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왕조 왕호 마립간과 매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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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왕조 왕호 마립간과 매금

마립간은 내물왕의 이름… 모루한·매금은 모씨 이사금에서 유래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3-23 09:49:10

마립간은 신라 내물왕 계열의 김씨왕조가 사용한 왕호이다. <삼국사기>에 실린 김대문의 해석이다. ‘마립(麻立)은 방언에서 궐(橛·말뚝)을 일컫는 말이다. 궐은 함조(諴操·자리를 정함)를 뜻하는데, 그것은 위계에 따라 놓은 것이다. 왕궐(王橛)이 주(主)가 되고 신궐(臣橛)은 그 아래에 위치하는데 이를 이름한 것이다(金大問云麻立者方言謂橛也橛謂諴操准位而置則王橛爲主臣橛列於下因以名之).’

마립은 왕의 자리에 말뚝을 세워 그 위치를 지정한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이병도는 <삼국사기역주>에서 ‘마립은 마리(頭), 마루(宗·棟·廳) 등과 같은 어원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극소(極所), 정상을 뜻하며 고구려의 최고 관직인 막리지(莫離支)와도 상통하는 말’로 설명했다.

마립간을 한자로 표현하면 폐하(陛下), 전하(殿下)와도 같다. 글자의 뜻만 본다면 마립간과 폐하, 전하는 상반된 듯 보이지만 존칭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같다. 후세에 군주폐하(君主陛下)를 ‘상감마루하(上監瑪樓下)’ ‘상감말루하(上監抹樓下)’라 하고 하인이 자기 상전을 ‘영감마님’ ‘나리마님’이라 부르는데 ‘마루하’ ‘말루하’ ‘마님’ 등의 말은 모두 마립간에서 유래한 것이다.

마립간은 모루한에서 따온 후대의 정리된 왕호

마립간은 어떻게 해서 신라의 왕호가 되었을까. <통전> 신라전이다. ‘부견(苻堅·전진 3대황제) 때(서기 381년)에 그 나라 왕 루한(樓寒)이 보낸 사신 위두가 조공했다. 부견이 “경이 말하는 해동의 사정이 옛날과 같지 않으니 어찌된 일인가” 물었다. 답하길 “또한 중국과 같은 경우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명호(국호·왕호)가 바뀌었으니 어찌 예전과 같다 할 수 있겠습니까” 했다. 양(梁) 무제 보통 2년(서기 521년)에 왕의 성은 모(慕)요, 이름은 진(秦)인데 처음 백제의 사신을 따라 방물을 바쳤다(苻堅時其王樓寒遣使衛頭朝貢堅曰卿言海東之事與古不同何也答曰亦猶中國時代變革名號改易今焉得同梁武帝普通二年王姓慕名秦始使人隨百濟獻方物).’

<통전>은 전진(前秦)에 사신을 파견한 신라 내물왕(17대)의 이름을 루한(樓寒)으로 적고 있다. 내물왕은 성(姓)이 모(慕)씨, 이름(名)이 루한인 모루한(慕樓寒)이다. 모(慕)씨 성은 양(梁)에 사신을 파견한 내물왕의 직계후손 법흥왕(23대)을 모씨 성의 모진(募秦)으로 쓰고 있는 데서 명확히 확인된다.

마립간은 내물왕의 이름 모루한에서 유래한다. ‘마립’은 ‘모루’의 음차이다. ‘간(干)’은 북방 유목민족의 왕호인 ‘칸’으로 ‘한(寒)’에 해당한다. 또한 ‘루(樓)’에는 이병도의 지적처럼 ‘마루’의 뜻도 있다.

그렇다면 마립간(모루한)은 당대에 사용한 왕호로 볼 수 있지만 사실은 후대에 정리된 왕호이다. 진흥왕(24대) 때인 서기 545년 거칠부가 신라 역사서 <국사(國史)>를 편찬하면서 내물왕의 이름 모루한을 마립간으로 재정립해 소급했다.

매금은 모씨 이사금을 축약한 당대의 왕호

▲ 충주고구려비(왼쪽)와 광개토왕릉비의 신라 매금 왕호. [사진=필자 제공]

마립간이 후대에 정리된 왕호라면 당대의 왕호는 무엇이었을까. ‘매금(寐錦)’이다. 매금 왕호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등의 문헌기록에는 언급이 없으나, 비문기록인 《충주고구려비》(397년), 《광개토왕릉비》(414년), 《울진봉평신라비》(524년) 등에 명확히 나온다. 신라매금, 동이매금, 매금 등을 쓴다.

매금은 또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왕호일까? 매금은 ‘모(慕)씨 이사금’을 축약한 말이다. 이사금(尼師今)은 내물왕 이전의 박씨, 석씨왕조가 사용한 왕호이다. 내물왕의 성씨 모(募)와 기존의 왕호 이사금이 결합한 ‘모+이사금’이다. 이의 줄임말이 ‘마이금’이며, 또한 줄여서 ‘매금’이다.

특히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는 마립간시대 왕 5명(내물왕, 실성왕, 눌지왕, 자비왕, 소지왕)의 칭호를 다르게 표기한다. <삼국유사>는 5명 모두 마립간을 쓰는 반면, <삼국사기>는 앞의 내물왕, 실성왕은 이사금을, 뒤의 눌지왕, 자비왕, 소지왕은 마립간을 쓴다. <삼국사기> 표기는 매금 왕호가 내물왕 시기의 이사금 왕호 연장선에서 만들어진 사실을 부연한다. 바로 ‘모+이사금’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마립간은 내물왕 이름(모루한)에서 유래한 후대에 정리된 왕호이며, 매금은 내물왕 성씨(모)와 기존 왕호 이사금이 결합한, ‘모씨 이사금’을 축약한 당대에 사용된 왕호이다.

그런데 김씨왕조를 대표하는 내물왕 계열의 왕들은 어떻게 해서 모(慕)씨 성을 가지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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