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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각국에서 탄소 중립을 위한 탄소 배출량 감소 목표를 강화하면서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전기차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기술 초격차 전략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전기차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전기차 배터리의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며 가격 경쟁력이 전기차 시장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韓 점유율 24.1%… 美 시장 진출 본격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2030년 자동차 산업 전체의 31%를 배터리를 활용한 전기자동차가 점유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전기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전기차 배터리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전기차의 동력원이 전기 에너지를 저장해 구동시 전력을 공급하는 부품으로 주행거리와 추진 출력을 결정한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연 36.7%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5년에는 1600억달러(약 194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유망산업으로 떠오른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국내 기업들도 일찌감치 뛰어들어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발표한 올해 1~2월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13.8%의 점유율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SK온은 6.5%로 5위를 기록했으며 삼성SDI는 3.8%로 7위였다.
중국의 CATL은 34.4%의 점유율로 1위 자리에 올랐다. CATL은 2017년부터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특히 2020년 대비 8.0%p 상승하며 입지를 굳혔다. 역시 중국 기업인 BYD도 11.9%의 점유율로 3위에 올랐다. 중국 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전 세계 전기차 소비의 약 47%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하는 등 지원을 줄이고 있지만 이미 중국 업체들이 내수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 이를 뚫고 새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시장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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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오동훈] ⓒ스카이데일리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의 50%를 친환경 차량으로 대체하는 대규모 보조금 지급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배터리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한 투자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미국의 전기차 육성 계획에 발맞춰 한국 기업들이 미국 완성차 업체와 손을 잡고 미국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24일 미국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총 4조8000억원을 공동으로 투자해 캐나다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 애리조나에 총 1조7000억원을 투입해 배터리 단독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공장까지 합해 2025년까지 최소 447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SK온 역시 3월15일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터키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SK온은 기존 공장까지 합쳐 2025년 220GWh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키로 했다.
삼성SDI는 미국 내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 스텔란티스와 같이 추진하는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공장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5년 상반기부터 미국에서 연간 23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차 배터리도 ‘기술 초격차’… “경제성 개선도 주요 개선 과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전기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초격차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초격차는 대체가 불가능한 기술적 격차를 의미하는 말로 원래 반도체 분야에서 사용되는 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0년 동안 5조3000억원을 연구개발(R&D) 투자에 투입해 배터리 소재, 공정, 핵심기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특허 약 2만3000개를 보유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 중국, 미국, 유럽 등에 3300여명의 R&D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배터리 충전 속도를 줄여주는 더블 레이어 코팅 기술과 하이니켈 NCM 양극재, 실리콘 음극재 등을 개발했으며 소형, 대형, 원통형 등 다양한 형태의 기술을 보유해 고객 요구 가격대와 성능을 충족시킬 역량을 쌓았다.
삼성SDI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전고체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이 고체로 된 배터리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화재 문제에서 자유롭고 전체적인 성능이 좋다. 삼성 SDI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이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는 지난달 17일 주주총회에서 “삼성 SDI의 사업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호흡으로 승부를 겨뤄야 하는 사업”이라며 “우선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최고의 품질과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다짐했다.
SK온은 안전성 부분에서 초격차 확보에 나서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11월 한국전기연구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화재 예방 기술 개발 및 스트레스 테스트에 나섰다. SK온은 실제 주행 환경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모두 고려한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할 방침이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3월 조사통계월보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2차전지 기술격차는 2~4년으로 추정된다. 우리 기업들이 보유한 뛰어난 기술력은 앞으로 중국과 시장 점유율 싸움에서 확실한 무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와 합작사를 설립하며 배터리 내재화에 나섰던 폭스바겐은 노스볼트의 기술력이 요구하는 수준을 총족하지 못해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SDI는 폭스바겐이 사용하는 각형 배터리를 양산 중이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또한 각형 배터리 양산에 나서고 있다.
반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또 다른 큰손인 테슬라는 일본의 파나소닉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협력해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4680 배터리)의 양산을 앞두고 있다. 4680 배터리가 양산될 경우 주행거리 증가와 더불어 생산성 및 원가 경쟁력을 의미있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기차 가격의 40%를 배터리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가절감이 필수적이다. 4680 배터리가 양산될 경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패러다임을 가격 경쟁력으로 재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 SDI가 파나소닉에 맞서 테슬라 및 다른 업체의 수주에 대비해 4680배터리 양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 SDI의 기술 수준은 파나소닉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공산이 높아 보인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산업 동향 분석을 통해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러한 신기술이 상용화돼 제품화되기까지는 원가, 양산성 등의 넘어야 할 장애물이 존재한다”며 “전기차 메가트렌드 지속을 위해서는 배터리 가격 하락이 핵심 이슈이며, 현존 2차전지 기술을 활용한 배터리설계의 개선 및 경제성 개선도 중요한 부분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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