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정부, 어땠으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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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정부, 어땠으면 좋을까요

이혁재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3-15 11:20:02

다음 정부에 부탁하고 싶은 말 물어도

여전히 전 정부 욕만 하고 있는 사람들

이제 5년 세월이 만든 분노에서 벗어나

얘기하고 믿고 희망 갖고 꿈꾸며 살자

‘다음 정부는 어땠으면 좋겠다’ ‘새 정부에 바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얘기다. 이 글도 마찬가지다. 50대 집사람, 30대 아들, 20대 딸, 그리고 라떼 세대 친구 몇 명한테 “어땠으면 좋겠냐”고 물어봤다. 인터넷도 봤다. 마지막에 필자 생각을 첨부했다. 20대 대선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와 달리 표본수가 적고, 그러니 많은 사람 생각을 대변할 정도로 정밀하진 못하다.

아직도 원한 갖고 있는 사람들

물어보니 새 정부에 바란다기보다, 전 정권에 대한 화가 여전히 많았다. ‘북한 중국 말고 다른 나라하고도 친하게 지내라’는 의견이 있었다.

신문사 국제부에 근무했던 친구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사태 때 그럴 듯한 말을 했다고 소개해줬다.

“전쟁을 바라진 않지만 위기가 다가와도 모든 걸 지킬 준비는 돼 있다” 집사람과, 교사를 하는 후배 친구는 “잘못 했으면 제발 잘못했다고 했으면” “감옥 가는 대통령 때문에 학생들 보기 부끄럽다”며 그런 일 없기를 바랐다.

인터넷에는 직접·비밀 등 4대 선거원칙을 들며 ‘세상에 존재하는 원칙’이란 걸 좀 지키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는 글이 있었다. ‘기회는 평등했으면, 과정은 공정했으면 ,결과는 정의로웠으면’이라며 죽어가는 동물에 달려드는 하이에나처럼 잔인하게, 퇴임할 정권을 공격하는 의견도 있었다.

원칙이 지켜지는 나라

미국 쪽 사이트를 보니 우리 교육부를 지적하는 내용이 있었다. ‘마스크 착용 논쟁’에 관한 것이었다. 여러 논쟁을 소개하고는 돌발사태나 상황이 악화됐을 때는 학교 현장이나 학부모에게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미리미리 대안, 요즘 유행하는 말로 플랜B 플랜C 플랜D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한 언론은 랩하듯 ‘나라’로 라임을 맞췄다.

‘군인이 누가 적인지 분명히 아는 나라. 북한 탄도미사일을 도발이라고 말하는 나라. 반일(反日)과 혐중(嫌中)을 이용하지 않는 나라. 국가정보원이 간첩 잡는 나라. 외교관이 외교하는 나라.’

너무 많이 약속 말자

소박‧솔직한 바람도 있었다. 아주 가까운 사람은 “청와대 해체하지 말고 리모델링 하면 안 되나”라는, 부동산에 대한 평소 해박한 지식을 내놨다. 삐딱한 친구는 “앞으로 뭘 하겠다는 약속을 이번엔 너무 많이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뭘 하려면 돈이 많이 들 거고, 그러면 국채 발행해야 할 거고, 그러면 청년들 미래를 빼앗게 된다. 그러니 ‘심플하게’ 청년들에게 미래를 돌려주겠다고 하라고 했다. 그냥 가만히 놔뒀으면 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았다.

30대 이하는 실질적이었다. 사소 하지만 어디가든 사회 인플라가 갖춰져 있을 것, 예를 들어 복합쇼핑몰이 아무데든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롱 말았으면, 이대남녀가 서로 혐오하지 말고 사랑했으면, 원수같이 지내지 말았으면, 솔직했으면, 거짓말 안 했으면, 이라고 했다.

좀 불편하더라도 민주주의를

마지막으로 내 의견을 3가지만 밝힌다. 거창하게 들리긴 하지만 ‘고전적’ 민주주의에 충실하길 바란다. 대학 때 ‘민주주의란 이런 거’라고 배웠다.

“뛰어난 지도자가 단숨에 산 위까지 뛰어 올라가 산 아래 사람에게 외친다. ‘여러분 저기 산 아래에 멋진 세상이 있습니다. 빨리 올라와 보세요.’ 이건 사회주의다.

주유소에서 ‘만땅’ 채워주고 ‘니 가고 싶은데 가라’는 것. 그건 민주주의다.”

사회주의의 단점은 지도자가 ‘이 산이 아닌가벼’ 하면 참 난감해진다는 것. 민주주의 단점은 사람마다 운전 실력이 다르고, 가진 차도 다르고, 맘대로 차 몰고 가다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점. 그래도 이래라 저래라, 혹은 성실히 살라 강요받으며 사는 건 적성에 안 맞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하고 싸우고 밥도 먹고 얘기도 하자

둘째, 욕 먹을 수 있는 소리인데 5년간 죽창가만 불렀으니 이제는 일본사람 만나 과거 얘기도 했으면 한다. 얘기하다가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쇼핑도 관광도 하다가 다시 얘기하자. 얘기가 잘 안 되면 밥 먹다가 관광하다 다시 얘기하고, 그러다 싸우고 또 다시 밥 먹고…. 그렇게 끊지 말고 계속 하다보면 우리 손자 손녀 때는 뭘 좀 기대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좀 엉뚱하지만, 새 대통령이 ‘세상에는 산타클로스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이런 글을 읽었는데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1897년 뉴욕의 신문사에 편지가 한 통 날아들었다. 8살 소녀가 보낸 편지였다.

‘산타클로스, 정말 있나요?’

산타클로스 있습니다

고참기자가 신문사설로 답장을 썼다.

‘산타클로스를 본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못 봤다는 것이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증거는 되지 못합니다. 세상에는 사랑, 배려, 진심이란 것이 있지만 본 사람은 없듯이 말입니다. 산타클로스는 아이들 눈에도 어른 눈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산타클로스는 분명 있습니다. 신뢰, 상상력만이 아름답고 빛나는 그것을 보게 해 줍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산타클로스는 있습니다. 변함없이 우리 마음에 기쁨을 줄 것 입니다.’

편지를 보낸 소녀에겐 사설을 본 사람들에게서 격려편지라는 선물이 배달됐다고 한다. 눈이 펑펑 내릴 2022년 크리스마스에는 160개 국가 아이들이 산타클로스 앞으로 보내는 편지가 도착하는 프랑스 리부른 우체국에, 산타클로스 사무국이 생긴 지 60주년이 된다는 걸 생각하며, 새 대통령과 대한민국이 희망과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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