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고 싶은 미미 <15> 이레니아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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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아침 동화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3-25 09:06:46

이레니아 왕국 입구는 거대한 돌문으로 막혀 있었다. 앞에는 보초병 둘이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중이었다. 블루의 목덜미에서 내린 군사들은 근처에 떨어진 상수리나무 잎 뒤에 차곡차곡 켜켜이 줄지어 대기했다. 빅이 꽁무니를 보여 보초병들과 암호를 교환하자 입구가 열렸다. 입구에는 빅의 친구인 이레니아 왕국의 군사대신인 이호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는 빅이 들어오자 기쁨에 겨워 빅의 목을 얼싸안았다.

“빅! 정말 오랜만이야. 자네가 돌아오길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 몰라! 무사히 돌아와 정말 기뻐!” “이호, 잘 있었나? 여왕님은 어떠셔? 문 밖에 정예군 선발대가 와 있고 또 좀 떨어진 곳에는 제법 많은 군사도 있다네.” “빅, 정말 수고했어. 자네의 용기가 아니었으면 우린 어쩔 뻔하였을까?” 빅은 이호를 진정시키고는 와호 왕국 군사들의 작전을 설명했다.

이호는 곧 군사들을 소집하고는 그중에서 정찰병이 될 똑똑하고 날쌘 군사를 몇 명 뽑았다. 정찰병 셋은 선발대를 여왕의 방까지 인도하여 함께 몰래 숨어들어가는 임무를 맡았다. 양국의 정예 선발대는 두 줄로 서서 조심조심 왕국의 가운데 길을 걸어 들어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군사들은 드디어 여왕의 방 앞에 도착했다. 희미한 불빛이 안에서 새어나왔다. 하지만 이레니아 여왕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사방을 경계하면서 한 걸음씩 여왕의 방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매캐한 냄새가 아래에서 올라왔다. 여왕의 기척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여왕님은 어디에 계신단 말인가? 하지만 주의를 늦출 수는 없었다. 그렇게 둘러보다가 그들은 놀라운 광경에 부딪쳤다. 여왕이 아끼던 두 명의 시녀가 접견실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그들은 둘 다 허리를 공격당한 듯 보였고, 숨이 끊겨 있었다.

시녀들이 누군가에게 이런 공격을 당했다면 여왕 또한 무사하리라고 생각할 수 없다. 여왕의 방은 구조가 복잡했다. 여왕이 방문자를 만나는 접견실과 식당, 거실과 침실, 그리고 시녀들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은 숨을 죽이고 더듬이를 최대한 곤두세우고 창을 한 손에 움켜쥐고 안쪽으로 향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여왕은 침실 안쪽에 잠이 든 듯 누워 있었다. 빅은 순간 몸이 얼어붙는 듯 했다. ‘설마…, 여왕님이 무슨 일을 당하신 걸까? 그럴 리 없어, 절대로, 그럴 리 없어.’ 두려움과 놀람에 이를 딱딱 마주치면서 빅은 고개를 저었다. 여왕은 작은 움직임도 없이 그림처럼 빅 앞에 그렇게 누워 있었다. 빅은 여왕의 더듬이에 손을 대 보았다. 무언가 반응이 느껴졌다. 하지만 분명하지 않았다. 빅은 침실을 나가 이호를 찾았다. 이호는 식당 안에서 무언가 흔적을 찾느라 고심하는 중이었다.

“이호!” 빅은 작은 소리로 그를 불렀다. “무슨 일이야, 빅?” “이리 와봐, 이호. 여왕님을 찾았어.” 빅이 애써 마음을 진정하며 이야기했다. 이호는 빅의 인도로 여왕의 침실로 들어갔다. “여기야, 이호! 여왕님이야.” 이호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여왕을 관찰했다. 자고 있는 것인지 숨이 멎은 것인지 알기 힘들었다. 그는 여왕의 더듬이를 관찰한 다음 가슴께를 살폈다. 그리고 여왕의 꽁무니에 코를 들이대었다.

무언가 냄새가 느껴졌다. 좀 익숙하지 않은 냄새이긴 하지만 여전히 화학물질을 생산하고 있다면 여왕은 살아있는 거다. 이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빅! 여왕님은 괜찮으셔. 잠시 깊은 잠에 빠지신 거 같아.” 전장에서 죽음에 익숙한 이호가 그렇게 말해주니 빅은 안심이 되었다. 여왕님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거다. 양쪽 나라의 선발대는 잠든 이레니아 여왕 양 쪽에 도열하여 엄숙한 표정으로 여왕이 깨어날 때까지 지켜 서 있었다.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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