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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도 20일이 지났다. 모든 광역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요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 등을 만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선거 공약과 지역 현안 이슈를 조정하기 위한 미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출신 시·도지사는 여당 프리미엄을 얻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시도는 난처한 상황이다.
새로 출범할 윤석열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감이 하락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6·1 지방선거 향방이 오리무중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보다 광역지방자치단체는 여론 바람에 크게 휘둘리는 경향이 있어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87년 6·10 민주항쟁은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줬지만 진정한 주인 행세를 하기까지 8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1995년 지방자치가 시작됐지만 28년 동안 발전은커녕 퇴보하고 있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 모델을 적용해 평가한 17개 시·도의 자치행정 결과를 정리해봤다.
지방정치인과 공무원 부패 고리 단절 시급… 정책·인물 선거 변화는 긍정 신호
지방자치가 퇴보를 거듭한 가장 큰 이유는 후진적인 정치 때문이다. 중앙 정치인들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인 지방자치를 국회의원의 전리품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도당·지구당 위원장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의 공천권을 쥐고 자신의 선거 홍보요원으로 악용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국회의원은 지방자치를 발전시킬 인재보다는 자신의 선거에 도움이 되는 아첨꾼 위주로 공천한다. 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 있는 표를 그러모으고 선거비용도 분담하는 것을 말한다. 소위 말하는 매관매직이 성행하면서 지방선거가 역량 있는 신진 정치인의 등용문이 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경상도·전라도는 특정 정치세력의 철옹성이다. 특히 경상북도·대구광역시·전라남도·전라북도·광주광역시는 지역을 근거지로 하는 특정 정당의 싹쓸이 선거가 반복된다. 반면에 경상남도는 양산·김해·창원과 같이 이주민 비중이 높은 도시를 중심으로 정책선거나 인물선거의 싹이 트고 있는 중이다.
대전광역시·충청남도·충청북도는 주민의 정치의식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정당보다는 인물에 따른 투표가 두드러진다. 김종필 전 총리가 충청을 기반으로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해 상당기간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다. 김종필 이후 심대평 전 충남지사도 2007년 중부권 신당으로 정계개편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한국 정치의 중심인 수도권은 정치지형이 매우 유동적이다. 서울특별시장은 규모나 정치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대통령에 도전하는 자리라는 인식 때문에 소위 말하는 잠룡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서울의 쇠퇴로 반사이익을 얻은 경기도는 인구가 1300만명으로 커지면서 정치 1번지로 등극하려고 시도 중이다. 인천광역시장 선거는 중앙정치의 변두리로 존재감이 미약하다.
재정자립도 하락 추세 반전 불가능… 지방공무원 승진 기준은 능력보다 당선 기여도
지방자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 실정에 적합한 정책을 추진해 균형발전을 이룩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지방자치를 정상적으로 펼치는 것은 어렵다. 광역자치단체의 경우에는 기초자치단체보다 상황은 좋지만 중앙정부의 교부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2017년 53.7%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다. 2021년 기준 재정자립도가 50% 넘는 광역자치단체는 서울·세종·경기·인천 4곳에 불과하다. 울산·부산·대구·광주가 40%대이고 나머지 시·도는 20~30%대로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대구·강원이 가장 침체돼 있고, 서울·울산·경기·제주·경남·경북·충남은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울산은 조선·자동차·석유화학이 하락세이지만 여전히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경기는 서울에서 밀려난 기업의 공장과 사무실이 경제 활성화의 효자 역할을 담당한다. 충남의 경제가 호황인 것은 천안·아산·서산·당진을 연결하는 대기업 산업벨트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중앙 정치인의 은퇴 무대, 지역 유지의 로비 창구 역할을 담당하면서 부정부패를 심화시켰다. 자치단체장이나 의회의 권한 강화도 이권과 뇌물을 편안하게 교환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 승진에 인생을 거는 지방공무원도 뇌물상납 고리를 연결하는 핵심이다. 사무관·서기관으로 승진하는 기준은 능력보다 단체장 당선에 대한 기여도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행정·정치 능력이 부족한 지역 토호세력들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지역의 터줏대감 행세를 하던 공무원들의 비애감은 더욱 커졌다. 지역 의원들로부터 공·사석에서 폭언·폭력·성희롱·성폭력·모욕 등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지만 후환이 두려워 쉬쉬하고 넘어간다. 일벌백계가 필요하지만 아무도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지 않는다.
문화유산 극찬보다 경쟁력 확보 방안 고심 필요… 행정·정치 모두 4류 전락
한국인은 5000년의 유구한 역사와 위대한 문화유산에 대해 자부심이 넘친다. 하지만 정작 해외를 다녀보면 우리나라 교과서와 교육이 편협된 지식과 논리로 점철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상이 남겨준 문화유산을 폄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먼저 파악해보자는 말이다.
한국경제를 이끌던 제조업이 퇴조하면서 서울뿐 아니라 지방도 문화유산·축제·스포츠 이벤트 등 서비스업으로 지역경제를 부흥시키고자 노력한다. 600년 이상 수도인 서울조차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줄 문화유산이 많지 않다. 경복궁도 프랑스 베르사이유궁전, 중국 자금성, 일본 오사카성, 영국 윈저성 등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지방자치의 가장 큰 그늘 중 하나가 구체적인 정체성조차 파악하기 힘든 각종 축제들이다. 지역마다 매년 세금만 쏟아붓는 동네 축제가 수십 개에 달한다. 수백·수천억원을 투자해 지은 박물관·전시관 중 하루 관람객이 관리인 숫자보다 적은 곳도 많다. 이런 시설들은 관광객의 접근성보다 지역 유지들이 땅값을 올리기 위해 외딴 곳에 건축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심한 작태라는 지적을 받을만 하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1995년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일갈했다. 정치권과 관료들이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현재 행정과 정치 모두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개개인의 능력과 경쟁력 차원에서 보면 ‘기업은 1류, 행정과 정치는 4류’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다.
무지한 정치와 어설픈 행정이 조합된 지방자치가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국민의 권리를 포기할 수는 없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 기술 덕분에 직접 민주주의, 참여 민주주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방행정을 감시하고 올바로 이끌어야 한다. 지역 주민의 정치의식 수준에 따라 지방자치의 운명이 좌우될 것으로 판단된다.
지방자치 정상화 위해 지방세 확대 필요… 광역시 기초자치단체 자치권 회수도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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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오동훈] ⓒ스카이데일리 |
작금의 한국 지방자치는 파괴적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해 예산만 낭비하는 어른들의 소꿉놀이로 전락했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영향력을 유지하고 퇴직 이후 자리를 얻기 위해 지방세 비중을 늘리지 않는 것도 재정자립도를 열악하게 만든 요인이다. 지방자치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선 과감하게 지방세를 늘려줘야 한다.
광역자치단체의 지방자치를 평가하면서 느낀 점은 특별시·광역시의 경우에 구·군청인 기초자치단체에 자치권 부여가 필요한지 여부다. 자생 능력도 없는 기초자치단체에 부여한 불필요한 권한이 지방행정의 난맥상을 자초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광역자치단체의 자치행정을 평가한 이후 기초자치단체의 자치행정까지 미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마찬가지로 광역자치단체의 숫자를 늘리고, 기초자치단체는 기초의회를 없애고 단체장은 임명직으로 바뀌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총체적인 난국을 타개하려면 성역 없는 비판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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