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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개석(蔣介石) 버전 읍참마속(泣斬馬謖) 얘기다.
젊은 분들은 장제스라고 부르는 고(故) 장개석 타이완 총통은, 중국 본토에서 벌어졌던 공산당과 전쟁에서 패하고 타이완으로 쫓겨오게 된다. 타이완에 온 장개석은 부패 때문에 전쟁에서 졌다고 보고 부패 척결에 힘쓰게 된다. 가족과 측근에게도 절대로 부정부패에 연루 되지 말라고 신신당부 한다.
조카며느리에게 권총 준 장개석
그런데 어느 날 조카며느리가 온당치 못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은다는 보고를 받는다.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했는데 엄청난 양의 보석이 발견됐다. 장개석은 조카며느리를 불러 밥을 사주면서 “이게 마지막 식사가 될 것 같다”며 보석 상자를 선물한다. 조카며느리가 상자를 열어보니 권총 한 자루가 들어 있었다. 권총으로 자살했다는 설도, 비리 혐의로 체포돼 오랫동안 수감 생활 했다는 설도 있다. 확실한 건 타이완판 ‘읍참마속’을 계기로 장개석이 국민 신뢰를 얻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듯이 읍참마속의 원본은 삼국지에 등장한다. 사사로운 정을 버리고 원칙을 바로 세우는 걸 의미한다.
정권교체기 마다 등장하는 읍참마속
촉나라의 그 유명한 제갈공명이 위나라와 싸울 때 ‘가정’ 이란 곳을 지키는 문제로 고심하는데 마속(馬謖)이란 장수가 나섰다. 젊지만 재주가 뛰어나고 앞날이 기대되는, 제갈공명이 아끼는 신하였다. 하지만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자 마속이 간청했다.
“싸움에서 패한다면 군법에 따라 엄하게 벌을 받겠습니다.”
제갈공명은 ‘가정은 3면이 절벽이라 기슭에 진을 치라’고 계략까지 가르쳐줬다. 하지만 명을 어기고 산꼭대기에 진을 쳤고 당연히 대패한다. 제갈공명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군령과 대의를 세우려면 어쩔 수 없다”며 눈물을 머금고 마속을 베게 된다.
이 읍참마속이란 말은 정권 교체기 마다 지겹게 등장한다. 요즘엔 온갖 버전이 나오고 다양한 해석까지 추가된 사자성어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버전. 김두관 의원은 대선 이틀 뒤 “민주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읍참마속”이라며 조국 사태 책임자, 윤석열 추천인, 부동산 실패 책임자 정리를 주장한다.
다양한 해석과 버전 등장
다음은 국민의힘 버전. 김무성 전 대표는 선거 열흘 뒤 권성동·장제원 의원을 거론하며 “여소야대 상황인 만큼 거국 중립 내각을 구성해야만 윤석열 정부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그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당선인 자신 “제 주변 부패도 읍참마속하는 대통령 될 것”이라고 했다. 주장하는 바가 뭐가 됐건 사용되는 칼은 읍참마속이다.
이 사자성어가 나온 지 2000년이 흐르면서 독특하고 다양한 해석도 나왔다.
첫째는 ‘열등감과 조급함은 실패의 어머니’란 교훈을 주는 사자성어라는 해석. 마속에겐 4명의 형제가 있었는데 모두들 뛰어난 인재였다. 특히 형인 마량(馬良)이 뛰어나, 가장 우수한 것을 의미하는 백미(白眉)란 표현은 마량의 눈썹에 하얀 털이 난 데서 유래한 것이다.
열등감과 조급함 피해야
그래서 마속은 항상 형 마량에 비교되며 2등으로 간주됐는데, ‘2등 마속’이 갖는 열등감이 가정 전투의 패인이 됐다는 말이다. 가정에 도착한 마속은 제갈공명 지시대로 하면 승리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시키는 대로만 해서야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것 같아 조급하게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둘째는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면 대업은 이룰 수 없다는 해석이다. 제갈공명은 아끼던 마속의 목을 쳐서 슬픈 게 아니라, 유비가 살아 있을 때 했던 말을 깨닫지 못한 자신의 모자람을 한탄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다. 가끔 ‘멍청한 황제’로 묘사되는 유비지만 사람 보는 눈은 뛰어났다. 유비의 혜안이 관우, 장비, 조자룡, 마초, 황충, 그리고 제갈공명을 얻게 해 준다. 그 유비가 세상을 뜨기 전 제갈공명에게 “마속은 말이 너무 앞서고 사람들 평이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으니 크게 쓸 재목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제갈공명은 가정을 빼앗긴 뒤에야 그 말이 생각나 자신의 사람 보는 눈 없음을 한탄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해석이다.
보석 밀수 보다 안 떠나는 것이 최고 해악
타이완판 읍참마속이 주는 교훈도 있다. 보석 밀수 보다 더 큰 부패는 적절치 못한 사람이 친척이네 개국공신이네 하며 권력자 주변을 죽어라 떠나지 않는 것이란 해석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보수건 진보건 선거 및 공약 작업에 참여한 정치인·학자·관료 등을 대거 영입해 국정의 중심에 배치했다. 하지만 이들은 ‘선거 우등생’일 뿐 국가 발전 원리를 고민해온 사람이 아니기 십상이다. 국가 발전 원리를 모르는 해바라기는 무능하고 위험하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그 충직한 동지와 당원들을 중용하다 보니 정작 최고의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할 수 없었다. 정치적으로는 유능하지만 정책적으로는 무능한 충신이 정권을 망친 것이다. 결국 정권이 성공하려면 읍참마속 사자성어를 실현하거나, 권총을 선물해야 한다. 한나라 고조 유방, 명나라 태조 주원장의 잔혹한 공신 척결은 모두 나름의 ‘지혜’에서 나온 것이었다.
한나라 부활했을 수도
“읍참마속은 우리처럼 노조가 강한 나라에선 실현하기 어려운 사자성어”라는 농담도 있지만, 만약 제갈공명이 마속을 기용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두 가지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첫째 읍참마속 사자성어가 생겨나질 않았다. 둘째 촉이 중국을 차지해 한나라가 부활했을 수 있다. 윤 당선자는 두 번째 만약을 명심해야 한다.
물러나고 안 물러나는 거야 당선인과 공신들 마음이자 운명이지만, 그냥 있겠다면 제발 국민만 생각하고 두려워하면서 언행 하나하나에 신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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