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던 크던 동맹이 있어야 번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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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략으로 국제정치의 힘과 도덕 관계 주목
서방이 탄소발자국 집착할 때 푸틴은 경제 행동 나서

최재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3-10 10:25:47

현대의 국제정치는 민족국가(nation state)를 기본 단위로 한다. 그런데 이런 민족국가라는 개념은 제국주의 시대였던 19세기와, 제국주의 세계대전, 즉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국제정치의 중심개념이 아니었다. 제국주의 시대 국제정치는 열강들의 힘의 관계와, 그런 열강들이 빼앗아 병탄한 식민지가 중심이었다.

식민지 민족의 민족국가의 형성 운동은 도덕 정치가였던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선언으로 촉발됐다. 식민지 조선에서 3.1운동이 터져 나온 계기도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선언과 그에 따라 국제질서를 재편한 파리 평화회담 때문이다. 이 회담 결과 대부분 오스만터키의 식민지였던 지금의 동유럽은 민족경계를 반영한 국경을 가지게 됐다. 그러나 민족국가 시대는 2차 대전 이후 전 세계 식민지가 해방되면서 이뤄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국제정치에서 힘과 도덕의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럽연합을 상대로 도덕에 호소하여 지원을 이끌어내려 했지만, 러시아에 에너지를 의존하고 있는 서유럽 국가들은 처음엔 냉담했다. 현대 국제정치학의 기초를 세운 역사학자 카(E. H. Carr) 교수는 도덕의 한계와 힘의 한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어떠한 국제도덕질서도 궁극에는 패권적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패권적 힘이란 자체가 국내의 지배계급의 우월함과 마찬가지로 가지지 못한 자에게는 하나의 도전이다. 따라서 도덕적 질서가 존재하려면 결국 모종의 주고받는 식의 거래가 있어야 한다. 즉 못 가진 자들의 복종을 대가로 한 가진 자의 자기희생이다.” (카, <20년의 위기> 제9장)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그동안 서유럽인들이 누린 자유와 번영의 호사는 자신들을 대신하여 누군가 대가를 치룬 특수한 공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는 점을 일깨워 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터뜨렸던 서유럽의 안보 무임승차 문제는 지금 유럽인들에게 발등의 불 문제가 되었다. 독일은 즉각 국방비를 GDP의 2%로 증액하겠다고 선언했다.(이에 비해 미국은 3.75%의 국방비를 쓴다.)

국방비 등 외견상 드러난 문제는 큰 문제점이 아니다.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공화주의 국제도덕질서를 형성해야 할 주요 국가들 내부의 위선과 정신적 혼란이 더 큰 문제다. 마이클 셸렌버거(Michael Shellenberger)는 사회주의권 해체 이후 30년이 지나면서, 유럽이나 미국 등 공화주의 국가 국민이 ‘녹색망상(green delusions)’에 빠진 사이에, 현실과 경제를 더 잘 아는 푸틴이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한다.

“셸렌버거는 ‘녹색 이념’에 초점을 맞춘 것이 유럽 국가들로 하여금 ‘에너지 생산의 어려운 현실을 이해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천연가스와 핵에너지에서 벗어난 그들의 움직임은 푸틴에게 유럽의 에너지 공급을 지휘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0대 기후변화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언급하며 서방이 탄소발자국에 집착하는 사이 푸틴은 러시아에 핵에너지와 석유생산을 확대하였고, 서방이 자연과의 관계를 치유하고, 기후 종말을 피하고, 그레타라는 이름의 10대를 숭배하는 최면상태에 빠지자 블라디미르 푸틴이 움직였다고 지적했다.”(폭스뉴스 Fox News, 2022.3.2.)

국제정치의 장에서는 누구든 동의하는 이상적인 도덕 가치라도 패권적 힘에 의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위태롭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처음에 나토(NATO) 가입을 요구하다, 지금은 유럽연합(EU) 가입으로 입장을 변경했다. 이달 5일 미국 상하원 의원과 화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요구했지만, 그게 안 되면 전투기를 지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다.

서유럽이나 미국이 러시아에 에너지를 의존하는 한 러시아가 강력히 반대하는 일에 대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어려울 것이다. 비행금지 구역 설정에 대해 러시아는 전쟁행위로 간주한다고 선언하면서 강력히 반발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서유럽의 어떤 나라도 우크라이나의 비행금지구역을 지켜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과 같은 독재자가 러시아에서 전체주의적 권좌를 유지하려면 이웃에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호하는 공화주의 국가가 번영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벌어진 전쟁이다. 이번 전쟁을 푸틴의 전쟁이라 부르는 이유이다. 동맹이 없는 우크라이나가 강력한 전체주의 국가를 이웃에 두고 국민의 자유를 보호하는 공화주의 국가로 번영하기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장기간에 걸친 노력으로 국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의 처지를 보면서 한미동맹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유와 번영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 주위에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체주의 국가 중국과 러시아가 있지만, 세계 최고의 공화주의 국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기 때문에, 전체주의 세력의 침략 걱정 없이 자유와 번영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승만 건국 대통령의 선견지명에 새삼 탄복하게 된다.

우리의 자유와 번영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힘에 의해 뒷받침되는 국제도덕질서인 공화주의 가치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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