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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40년 맞은 프로야구에 ‘돈 잔치’
2022 FA 선수 총몸값 1000억원 눈앞
코로나19 탓 적자 심화에도 몸값 폭등
근로소득자, 연봉 20억 하늘의 별따기
야구 선수들의 경제적 가치 따져 봐야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값을 얘기할 때 가끔 인용되는 영화가 있다. 2011년 개봉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머니 볼’이 바로 그것이다. 실화를 배경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머니 볼의 주인공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가치를 이끌어 내는 것, 즉 저평가된 선수들을 최대한 싼 값으로 데려와 최대의 경기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즉 경제논리와 일치한다. 빌리는 이것만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손꼽히는 가난한 구단인 오클랜드가 양키스와 같은 부자 구단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스타성에 치중 않는 게 머니 볼 전략
적은 예산으로 철저히 데이터에 따라 필요한 선수들을 영입해서 팀을 꾸렸지만 적은 정작 내부에 있었다. 인지도나 스타성에 치중하여 선수를 선발하고 운영하는 기존 시스템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다. 팀의 감독인 아트는 감독 고유의 권한을 내세워 빌리가 영입해온 선수들을 벤치 워머로 만들어버린다. 단장으로서 선수를 영입하고 방출하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빌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감독이 기용하는 선수들을 모두 트레이드 하는 초강수를 써 결국 그가 영입해온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만든다. 그의 과감한 머니 볼 전략은 결국 성공을 거둔다. 돈 없고 실력 없는 오합지졸 구단이던 오클랜드는 빌리 취임 이후에 골리앗 같은 부자 구단 팀들을 물리치고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이라는 기적을 일으킨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비록 좌절을 맛보지만 빌리 단장의 머니 볼 전략은 이후 명문구단 보스턴 레드삭스에게 도입되고, 레드 삭스는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다. 레드삭스로부터 단장직을 제안받은 빌리는 거액의 연봉을 뿌리치고 미처 꽃 피우지 못한 머니 볼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오클랜드에 남는다.
오랜 세월 이어진 관습과 틀을 바꾸는 것은 어느 분야에서건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다. 특히 스포츠 세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은 시스템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마음과 태도일 게다.
프로야구 선수들 몸값에 거품 논란
국내 프로야구 출범 40년을 맞는 2022시즌을 앞두고 이번 겨울 프로야구에는 ‘돈 잔치’가 벌어졌다. 이런 탓에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값에 대한 거품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야구 시즌이 끝나면 팀마다 새 시즌을 대비해 선수들은 물론 단장, 감독, 코치까지 활발한 이동이 일어난다. 방출도 되고, 새로 영입도 된다. 그중에서 가장 큰 관심은 자유계약선수(FA)들의 움직임이다. FA는 어느 팀과도 자유롭게 계약을 할 수 있기에 눈독을 들이게 된다.
올시즌 프로야구 FA 시장은 가히 매머드급이었다. FA 권리 행사를 신청한 선수 15명의 계약 총액 합계가 역대 최고인 989억원에 달했다. 총액 100억원 넘는 계약도 다섯 건이나 됐다. 2021년 FA 시장에선 선수 15명 계약 총액이 446억5000만원이었으니 1년 새 규모가 두 배 가까이 커졌다. FA 1인당 평균 계약액은 66억원에 이른다.
실제로 최근 4년간 FA 시장 규모는 계속 축소됐다. 2017년 FA 16명이 703억원에 계약해 정점을 찍은 뒤 2018년 19명이 631억5000만원을 받아 하향세를 탔다. 2019년에는 19명 490억원, 2020년에는 19명 401억2000만원으로 총액이 더 줄었다. 2021년 15명이 446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일부 스타급 선수들만 큰 돈을 버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해졌다.
올해 FA시장은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창궐한 코로나19 영향으로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재정 상태가 좋을 리가 없다. 두 시즌 동안 대부분 관중 없이 경기를 치러 관중 입장 수익이 크게 줄었고, 광고 수입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유니폼과 구단 굿즈 판매량도 바닥을 쳤다. 프로야구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면서 중계방송 시청률도 하락곡선을 그렸다. 야구단 곳곳에서는 신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야구 중계 시청률이 하락하며 중계 방송사들은 막대한 손해를 봤다.
프로야구의 인기도 하락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대표팀은 2020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친 뒤 대중의 관심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선수들의 몸값이 폭등하면서 거품 논란을 받게 된 것은 당연하다.
코로나19 탓에 재정 운영이 어렵다는 말은 ‘엄살’이고 거짓이었나 보다. FA 시장이 과열 양상으로 흐르면서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투자는 이젠 옛말이다.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한 9개 구단 모두 탄탄한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 적자 구단이다. 프로 구단에 엄청난 재원을 쏟아붓는 모기업의 형편도 결코 좋을 리가 없다. FA 계약 총액이 1000억원이라는 신기원을 눈앞에 두게 됐지만 그렇다고 프로야구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만의 잔치’라는 얘기가 들리는 이유다.
SSG는 평균 연봉이 2억7000여만원
FA 몸값뿐 아니라 게다가 최근 발표한 KBO리그 선수단 연봉 현황에 따르면 소속 선수 527명(신인 및 외국인선수 제외)의 평균 연봉은 역대 최고액을 경신한 1억5259원이었다. 연봉 20억원 이상을 받는 선수들도 4명이나 된다. 가장 높은 평균 연봉을 기록한 구단 SSG 랜더스의 평균 연봉은 무려 2억7044만원이나 됐다. 9052만원으로 가장 적은 평균 연봉을 기록한 한화 이글스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러한 기행적인 몸값 상승에 언젠간 구단이 망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올 정도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할 당시 A급 선수들 연봉은 4000만원 정도였다. 당시 잘 나가던 대기업 근로자들의 초봉은 25~28만원이었다. 연봉에서 무려 10배 이상의 차이가 났지만 운동 선수들은 정년이 없고, 자칫 부상 등으로 고작 30대 중후반에 은퇴할 것이기 때문에 근로 소득자에 비해 많은 연봉을 책정했다는 논리였다.
경제적 투자 가치 있는지 따져봐야
2022년 수능 응시자는 50만90821명에 달한다. 날고 긴다는 최상위 학생들이 소위 SKY(서울, 고려, 연세)대학에 진학하고, 대학 졸업 후 대기업 등에 입사해 30~35년 동안 월급생활을 하는 모범생이라고 해도 연봉으로 27억~30억원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억대 연봉만 해도 직장인들에겐 꿈이다. 국세청이 발표한 2015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억대 연봉 근로자는 100명 중 3명꼴인 52만6000명에 불과했으나 최근 대폭 증가해 2020년 근로소득세 연말 정산 신고 근로자 가운데 1억원을 초과한 근로자는 91만6000여명이었다. 그리고 근로자 1인당 평균 급여는 3828만원이었다. 그나마도 근로 소득자들에게 정년 보장이 힘들어진 지는 오래다.
근로 소득자와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값을 절대 비교·평가하려는 게 아니다. 머니볼의 주인공 빌리는 프로 세계에서 통념적으로 인식해온 ‘돈은 곧 성적’이라는 신념을 날려버렸다. 그 대신에 새로운 기준을 갖고 남들이 주목하지 않은 것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끊임없이 저평가된 가치를 찾아냈다. 12일 프로야구가 시범경기로 기지개를 켠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그 만한 경제적 투자 가치가 있는지를 곰곰이 되새겨 볼일이다. 프로야구단도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법인이며 주식회사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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