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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좀 더 나은 샷 구사가 목표
세계랭킹 1위지만 안주 않는 노력파
LPGA투어 4년에 상금 100억원 돌파
우즈도 넘볼 수 없는 우승 확률 60%
마음이 여려 불우이웃 돕는 데도 열심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고진영은 ‘어제보다 더 나은 샷’을 구사하는 게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쉼 없는 노력을 기울인다. 스스로 힘써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쉬지 않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이 그의 골프에 대한 태도다. 상금 랭킹 1위나 세계랭킹 1위는 27세 소녀 고진영의 목표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보다 완벽한 샷을 구사하는 게 그의 바람일 뿐이다.
왼손목 치료한 뒤 곧바로 미국행
2017년 10월 국내에서 열린 하나외환은행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2018년부터 LPGA투어에 뛰어든 프로 9년차 고진영은 지난해 11월 왼손목 부상투혼을 떨치며 우승상금만 150만달러가 걸린 최고 상금의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제패하는 등 시즌 5승을 거두고 3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했음에도 국내에 잠시 머문 뒤 1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로 떠났다. 서울에서 왼손목 부상을 치료한 뒤 2022년 시즌을 대비해 기후가 온화한 곳에서 스윙을 다듬기 위해서 였다.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섰지만 그는 자신의 골프에 만족하지 않았다. 2020년 10월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열린 대회에서 2위를 하고도 곧바로 용인의 연습장으로 달려와 밤 늦게까지 샷 연습에 매달린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 최고의 선수이지만 결코 안주하지 않는 노력파다. 전 세계적으로 창궐한 코로나19 탓에 LPGA 투어가 휴식기에 들어갔던 2020년 국내에 머물면서 스윙을 바꿨다. 상금랭킹 1위, 올해의 선수상, 선망의 대상인 최저타수상 등 주요 부문 타이틀을 휩쓸어 2019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고 세계 1위에 오른 고진영이었지만 자신의 스윙에 결코 만족하지 않았다.
세계랭킹 1위였지만 스윙을 바꿔
세계 1위가 스윙을 왜 바꾸느냐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지만 “어제보다 더 나은 스윙을 하고 싶은 게 나의 꿈이다”라며 자신의 뜻과 고집을 밀고 나갔다. 한국보다 미국이 코로나19가 더욱 극성을 부렸던 2020년 11월 주위의 만류에도 시즌 막판 LPGA행을 결심한 것은 단순한 우승보다는 그동안 바꾼 스윙이 미국 코스에서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는지를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후회하고 싶지 않아 미국으로 떠났다고 했다. 그 해 LPGA투어에 고작 5개 대회에 출전하고도 상금왕을 차지해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 1995년생에는 현재 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효주, 김아람, LPGA에서 국내로 유(U)턴한 백규정,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장타자 김민선 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유독 많았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시절과 KLPGA투어 시절에는 김효주에 뒤졌지만 고진영이 앞서가기 시작한 지 오래다. 단적인 예로 고진영은 120주째 세계랭킹 1위를 꿰차고 있는 데다가 LPGA투어에서 약 4년만에 무려 13승을 거둬 세계적인 무대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보이고 있다. 세계랭킹 1위 최장 기록은 2010년 5월 은퇴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158주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지난해 말에는 불과 4년 만에 상금 100억원을 돌파했다. 반면 고진영보다 3년 먼저 미국으로 건너갔던 세계랭킹 12위 김효주는 아직 세계랭킹 1위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으며 LPGA투어에서 통산 4승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첫 출전 대회서 역전 우승
얼마 전 고진영이 싱가포르 센토사에서 열린 2022시즌 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스윙을 가다듬느라 앞서 1, 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3개 대회에는 불참하고 시즌을 시작하자마자 우승행진에 시동을 건 셈이었다. 최종 4라운드에서는 1년 선배인 전인지, 1년 후배인 이정은6 등과 챔피언 조를 이루며 우승을 다퉈 국내 팬들에게는 충분히 관심을 모을만했다.
3개월 만에 LPGA 투어 공식 대회를 치른 만큼 사실 그의 실전 감각에 우려가 없었던 게 아니었다. 연습과 훈련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틈이 실전 감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진영에게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이번 우승으로 ‘여자골프의 전설’이라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뛰어넘는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 30라운드 연속 언더파라는 기록을 쏟아낸 고진영이다. 2021년 시즌 최종 라운드 스코어가 69.40타로 LPGA 1위로 1라운드보다 갈수록 잘 치는 선수가 고진영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최종일에 6언더파 66타를 쳐 역전 우승을 일궈내 역시 ‘고진영스럽다’라는 찬사를 들을만했다.
지난해 7월 발룬티어스 오프 아메리카 클래식(Volunteers of America Classic)에서 2021시즌 첫 우승을 한 이래 이번 대회까지 자신이 출전한 10개 대회에서 무려 6번 우승(승률 60%)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감히 넘볼 수 없는 기록을 썼다.
그는 동계 훈련 기간 스윙코치와 함께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한 지옥훈련을 했다. 비거리를 늘리면서 샷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복근의 힘을 유지한 채 손과 몸이 하나가 돼 움직이는 스윙을 연마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2022년에는 1승만 하면 더없이 좋겠다며 마음을 비운 그에게 벌써 1승이 채워졌다.
부모님 가르침에 어려서부터 책벌레
KLPGA 무대에서 활약할 당시에도 그는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영어권인 호주 출신의 전속 캐디를 고용하며 영어를 익혔다. 훗날 미국행을 대비해서라도 영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자신이 느끼기에 부족한 걸 채우기 위해 늘 노력하는 타입이다. 고진영은 미국에서 4년을 생활한 결과 이젠 영어도 제법 능통해졌다. 8살 때부터 골프채를 잡았고, 운동 선수였기 때문에 비록 학업에는 열심히 못했지만 사회에서 필요한 영어나 각종 상식 등은 책을 통해 익혔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가르침이었다. 요즘에도 투어를 뛰면서 한 달에 두세 권가량의 책을 읽으며 늘 책과 가까이 한다. KLPGA투어 경기 중에 전반 9홀을 끝내고 후반 9홀을 대기하는 동안에도 캐디 백을 깔고 앉아 책을 꺼내 읽는 책벌레였다.
승부를 다투는 필드에서는 강한 멘탈을 뽐내지만 주위의 불우이웃을 돕는 데에도 적극적이고 눈물이 많은 여린 소녀다. 2017년 3월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 ‘아너 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기부자들의 모임)’ 멤버에 가입하는 등 매년 여러 곳에 후원도 아끼지 않는다.
‘명예의 전당’ 입회를 하고프다
고진영은 선수로 뛸 날이 앞으로 창창하다.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게 LPGA 투어 ‘명예의전당’ 가입이다. 72년의 LPGA 역사에서 지금까지 오직 25명이 명예의전당에 입회했을 정도로 여간 쉬운 일이 아니지만 고진영에게는 포인트 9점밖에 남지 않았을 뿐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고진영이 박세리, 박인비에 이어 한국인으로 세 번째 명예의전당 입회자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의 선전을 열렬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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