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칠은 어떻게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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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의 지구촌 IN & OUT

이혁재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3-01 10:37:48

지도자의 목적 의식이 명확하면

국민은 전쟁 속에서도 안심한다

지도자가 위대한 국민을 믿으면

국민은 위대한 역사 만들어낸다

전에 없이 어지러운 대한민국을 짧게 표현하자면 ‘국난’이다. 그리고 80여년 전 국난의 절정에 있던 나라가 영국이다. 유럽을 집어 삼키던 나치 독일이 마침내 영국에 총칼을 겨누고 있었다. 당시 영국 상황은 “전쟁하자는 거냐”는 주화파와, “우리는 항복 않는다”는 주전파로 격렬히 갈려 있었다. 요즘 우리와 비슷하다. 그래서 당시 그 나라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이 어떻게 했는지 알아보는 건 의미가 있다고 본다.

주화파와 싸우던 처칠

처칠이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확실한 건 그가 국난 탈출을 이뤄낸 총리였다는 사실이다. 처칠 관련 서적들을 읽다보면 2가지 눈에 띄는 능력이 발견된다. 첫째 소통 능력, 둘째 확고한 역사관이다.

소통이란 것이 말 잘하고 국민과 빈번히 대화하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지도자의 존재 자체가 소통이어야 한다. 기준을 너무 높게 잡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집 밖에 포탄이 떨어져도 지도자를 생각하면 신뢰감이 생기고 안심이 되며 그의 뜻이 전해지는 것. 그게 국난기의 소통 같다.

국난 때는 국민 사이에 분열이 생기고 주저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자신이 놓인 처지를 이해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이 그랬다. 그래서 국난 때 지도자는 먼저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져야 하고 그걸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전쟁이건, 천재지변이건, 전염병이건, 경제위기건 국가가 추구해야할 목표가 무엇인지를, 뭘 극복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인식하고 국민에게 말해야 한다.

최상의 시간

지도자는 국난 속에서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목표를 이뤄내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는 타협이나 항복이 아니라, 나치 독일에 승리하는 것이라고 확고히 설정한 것이 처칠이었다. 이어 한 일이 그 목표를 확실히 국민에게 전하는 것이었다. 목표를 정확히 전하는 소통 수단이 그의 연설이다.

처칠의 연설은 국민에게서 주저함을 씻어줬다. 국민을, 국력을 결집시켰다. 주화파가 격렬히 평화협상을 주장하는 가운데 독일과의 전쟁을 자유민주주의와 폭정간, 선과 악 사이의 대결이라고 소통했다. 국민에게 전쟁의 의의를 설명하고 이해시켰다. 상징적인 것이 1940년 6월18일 하원 연설이다. 프랑스가 독일 앞에 붕괴되고 영국이 홀로 독일의 예봉을 견뎌내야 하는 최악의 순간을, 처칠은 ‘최상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이제 영국의 전투가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이 전투에 기독교 문명의 생존이 달려 있습니다. 이 전투에 우리 영국인의 생활과 우리 체제와 우리 제국의 영속성이 걸려 있습니다. … 우리가 히틀러와 맞설 수 있다면 유럽 전체는 자유를 찾게 될 것이고 이 세계의 삶은 밝은 햇살이 비치는 저 높고 넓은 곳을 향해 전진할 것입니다. … 만약 대영제국과 연방이 천년간 계속된다면, 사람들은 바로 지금이 최상의 시간이었다고 말할 것입니다.”

빈부를 뛰어넘는 지도자의 품격

2차대전 당시 처칠의 연설 방식은 구시대의 유물이었다. 영국 국민은 처칠의 거창한 웅변보다, 체임벌린 외무장관 등 서민풍의 평이한 말투를 선호하고 있었다. 미증유의 국난을 맞아 그의 웅변이 국민에게 힘을 준 건 연설의 양식보다 처칠이 연설에 담고자 한 내용 덕분이었다. 하지만 사실은 연설보다, 처칠이란 존재 자체가 소통의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었다. 의회에서의 자신감 있는 토론, 폭격 피해지 시찰, 전방부대 방문, 정상외교 등 갖가지 역사적인 장면에 처칠은 모습을 드러냈다. 국민은 처칠, 아니 영국의 리더십이 왜 그 장소에 있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며 지도자와 소통했다. 그런 소통은 국민을 안심시켰다. 그래서 고급 위스키 좋아하고 태생적으로 귀족 가문인 처칠이 서민 코스프레 하지 않고 빈민촌에 나타나도 서민들은 “처칠 아저씨”라며 환성을 질렀다.

확고한 역사관 가져야

처칠이 갖춘 또 다른 능력이 확고한 역사관을 갖는 것이었다. 역사관을 중시했다고 전례만 따르거나 개혁을 기피하진 않았다. 지도자가 국가 존망의 위기에서 결정을 내려야만 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그가 자기 나라와 국민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느냐이다. 자기 국가와 국민에 대한 이해가 바로 역사관이다.

1940년 5월13일 히틀러의 임박한 침공 앞에서 처칠은 의회에 섰다. 연설에 앞서 로마 시대부터 이어진 섬나라 영국과 대륙의 싸움, 그 싸움에 참여해온 국민의 역사를 되돌아봤다.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고난과 희생의 세월을 생각하며 국민에게 호소했다.

“우리는 끝까지 갈 것입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의 섬을 지킬 것입니다.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며, 우리는 착륙지점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들판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언덕에서 싸울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

국가존망 위기에 몰린 처칠은 현실적인 해결책을 필사적으로 찾는 한편으로 역사에서 교훈을 구하려 했다. 히틀러의 협박에 몰렸을 때 전임자들은 1차대전 역사에서 교훈을 찾으려 했지만, 처칠은 대영제국의 천년 영광을 구축한 선인들에게서 답을 구했다. 그 결과 역사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된다.

역사에 대한 신뢰는 국민 신뢰로 연결됐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온 국민의 위대한 승리의 역사를 알기에 처칠은 국민을 신뢰했고, 국민은 그런 처칠을 신뢰했다.

국민의 신뢰 위에 선 리더십이 국난의 지도자 처칠을 성공시킨 비결이었다.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절박한 위기 앞에서 천 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현재를 ‘최상의 시간’이라 진단할 수 있는 역사의식과 정치 감각. 그게 지도자의 그릇이다.

과거와 현재의 역사가 싸우도록 내버려두면 미래 역사를 잃게 될 것이다. 이것도 처칠 연설에 나오는 말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상황에서 한번 살펴볼 만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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