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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마음의 병이라고 한다. 우리가 병이라고 하는 현상 중 80% 이상은 스트레스성 질환이라는 설명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환자 중 80프로는 몸의 현상이 아니라 마음에 집중하는 게 좋다는 의미다. 그런가. 하지만 이 논리를 가지고 설득을 하는 것도, 당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병원에 가지 않고, 돈 안 들이면서 마음을 활용한 치료 가능성은 ‘아주 넓게’ 열려 있다는 사실이다.
사는 동안 각종 질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언제든 병에 걸린다. 걸리기 전에 징후는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걸리고 나서야 몸에 이질적인 통증과 이상 사태가 발생했음을 알게 된다. 문제는 이질적인 현상으로 인한 당신의 마음이다. 발열이나 인후통, 두통, 기침 등, 몸에서 일어나는 낯설고 기분 나쁜 현상이 지속되면 우울감이나 불안증, 신경증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신의 몸 안팎에서 일어난 낯선 병이 첫 번째 화살이라면, 불안증이나 신경증 등 마음의 병이라는 두 번째 화살을 맞게 되는 셈이다.
나는 가끔 심장에게 말을 건다
당신의 간에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는 소식과 등이나 가슴에 염증이 발생했음을 알았을 때 어느 쪽이 더 심리적 압박감을 줄까. 몸 안의 장기 쪽에서 상처가 생기면 우리는 통상 ‘병에 걸렸다’고 한다.
반면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염증이나 피가 나오는 현상을 상처 혹은 부상(負傷)이라고 칭한다. 상처는 본인이나 타인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고, 그 위치와 크기를 파악할 수 있다. 마음은 당연히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져지는 상처를 가볍게 여긴다. 즉, 두 번째 화살을 맞을 확률이 높지 않다.
위 내시경을 본 의사가 말한다. “위장 위쪽과 식도 사이 접혀진 부위에 뭔가 콩알 만한 게 두세 개 보이는데, 조직검사 좀 해 봐야겠네요.” 당신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밥맛이 떨어지고, 친구와의 약속도 취소했던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병에 관한 심리적 반응은 그 병에 대한 정보 장악력과 관계가 깊다. 자신의 눈, 귀, 코, 혀, 피부 등의 감각기관을 통해 직접 확인했던 상처는 그 과정과 결과의 데이터가 세상의 나이만큼 다양한 경험의 형태로 무의식에 저장돼 있다. 누구에게 물을 것도 없이 정보 자료가 넉넉한 셈이다. 목덜미 부위에 열이 오르면서 붉은 염증이 일어나는 사건은 어떤 과정과 처치를 하면 얼마만한 시간을 거쳐 원상회복이 되는지,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체 내부 현상을 대하는 마음의 차원은 다르다. 새까맣게 무지하다,는 생각에 붙들려 있기 십상이다. 몸 속의 허파나 심장, 간장, 담낭, 췌장, 위장, 십이지장, 소장, 대장, 자궁 등을 직접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져봤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로 비유하면, 일면식도 없는 상대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몸 안에서 일어난 이질적이고 불쾌한 현상은 바로 컴컴한 골목에서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검은 물체와 맞닥뜨린 상황에 버금가는 심리적 격동을 일으키곤 한다.
인간관계든 몸의 건강이든 상대에 대해 부정적이면서 막연한 정보만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적인 생각의 파편을 터트리기 좋은 환경이다. 불안과 당혹, 좌절, 분노 따위가 종잡을 수 없게 번져간다. 의료진의 처방이나 치료 행위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마음의 부정적 현상까지 말끔히 씻어주는 건 아니다. 그래서 자신의 몸을 믿지 못하는 마음이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몸이라는 물리적 현상은 소위 생노병사(生老病死)의 순리 앞에서 불가항력의 실체다. 흙에서 싹이 돋듯, 몸에서 병이 돋는다. 언젠가 첫 번째 화살을 맞는 것은 순리다. 문제는 두 번째 화살이다. 지금 병상에 있는 분들의 80프로 이상이 해당된다고 하는 심리적 병증을 어떻게 할 것인가. 냉정하게 말하면, 하루 종일 투여되는 혈관 수액도 두 번째 화살 처지용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치료를 받고 싶은가, 위로를 받고 싶은가.
몸이 보내는 신호를 수신하라
우리, 모르는 것은 안다고 착각하고, 알만한 것은 생판 모르는 것으로 치부하는 오류를 자주 범한다. 특히 나와 내 몸 속의 관계가 그렇다. 그것은 서로 나뉘어 있지 않아서 몸속의 자그마한 염증 같은 사건만으로도 존재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문제가 생겼다는 정보를 듣고 당신과 당신이 파악해야할 몸 속이라는 현장은 접속이 끊긴 지 오래다.
간처럼 통증에 둔감한 부위조차도 극심한 피로감이나 혈색 따위로 낱낱이 신호를 보내오지 않았던가. 이렇게 몸 속의 여러 발신음을 수신 거부로 제쳐놓고 살다가 결국 자신의 몸과는 전혀 상관없는 의사 앞에 내려놓는다.
문제는 내 몸과의 소통 의지와 방법이다. 사실, 의지만 있으면 방법은 간단하고 효과는 뛰어난 기술이 있다. 당신이 준비해야 할 것은, 몸과 마음을 고요히 하는 것, 한 가지뿐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눈을 감고, 잠들지 않을 정도의 편안한 상태를 유지한다. 그리고 감은 눈 속에서 자신의 몸 전체 이미지를 바라본다. 할머니가 어린 손녀를 바라보듯이 바라본다면, 당신은 어린애처럼 이완될 것이다. 이런 따스한 마음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대로, 몸 속의 장기들 이름을 불러준다.
우리는 순서에 익숙해 있으니까, 이왕이면 순서를 따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시작은 혀끝에서 한다. 혀를 따라서 목구멍, 식도, 호흡기, 허파, 심장, 간장, 위장, 십이지장.... 이런 순이다. 가다 보면, ‘아, 명칭도 모르고, 생긴 것도 모르는데’ 하는 생각이 수도 있다. ‘췌장? 이건 이름만 알뿐, 사진으로도 본 적이 없는데 어떡하지?’ 이럴 때는 ‘그곳에 있다는 느낌’을 그냥 더듬어간다.
하루에 한번씩이라도 편리한 시간에 앉거나 누운 자세로 이런 소통의 시간을 가져본다. 이것을 반복하고, 습관이 되다 보면 자연스레 여러 장기나 내장기관 속에 붙어 있는 마음의 말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마치 어두운 땅 속에서 씨앗 상태로 놓여 있는 낱말이 당신이라는 햇빛과 소통의 생명수를 만나는 격이다. 나는 가끔 심장에 집중하여 말을 건다. ‘하루 종일 쉬지도 못하고 피곤하지?’ 그러면 반드시 어떤 대꾸가 들려온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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