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물왕 계보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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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수의 新삼국사 산책

내물왕 계보의 허와 실

선대계보는 김씨왕조에 편입된 계보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3-30 12:50:20

신라 김씨왕조를 대표하는 내물왕은 신라 왕통의 최종 승자다.

‘삼국사기’ 기록이다. ‘성은 김씨로 구도(仇道) 갈문왕의 손자이고, 아버지는 각간 말구(末仇)이다. 어머니는 김씨 휴례(休禮) 부인이다. 왕비는 김씨로 미추왕의 딸이다(姓金仇道葛文王之孫也夫末仇角干母金氏休禮夫人妃金氏味鄒王女).’ ‘삼국사기’는 내물왕의 가계를 온통 김씨로 도배했다. 아버지 김말구, 어머니 김휴례, 왕비는 미추왕(김씨)의 딸이다. 특히 기록은 내물왕의 아버지, 어머니, 왕비 등 모두를 ‘김씨(金氏)’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내물왕 계보의 실제성

‘신라사초’는 ‘삼국사기’ 내물왕 계보를 좀 더 구체화해 보완했다. 아버지 말구(末仇)는 미추왕의 이복동생 말흔(末昕)의 아들이며, 어머니 휴례(休禮)는 미추왕과 달례(達禮)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또한 ‘삼국사기’가 왕비로 기록한 ‘미추왕 딸’은 보반(保反)으로 미추왕과 광명(光明·석씨)여왕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내물왕의 어머니(휴례), 왕비(보반)는 둘 다 미추왕의 딸이다.

‘삼국사기’와 ‘신라사초’ 기록을 종합해 보면 내물왕의 계보는 다소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 세대 간의 격차를 무시한 일차원의 계보다. 이는 내물왕의 선대(부모) 또는 후대(자손) 중 어느 한쪽 계보에 오류가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후대계보는 내물왕의 자손이 명확해 오류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내물왕의 왕비 보반은 광명여왕의 딸로 훗날 여왕을 승계하며, 내물왕의 아들 눌지왕, 복호(보해), 미사흔(미해) 등을 낳는다. 따라서 내물왕의 후대(자손) 계보에 잘못이 없다면 선대(부모) 계보의 오류를 의심해야한다.

‘신라사초’ 기록의 내물왕에 대한 배려

‘삼국사기’와 ‘신라사초’의 내물왕 기록을 보면, 기년과 편년에 있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사망년도는 서기 402년으로 같으나 즉위년도는 다르다. ‘삼국사기’는 356년이고, ‘신라사초’는 377년이다. 또한 이로 인해 재위기간도 조정됐다. ‘삼국사기’는 47년간이고, ‘신라사초’는 26년간이다.

그런데 ‘신라사초’에는 특이한 기록이 있다. 편년별로 정리된 즉위전사(卽位前史)이다. 일반적으로 즉위전사는 왕의 계보나 성품 등 주요 특징을 간략히 기술하는데, 내물왕의 경우는 아예 출생 시부터 즉위 전까지의 과정을 편년별도 모두 기록해놨다. 특히 즉위전사에는 내물왕의 즉위과정이 상세히 담겨 있다. 서기 375년 광명여왕에 의해 부군(副君·부왕)에 봉해진 내물왕은 376년 광명여왕이 내물왕의 아들 호동(好童)을 낳자, 이듬해인 377년 흘해왕(석씨)으로부터 선위를 받아 즉위했다. 내물왕의 즉위에는 당시 실권자인 광명여왕이 깊숙이 개입돼 있었다. ‘삼국사기’는 이 모든 과정을 흘해왕이 사망해(王薨) 내물왕이 즉위한 것으로 축약해서 정리했다.

‘신라사초’ 내물왕 ‘본기’는 ‘내물대성신제기’이다. ‘대성신제(大聖神帝)’는 내물왕의 권위와 위상을 성신(聖神)의 반열에 올리며 추존한 칭호이다. 또한 편년별 즉위전사 기록은 내물왕이 특별한 존재임을 부각시킨 기록상의 배려다.

내물왕의 정치행사는 김씨왕조의 편입

내물왕은 즉위 이후 곧바로 중대한 정치행사를 실시한다. 조묘 제사와 수왕연리이다. 조묘(‘삼국사기’ 시조묘)는 미추왕의 아버지 김구도 묘로 내물왕은 제사 형식을 빌려 김구도를 시조로 받아들이며 김씨왕조의 계승자임을 천명한다. 또한 내물왕은 조묘에서 수왕연리(樹王連理)를 실시한다. 수왕연리는 ‘나뭇가지들이 서로 맞붙는 것’이다. 이는 생물학적 접목(椄木) 행위가 아닌 족보상의 합환(合歡) 행위이다. 내물왕은 김씨왕조와의 합환을 통해 ‘김말구-김휴례’의 선대(부모)계보를 새로이 획득하며 비로소 김씨왕조 족보를 가지게 됐다.

내물왕의 선대계보는 김씨왕조에 편입되며 새로 만든 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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