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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인 대구광역시 달성군 사저로 귀향하면서 사실상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충청북도는 박 전 대통령의 모친인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옥천군을 품고 있다. 육 여사는 1974년 8·15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간첩 문세광의 흉탄에 피살됐다.
충청남도가 김종필·이인제·이완구·윤석열과 같은 유명 정치인을 배출했다면 충북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제외하곤 없다. 반 전 사무총장은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에 출마 선언했다가 20일 만에 꿈을 접었다. 언론의 각종 의혹 제기와 부정적인 여론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 전 사무총장이 윤석열정부의 초대 총리에 오를 것이라는 하마평이 돌면서 그의 재기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북의 자치행정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봤다.
보수 아성에 진보가 12년 장기 집권… 정치색보다 인물론이 대세
충북은 조선시대 영남의 선비들이 한양에 과거 보러 가는 문경새재의 관문이다. 임진왜란 당시 신립 장군은 충주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치고 왜군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 충절과 기개를 가진 선비가 많았던 충북은 광복 이후 정치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민선 도지사는 주병덕·이원종·정우택·이시종이다. 주병덕·이원종·정우택은 보수 정당, 33~35대 도지사인 이시종은 진보 정당 소속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처음 깃발을 꽂은 후 12년 동안 장기집권하는 모양새다. 충남과 충북 모두 정치색보다는 인물론이 선거에서 중요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민선 도정 구호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는 힘 있는·희망찬·잘사는·으뜸·함께하는·행복한 등이다. 주병덕은 ‘힘 있는 충북 건설’을 내세웠지만 어떤 힘인지 모호하다. 경제와 정치 모두 역량을 키우지 못했다. 재선한 이원종은 희망과 으뜸, 정우택은 ‘잘사는 충북, 행복한 도민’이 도정 구호였다.
이시종이 3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명박정부의 실정이 크게 작용했다. 2010년 선거에서는 전 도지사인 정우택과 경쟁했지만 2014년과 2018년 선거에서 맞붙었던 윤진식·박경국은 공무원 출신이다. 보수 정당이 지역정치를 이끌 역량을 갖춘 인사를 공천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다.
6·1 지방선거는 흥미로운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곽상언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가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은 20대 대선 승리로 고무돼 인물 풍년이 들었다. 이혜훈 전 국회의원,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김영환 전 장관, 오제세 전 국회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충북의 발전에 도움을 줄 새로운 인물은 없고 이른바 '정치꼰대들의 귀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G반도체 설립이 지역경제 부흥 시발점… 청주 의존도 해소해야 균형발전 가능
산업화 시대에 발전한 도시들은 항만을 갖추거나 내륙 교통 중심지에 위치해 있다. 충북 도시들은 교통 접근이 어렵고 배후 소비지가 부족해 기업의 입지조건으로 적합하지 않은 편이다. 충주의 경제는 낙후된 반면 청주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청주는 1989년 LG반도체가 건설되면서 산업도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1999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산업구조조정으로 LG반도체가 SK그룹에 매각되면서 위기가 찾아왔지만 현대반도체와 합병되면서 하이닉스반도체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대규모 투자와 기술개발로 메모리 반도체 세계 2위로 발돋움했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도 천지개벽이 되고 있는 지역이다. 2009년 첨단의료복합단지로 선정됐고, 정부는 2038년까지 30년간 5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판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를 모델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다수 제약업체·화장품업체·생명공학업체 등이 입주했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바이오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캠퍼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2020년 기준 충북 지역내총생산(GRDP)은 71조원으로 114조원인 충남의 62.2%에 불과하다. 울산·대구·전북·강원·대전·광주·제주에 비해서는 많지만 대규모 산업단지가 잘 발달된 경남·경북·부산·인천·전남에 비해서는 적다. 청주가 충북 경제의 중심지이며 비중은 점점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2021년 말 기준 충북 인구는 159만명으로 211만명인 충남에 비해 52만명이 부족하다. 전체 인구 중 52.8%가 청주에 거주하고 충주·제천·음성 순으로 많다. 청주에 산업단지가 확대되면서 인구 유입 요인이 있지만 다른 시·군의 인구 감소세가 더 빨라 인구가 증가세로 반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5~2019년 금품수수·공금횡령·공금유용·품위손상 등 비위 행위로 처벌을 받은 충북 공무원은 475명이다. 성희롱·성폭력·성매매 등 성 비위 사건도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 경징계에 그쳤다. 솜방망이 처벌로 비위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여론이 비등하지만 공직사회는 아예 귀를 닫은듯 하다.
대표 관광지 속리산·법주사 쇠퇴... 주변 지역 비해 대학 경쟁력 낮아
천혜의 자연유산인 속리산과 법주사를 품은 충북은 유명한 문화재가 많은 편이다. 보은 법주사는 쌍사자 석등·석련지·팔상전·사천왕석등·마애여래의좌상 등 다수의 문화재를 자랑한다. 과거부터 중고생들의 수학여생지로 인기를 끌었지만 예전의 영화를 잃었다.
1440년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해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면 고려는 1377년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을 남겼다. 현재 프랑스 국립박물관에 보관돼 있지만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군대가 약탈해간 보물이다.
충북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축제를 개최한다. 영동포도페스티벌·영동곶감페스티벌·지용제·중봉충렬제·황토사과축제·속리축전·보은동학제·청주예술제·청주직지축제 등이 있다. 청주직지축제는 2001년 9월4일 직지가 유네스코에 등재되면서 이날을 기념한다. 충북에서 유일하게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축제다.
충청 지역에서 대전에 유명 대학이 몰려있기 때문에 충북 소재 대학이 좋은 인재를 유치하기란 쉽지 않다. 주요 대학은 충북대·청주대·한국교통대·중원대·극동대이다. 충북대가 대표 대학이지만 대전광역시나 세종특별자치시에 있는 대학에 비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청주에 있는 SK하이닉스 등은 지역 인재보다 서울에서 채용한 직원을 내려 보낸다. 생산직조차 외지인이 다수를 점하기 때문에 지역 출신들이 취직할 기회는 많지 않다. 청주는 그나마 여건이 나은 편이지만 충주·제천·음성·진천과 같은 시골 지역은 공공 부문을 제외하곤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
충남에 비해서 낮은 평가… 역량 갖춘 정치 신인 등용해야 발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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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오동훈] ⓒ스카이데일리 |
충북의 자치행정을 평가한 결과는 총 50점 만점에 18점으로 광주광역시·전라남도·전라북도에 비해서 높다. 대구광역시와 동일한 수준이지만 울산광역시·대전광역시·경상남도·경상북도·충청남도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충남이 경제에서 6점을 받았지만 충북은 2점에 그쳤다.
정치는 역동적이지만 지역 맹주를 자처하는 퇴물 정치인들의 향연장으로 전락했다는 점도 반영했다. 중앙정치에서 밀리면 지역에 내려와 도지사라도 한번 하려는 분위기가 경상도·전라도와 비슷해 보인다. 간혹 신인 정치인이 출마하지만 충분한 역량을 갖췄는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의 충북 공약은 충청권 광역철도,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방사능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오송글로벌바이오밸리 등이다. 오송은 이미 바이오산업이 활성화된 상태이고 철도 인프라가 지역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충북이 발전하려면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인프라에 먼저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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