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전주 
카타르행 티켓 확보… 자존심 싸움
한국, 역대 전적에서 이란에 열세
테헤란 원정에선 단 한번도 못 이겨
서울 홈경기여서 승리할 절호 기회
벤투호, 유럽파 총동원 총력전 각오
포르투갈 출신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일찌감치 2022카타르월드컵행을 확정지었다. 2월 세계 6번째로 월드컵 10회 연속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 대표팀이 24일 오후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9차전에서 ‘아시아 최강’ 이란과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인다. 이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1위에, 한국은 29위에 올라 있다.
한국은 최종예선 A조에서 6승2무(승점 20)로 조 2위에, 이란은 승점 22(7승1무)로 1위에 올라 있어 11월에 열릴 카타르행 티켓을 꿰찬 상태다. 이란을 꺾고 조 1위 자리를 차지하면 4월에 실시될 카타르 월드컵 32개국 본선 조 추첨에서 보다 유리한 포트를 차지하게 됨은 자명한 사실이다. 더구나 아시아 축구의 맹주 자리를 놓고 양국의 자존심이 걸린 한판 승부이기에 관심이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예매 사이트 다운… 관심도 급상승
이 경기에 쏠린 지대한 관심은 티켓 예매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16일 오후 7시부터 예매를 시작한 한국-이란 경기는 코로나19 대유행에도 축구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으로 예매 사이트가 한때 다운됐다. 2019년 6월 한국-이란 A매치 예매 사이트의 접속자가 10만명이어서 이번에는 12만명이 접속할 수 있는 서버를 확장해 구축했지만 코로나 시국임에도 23만명이 몰리는 바람에 서버가 먹통이 돼 대한축구협회가 사과문을 올렸을 정도다. 이날 경기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축구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 군림했다. 하지만 이 영광스런 자리를 빼앗아간 게 오일 달러로 무장한 이란이다. 한국은 1958년 이란과의 첫 A매치를 가진 이래 지난 64년간 역대 전적에서 32전 9승10무13패로 열세다.
한국을 비롯해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 대부분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역대 전적에서 우위를 보이는 상대가 바로 이란이다. 특히 한국 대표팀은 이란 원정에서는 3무5패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브라질 대표팀도 울고 간다’는 해발 1000m의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A매치에서 한국이 득점한 골은 고작 세 차례에 불과하다.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 시절이던 2016년 10월 테헤란 원정에서는 단 한 개의 유효 슈팅조차 날리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란, 한국 축구에 치욕과 공포 안겨
아시아에서 FIFA 랭킹 최고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란 대표팀은 아시안컵 3연패(1968~76년)를 달성하고 아시안게임에서도 3차례나 우승하는 등 강호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FIFA 월드컵에서도 6회 진출했다.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지금처럼 참가국 규모가 크지 않았던 1956년과 1960년 두 차례 우승한 이후 우승과는 거리가 멀다.
이란은 한국 축구에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겼고, 주요 길목마다 한국의 발목을 잡아왔다. 1996년 12월 제11회 아시안컵 축구대회 8강전에서 한국은 전반까지 2-1로 앞서다가 후반에만 무려 5골을 허용해 충격적인 2-6 역전패를 당한 게 대표적인 케이스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이전 세계 A매치 최다골 1위(109골)였던 장신의 알리 다에이(2007년 은퇴)가 후반 21분부터 44분까지 23분 만에 4골을 몰아치는 가공할 플레이에 김병지, 홍명보 등 당대 최고 스타들이 허탈하게 무릎을 꿇는 모습은 한국 축구에게는 충격과 공포였다.
이란 축구팬 아직도 6-2 참패 피켓
한국은 서아시아의 이란과 지리적으로나 인종적으로도 유대관계가 깊지 않은 나라인데도 이때 충격의 패배 이후 앙숙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충격패로 당대 최고의 스타 감독이던 ‘독사’ 박종환 감독이 경질되고 차범근 감독이 부임하며 1998프랑스월드컵을 지휘했다. 그로부터 26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한국이 이란 원정경기에 나서면 이란 축구팬들은 아직도 ‘6-2’나 ‘식스 투(Six Two)’라는 피켓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멤버들이 상당히 포진한 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은 내심 금메달을 노렸지만 4강전에서 이란과 0-0으로 비겨 승부차기에서 3-5로 패했다. 이 대회가 정식 대표팀 감독의 시험무대였던 박항서 감독은 곧바로 경질되고 말았다. 현재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서 잘 나가는 박 감독도 이란전의 희생물이 되었던 셈이다.
그라운드에서 만나면 늘 으르렁
1998년 아시안컵 참패를 계기로 한국과 이란의 라이벌 의식은 고조됐고 서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댔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2011년 아시안컵 8강전 승리 이후 지금까지 10년 넘게 이란을 상대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3무4패로 열세인 것이 무척 아쉽다. 한국과 이란은 만날 때마다 치열한 승부와 명경기를 만들어냈다. 무릎에 붕대를 감은 당시 21세의 이동국이 2000년 아시안컵 8강 연장전 골든골을 넣으며 2-1로 이겼고, 2004아시안컵 8강에서는 이란이 먼저 한 골을 넣으면 한국이 또 동점을 만드는 식으로 3-3까지 따라갔다가 끝내 3-4로 분패했던 명승부가 나오기도 했다.
유럽 못지 않은 당당한 체구에서 나오는 힘과 스피드가 뛰어난 이란은 우리에게는 버거운 상대임에는 분명하다. 이란은 위치상으로는 아시아 국가지만 인종적으로는 유럽에 가깝다. 중동의 국가대표 선수들 대부분이 자국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주축 선수들이 ‘큰 물’인 유럽 주요 리그에서 뛰고 있다. 알리레자 자한바크시(네덜란드 페예노르트), 메흐디 타레미(포르투갈 FC 포르투), 사르다르 아즈문(독일 레버쿠젠) 등 유럽파 트리오가 현재 이란 축구의 핵심 멤버다.
대결 장소는 6만여 관중 몰릴 서울
이번 대결 장소는 테헤란이 아닌 서울이다. 벤투호에게 이란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이란전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국이 안방에서 이란을 꺾고 아시아 맹주임을 확인하는 동시에 조 1위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일석이조의 좋은 기회다. 한국은 이번 자존심 대결에서 승리해 좀처럼 변하지 않은 이란전 열세 구도에 전환점을 만들어내겠다는 게 목표다. ‘이번에는 이겨보자’는 분위기가 한국 축구계를 휩싸고 있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황의조·황희찬 등 유럽파를 중심으로 한 베스트11을 이란과의 경기에 투입할 작정이다. 6만여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승리하겠다는 목표를 이번에는 달성할 수 있을 지가 관심거리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