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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와 함께 현존 세계 최고의 공격수
교사 폭행사건으로 퇴학 뒤 학업 중단
축구 역사상 최다골 기록 선수 반열에
혹독한 가난딛고 큰 재산과 명예 이뤄
나눔과 선행을 실천하는 스포츠 스타
축구 경기의 꽃은 뭐니뭐니 해도 ‘골’이다. 골문 앞에 쳐진 이중 삼중의 육탄 수비를 뚫고 공격수의 슛팅이 골 망을 흔들 때 수만명 관중의 환호성이 일제히 터지기 마련이다. 골을 터뜨린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작업이다. 그래서 축구경기에서 골을 터뜨리는 공격수가 수비수보다 훨씬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유다.
최고 영예인 발롱도르 5회 수상
현존 세계 최고의 골잡이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쌍벽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시에게는 ‘축구 천재’, 호날두에게는 ‘축구 황제’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호날두를 얘기할 때 메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고, 메시를 거론할 때 호날두를 결코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호날두는 선천적인 장애를 극복했던 메시와 늘 라이벌 관계에 있다. 그는 메시와 함께 네 차례나 유러피언 골든 슈(유럽축구연맹 최우수 선수)를 차지한 선수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전 세계 국가대표팀 감독과 주장을 상대로 매년 최고의 선수를 뽑는 발롱도르(Ballon d'Or)에서는 메시가 7차례, 호날두가 5차례나 수상했다. 프랑스어로 ‘황금빛 공’이라는 뜻의 발롱도르는 축구에서 가장 명예로운 상으로 통한다. 2008년부터 2021년까지 13년 동안 러시아월드컵이 열렸던 2018년에 레알 마드리드의 캡틴인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가 수상했을 뿐 호날두와 메시가 양분해왔다. 호날두는 두 살 어린 메시와 그라운드에서는 경쟁자적인 입장이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는 서로 아껴주고 격려해주는 사이다.
무회전 중거리 슈팅은 전매 특허
신체적인 측면에서는 187cm, 83kg의 호날두가 169cm, 67kg로 축구선수치고는 다소 왜소한 메시를 압도한다. 이 둘은 축구 스타일이 다르다. 스피드와 공중볼 제공권에서는 호날두가 앞서지만 드리블이나 볼 키핑 및 패스 능력은 메시가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골 결정력은 난형난제지만 전매특허인 무회전 중거리 슈팅으로 무장한 호날두가 백지 한 장 차이로 앞서 있다. 무회전 킥은 공의 회전이 없어서 날씨, 바람, 습도에 따라 불규칙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골키퍼가 손을 쓰기가 매우 어렵다.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를 거쳐 12년 만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로 돌아온 호날두가 13일 토트넘과의 정규리그 경기에서 해트트릭(3골)을 기록하며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이날 득점으로 37살의 호날두는 프로 무대와 A매치 통산 807골(프로 무대 692골, A매치 115골)을 기록해 국제스포츠통계재단(RSSSF)이 집계한 이 부문 최다 기록인 체코 출신의 골잡이 요제프 비칸(2001년 사망)의 805골을 넘어섰다. RSSSF에 따르면 호날두와 비칸에 이어 호마리우(772골·브라질), 리오넬 메시(759골), 펠레(757골·브라질) 순으로 통산 득점을 많이 올렸다. 비칸은 1930~1950년대에 활약한 전설의 스트라이커다. 당시에는 축구 골 집계가 체계화되지 않아 기관별 기록이 다소 다르지만 권위있는 기관인 RSSSF 기준으로는 역대 최다 기록 보유자로 올라섰다.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름 따 ‘호날두’
호날두는 마데이라 제도 푼샬의 작은 어촌인 산투 안토니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혹독하게 가난했지만 이젠 축구 하나로 억만장자라는 큰 재산과 명예를 이뤘다. 2016년에 미국의 포브스지는 호날두를 스포츠 스타 가운데 최고의 수입을 기록한 선수로 올려놓았다. 아버지는 정원사, 어머니는 요리사였고, 네 형제가 좁은 한 방에서 먹고 잤다. 그의 이름 호날두(Ronaldo)는 그가 태어나던 1985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으며, 부친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 로널드 레이건의 이름을 딴 것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축구를 시작한 호날두는 12세 때 포르투갈의 명문클럽인 스포르팅 리스본의 시험 훈련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돼 반프로 선수생활을 했다. 중학교 시절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해 인기가 높았지만 홧김에 교사에게 의자를 던진 일로 퇴학 당하면서 학업을 중단하고 험난한 프로의 길로 접어들었다. 16세 때 1군 무대를 밟은 호날두가 2003년 8월 맨유와 친선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은 게 세계 최고 클럽인 맨유로 곧바로 이적하게 된 배경이었다. 리스본이 3-1로 승리한 이날 경기는 호날두의 축구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유럽축구의 변방인 포르투갈 클럽에서 일약 맨유로 이적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
호날두는 맨유에서 6년간 특급 활약을 펼치며 세계적인 선수로 떠오르면서 2009~10 시즌을 앞두고 역대 최고인 8000만파운드(약 1290억원)의 이적료로 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의 연봉은 무려 1억유로(약 1370억원)에 달했다.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9년간 뛰면서 292경기에서 261골을 터뜨려 전성기를 구가했다. 유벤투스를 거쳐 2021~22시즌을 앞두고 맨유로 돌아온 호날두는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여전히 EPL 득점랭킹 2위(12골)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과거 맨유에서 활약했을 때에는 자만감이 넘쳤지만 요즘에는 보다 점잖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호날두는 특출난 축구 실력만큼이나 나눔과 선행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스포츠인으로 꼽힌다. 2015년 소말리아 빈곤 아동을 위해 2600만달러(약 325억원)의 통 큰 기부를 했는가 하면 2016년 5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으로 받은 상금 60만유로도 자선단체 NGOP에 쾌척하기도 했다. 또 2016년 비행기 추락 사고로 44명이 사망한 브라질 프로축구팀 샤페코엔시 선수단 유족에게 300만유로를 전달하며 아픔을 위로했다. 어린이들의 굶주림 해방에 앞장서는 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의 홍보대사로 활약했던 그는 자신의 고향에 암센터를 짓기도 했다. 이런 공로 때문에 고향인 마데리아 제도의 공항은 그의 이름을 따 크리스티아누호날두공항으로 개명됐다.
따뜻한 손길과 자선은 식지 않기를
호날두의 선행은 물질적인 지원에 그치지 않았다. 정기적인 헌혈을 위해 문신을 하지 않는 것은 널리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옆머리에 새겨진 스크래치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것 또한 수술로 인해 흉터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로 프로생활 20년째인 호날두가 앞으로 선수생활을 얼마나 더할지는 미지수다. 나이가 들수록 골 결정력이나 축구기량은 자연섭리상 노쇠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불우한 이웃을 보살피는 그의 따뜻한 손길만큼은 식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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