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고 싶은 미미 <2> 구조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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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아침 동화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3-08 09:43:08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깨어나 보니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 절벽 아래에 있었다. 어느 새 비는 그쳤다. 미미는 힘을 내어 끙 하고 몸을 일으켰다. 허리가 좀 아팠지만 일어서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깜깜한 숲에서 빗줄기를 헤치며 아빠를 찾아 나섰던 기억이 났다. 한순간에 엄마와 미미는 갑자기 정신을 잃고 만 것이다. ‘엄마는 어디 계실까?’ 몇 걸음을 옮기니 저 아래 큰 바위 옆에 엄마가 보였다. 엄마는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미미가 달려가 보니 엄마의 다리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엄마, 엄마 정신 차리세요! 거기 누구 없어요? 도와주세요! 누구든지 좀 도와주세요!” 미미는 엄마의 어깨를 흔들며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하지만 절벽 아래 큰 바위 옆에는 미미와 엄마밖엔 없었다. 비가 그쳤지만 몸이 온통 젖은 미미는 추위와 두려움에 오돌 오돌 떨고 있었다. ‘아, 어떡하지? 엄마는 다치셨고 아빠는 어디 계신지 모르고…. 이러고 있을 게 아니지, 어떻게든 엄마를 깨워야 해.’

미미는 다시 엄마를 흔들었다. 그래도 엄마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급해진 미미는 차가워진 엄마의 몸 위에 자기 몸을 비벼 대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엄마가 조금 움직이는 것 같았다. “엄마, 저 미미에요! 눈 좀 떠보세요!” 엄마의 동그란 눈이 조금씩 열렸다. “우리 미미구나,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여긴 어디니?” 엄마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우리 둘이 다 절벽 아래로 떨어졌어요. 저는 괜찮아요. 그런데 엄마 다리에서 피가 나요.” “우리 미미, 미미가 아니었음 어쩔 뻔했을까?” 엄마는 미미를 감싸 안고 흐느꼈다. “엄마 여기는 아무도 없어요. 누구도 우리를 도와줄 수 없어요.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겠어요. 엄마, 저한테 기대보세요. 일어날 수 있어요?”

엄마는 미미의 어깨에 기대어 섰다. 미미는 있는 힘을 다해서 엄마를 부축했다. 둘이서 그렇게 기대어 얼마나 걸었을까? 미미는 머리가 어지럽고 땅이 빙빙 도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있는 힘을 다해 엄마를 부축하고 걷던 미미는 가엽게도 정신을 잃고 풀썩 쓰러졌다. “미미, 미미야! 정신 좀 차려보렴!” 엄마는 쓰러진 미미를 안고 울부짖었다. 그때 풀숲에서 바스락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 누구 없어요~ 우리 미미 좀 살려 주세요!” 엄마는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풀숲에서 고개를 내민 것은 옆집 다람쥐 아저씨였다. “아니, 미미 엄마, 이게 무슨 일이에요? 미미 엄마는 피를 흘리고 있고 미미는 정신을 잃었고! 어쩌다가 이런 일이….”

바바 아저씨는 겨울 휴가를 준비하러 양식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러 나왔다가 여기 절벽 아래까지 온 참이었다. 미미와 엄마를 발견한 바바 아저씨는 무척 놀랐다. 바바 아저씨는 겨울 양식인 모아둔 도토리도 잊은 채, 엄마를 부축했다. 아저씨는 엄마를 어깨 위에 올리고 미미는 한 손으로 꼭 쥐고는 성큼 성큼 걸었다. 아저씨는 상수리나무 아래의 두더지 선생님의 병원으로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세차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두두 선생님이 밖으로 나왔다.

“바바 선생 아니신가?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에요? 환자를 둘이나 데리고 급하게 뛰어 오셨군요!” 두두 선생님이 최선을 다해서 수술을 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것이 문제였다. 심하게 부러지고 부서진 다리뼈를 바로 치료하지 못한 탓에 엄마의 다리가 붙긴 했지만 비뚤어져 버렸다. 엄마가 퇴원하는 날, 두두 선생님과 바바 아저씨는 그래도 다행이라고 모녀를 위로했다. 이제 미미와 엄마는 더 이상 아빠를 찾을 엄두도 못낸 채 급히 겨울잠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 가을이 지나갔다. 그 가을은 정말이지 힘들고 슬픈 계절이었다.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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