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자세에 관한, 가볍지만 중요한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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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희의 자기돌봄 요가 에세이

엉덩이를 펼치고 앉으면 척추가 좋아한다

강윤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3-09 10:03:14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교사 그룹 대상 ‘몸마음챙김 프로그램’이 끝난 후 5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선생님 한 분이 다가왔다. 주저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건넨다. 그녀는 오래 전부터 몸의 좌우 불균형과 관련된 것으로 짐작되는 불편한 감각들이 하나둘씩 생겼단다. 서거나 걸을 땐 뒤뚱거리는 것 같았고 앉아있을 때도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느낌이 불쾌하고 힘들다고 한다. 4년 전, 교통사고 이후에는 증상이 더 악화되어 병원 치료만이 아니라 여러 신체 수련장과 교정기관들을 찾아다녔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자세의 문제를 강조하거나 여러 방법을 설명하지만 정작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가 원한 건 ‘바른 자세로 선다’는 게 무엇인지 ‘자신의 몸으로’ 느끼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일단 서 보라고 했다. “두 발 사이 간격을 주먹 하나 크기 정도로 벌리고 편안히 서 보세요.” 그녀는 ‘편안히’라는 지시어가 무색할 정도로 몸 전체가 상당히 긴장한 상태에서 무릎을 한껏 뒤로 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크고 작은 긴장들은 몸의 경직을 불러오고 불균형과 통증의 원인이 되니 이것부터 알아차리게 해야겠구나 싶었다.

“자, 긴장부터 풀어볼까요? 무릎을 툭, 놓아주듯이 힘을 빼 봅시다.”

나는 그분이 자신의 마음을 무릎과 발에 온전히 둔 채 그 감각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했다. 발에서 골반까지 몸의 중심이 똑바로 서는 느낌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그리 오래지 않아 반응이 나타났다. “아, 알겠어요! 이거군요!”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눈물까지 보이며 놀라워 했다.

‘엉덩이 빼기 쏙쏙’이라는 선물

이런 질문은흔치 않은 경우다. 하지만 십 수 년 간 현장에서 프로그램 참여자들을 만나며 대부분 ‘바른 자세’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는 걸 경험해 왔다. 각자가 몸에 지니고 있는 해묵은 숙제 같은 것이랄까.

바른 자세는 젖을 먹고 자라는 포유류면서도 직립 보행을 하는 인류의 운명 중 끈질기고 은근한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몸은 본의 아니게 중력의 압력 속에서 직립해야 하는 미션을 수행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른 자세는 이제 부여 받은 미션이 아니라 몸에 배인 자연스러움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인간이 척추를 꼿꼿이 세우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는 건 우리 몸을 아래로 잡아당기는 중력과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구조로 세팅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일 테니까.

이 합리적인 의문은 현장에서 종종 답을 얻어왔다. 요추 질환자로 오랫동안 고생하던 50대 여성은 바르게 앉는 자세를 체험한 후 “평생 허리를 세우고 앉는 건 포기했었는데, 허리가 딱, 서는 느낌에 깜짝 놀랐어요”라며 소감을 전해준다. 또 어떤 분은 자신의 몸이 오뚝이가 된 것 같다며 재밌어 한다.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척추가 세워지는 느낌에 신기해하는 표정을 지을 때면 ‘바른 자세에 대한 오해’가 풀리는 것 같아 즐겁다.

“그동안 바르게 앉는데 실패하신 이유는 ‘척추를 세우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척추는 세우는 것이 아니라 세워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조건이 바로 ‘엉덩이 빼기 쏙쏙’이죠.” 나의 설명에 참여자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반짝인다.

척추 세우기를 위한 전제조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른바 “엉덩이 빼기 쏙쏙”의 실천이다. ‘엉덩이 빼기 쏙쏙’이란, 편안하게 앉은 자세에서 상체를 앞으로 살짝 기울인 채 양 손바닥으로 자리에 닿는 엉덩이 아랫부분을 뒤로 빼주는 동작을 말한다. 자신의 엉덩이를 보자기라고 한다면 그것을 손바닥으로 뒤쪽과 좌우로 최대한 펼쳐준 다음 상체를 천천히 일으키는 동작이다. 이렇게 하면 허리와 척추 전체가 편안히 세워지는 것을 즉시 체감할 수 있다. 골반 하부 근육을 골고루 펼침으로써 엉덩이 근육 분포의 균형이 잡혔기 때문이다. 이렇게 몸의 토대가 되는 골반 근육만 균형 있게 재배치하면 척추는 기초공사가 잘 된 벽돌처럼 든든하게 쌓여 올라간다.

허리가 아픈 사람라면 ‘엉덩이 빼기 쏙쏙’을 바로 실천해보시기 바란다. 간단한 스트레칭과 함께 바르게 앉는 자세를 유지하는 시간을 서서히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먼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후에 실행하면 몸 전체의 긴장을 푸는데 도움이 된다.

가끔, ‘엉덩이 빼기 쏙쏙’의 효과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현재 자신의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때 그럴 수 있다. 마음이 여러 가지 생각에 파묻혀 있어 몸이 마치 자동 주행장치처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몸과 마음이 일치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몸이 어딘가에 닿는 부분에 의식을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자에 앉아있다면 눈을 감고 골반, 다리가 의자에 닿는 부분, 등이나 팔이 닿는 곳에 주의를 둔다. 그리고 닿는 부위의 느낌에 집중한다. 이런 연습을 자주 할수록 밀착감(grounding)의 선명도가 높아진다. 밀착감을 잘 느낄수록 척추가 똑바로 세워지는 것을 더 잘 알 수 있다.

‘엉덩이 빼기 쏙쏙’은 바르게 앉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책상의자든, 카페 의자든, 차의 시트든, 방바닥이든 바로 실천 해보시라. 매번 2, 3초면 충분하다. 척추가 가장 좋아하는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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