 앉아서 명상을 하거나, 척추가 곧게 펴져 있지 않은 고요함이나 평화는 상상하기 어렵다. 정좌 자세는 척추의 건강성과 관계가 깊다. 건강성은 물론 육체적인 면만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허리를 곧게 편 자세는 사람의 기품이나 위엄과도 연관이 있다. 척추는 곧 뇌와 연결되고, 뇌는 정신의 생산 공장이기 때문이다.

10여 년이 지난 일이다. 나는 인터뷰어였고, 75세 어른을 만나러 갔다. 너른 정원과 나무 그늘에 주인공의 가족들이 원탁을 앞에 두고 앉아 있었다. 십여미터는 떨어진 거리인데도 나는 그를 금세 알 수 있었다. 나무 그늘 의자에 앉은 그의 자세에서 소위, 기품이라고 할 만한 분위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맨 처음에는 그를 이 집안의 아들이라고 판단했다. 커다란 원탁에 5명 가족이 앉아 있는데, 일행에게 다가가는 동안 내가 착각했음을 알았다. 오늘 주인공과 함께 만나기로 한 사람이 모두 5명인데, 아들인 줄 알았던 분이 바로 오늘 인터뷰를 하기로 한 그 노인이었다.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저만치서 보고 어르신을 이 집안 아드님인 줄 알았습니다.” 그는 허허허 웃었다. 그의 아내가 말했다. “젊었을 때는 동네에서 소문난 약골이었는데 한바탕 큰 고비 넘기고 관리를 하신 거죠.” “아, 그렇군요. 지금은 도무지 나이를 알아볼 수 없겠는데요?” 그가 말했다. “그건, 아마 척추 때문일 거요. 내가 40대 중반에 척추를 다치다 보니 그 후에는 자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소.” “그러니까, 선생님은 본인의 자세 때문에 젊어보이신 거라고 보시는 군요?” “아마, 사실이 그럴 거요. 우선은 몸이 아파서 방어적으로 척추를 반듯하게 펴고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바로 그 자세 덕분에 건강도 회복되고 음성도 유지되고 걷는 힘도 생기는 것 같아요.”

인터뷰 주제가 건강은 아니었으므로 이야기는 그 정도에서 그쳤다. 재미있는 것은 세월이 흐른 후 그 인터뷰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보다는 그날 인터뷰 대상이셨던 그 분과 나눈 몸 자세와 척추 이야기가 지금도 또렷하다. 90분 가까이 진행된 질의응답 동안에도 그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대는 법이 없었다. 나는 그의 자세가 얼마나 편안하고 지속 가능한 모습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와 같은 자세를 계속 유지하지 못했다.

곧게 편 척추는 휴식상태를 일컫는다

척추는 두뇌와 연관이 깊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정신 작용의 기둥이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다. 사람의 두뇌가 형성되는 시발점이 척추이기 때문이다. 한 생명이 모태에 착상한 지 28일째부터 두뇌는 척추에서부터 생장한다. 척추의 생장은 곧 두뇌 물질의 성장이다. 두개골부터 꼬리뼈까지 두뇌 물질과 다름없는 연수가 차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두뇌의 근원이 척추뼈라는 사실은 주목해야 할 내용이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즐겼던 사람의 두뇌 회전이나 건강성이 더 좋다고 한다. 운동을 즐기며 성장한 아이는 그만큼 두뇌 운동을 활발히 한 셈이니 당연한 결과다. 의학계에 의하면 척추를 많이 씀으로써 두뇌에 전해지는 자극이 활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명상터에서 곧잘 듣는 이야기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도 정좌 자세고, 가장 오랫동안 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정좌 자세다. 이 말의 핵심은 물론 척추에 있다. 두 다리를 접고 앉은 상태에서 다리의 위치를 강조하는 경우는 드물다. 다리의 위치는 오히려 그 사람의 심리 상태보다는 다리 접기의 습관, 현재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척추를 곧게 편 상태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효험을 드러낸다. 곧, 척추를 구부정하게 한 상태에서는 단 15분도 같은 자세를 유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구부정한 자세는 외견상으로도 불건강해 보인다. 사람의 심신이 허약해지면 허리부터 굽어지기 시작한다. 몸 안의 장기 중 어느 하나가 심각하게 손상되었거나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40세 이후부터 척추가 휘는 것으로 보고 된다. 그렇게 자연 상태에서 방치하면 통상 10년에 1센티미터 이상 키가 작아진다.

척추가 곧다는 것은 편안한 휴식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짐승은 싸움을 하거나 강한 긴장 상태에서 척추를 활처럼 움츠린다. 반면에, 누운 상태에서는 척추를 곧게 편다. 휴식과 긴장의 차이가 보이는가. 앉아서 척추를 곧게 펴고 있다는 것은 척추와 몸의 휴식을 의미한다. 즉, 정좌 자세로 척추를 펴고 있는 것 자체가 최적화된 휴식 상태이다.

무엇보다도 곧게 편 척추와 바른 자세는 당신의 심리 상태를 현재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 당신의 척추는 방치되고 휘어진다. 탄력성을 잃은 스프링처럼 척추는 늘 머리의 무게뿐만 아니라 생각의 무게에도 짓눌려 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자각 즉, 알아차림과 비자각 상태는 당신이 앉거나 섰을 때 척추 선과 머리 선에서 낱낱이 드러난다. 어쩌면, 상대는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도 그런 당신의 상태를 어지간히 읽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만약 사업적인 이유로 누군가를 만날 때, 당신이 취한 척추 라인은 심리적인 패(牌)다. 상대는 당신의 몸짓 언어부터 읽게 될 것이다. 상대가 설사 당신의 내심을 읽고자 하지 않더라도 무의식적으로 감추고 있는 당신의 패가 자신감이라는 패인지, 뭔가 위축된 패인지, 이미 드러나 있지 않겠는가. 척추 세우기! 이것은 정좌 명상의 기본이기 전에 건강 유지와 당신의 자존감을 세우는 데 핵심 중추라고 할 수 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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