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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2022년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의 진짜 챔피언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였다. 총상금 1500만달러(한화 약 180억원)가 걸린 이 대회에서 스코어상으로는 나흘 동안 10언더파 278타를 친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우승을 차지해 그린자켓을 입었지만 골프 팬들이나 갤러리들 모두의 마음속에는 성적과 관계없이 우즈가 챔피언으로 자리했지 않았나 싶다. 올해 마스터스는 우즈가 불굴의 의지로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쓴 대회로 역사에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탓으로 두 다리를 절단해야 할지 모른다는 진단을 받았던 우즈가 공식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무려 1년4개월만이었다. 마스터스 대회 이틀을 앞두고 그가 전격적으로 출전을 발표했을 때만해도 과연 두 다리가 성치 않은데도 하루 8km씩을 걸으며 라운딩을 소화해 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지난해 12월 12살짜리 큰 아들 찰리와 출전한 가족 골프대회 PNC 챔피언십에서는 아들과 번갈아 공을 쳤고, 비거리 부담이나 심리적 압박감도 없었다. 더구나 우즈는 주최 측의 특별 배려로 카트를 타고 경기했고, 고작 이틀짜리 이벤트였다.
골프선수에게 나흘 동안 코스를 걷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우즈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우즈의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고, 절뚝거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더구나 대회장인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한 편이다. 우즈는 심지어 클럽을 지팡이 삼아 걸어야 했다.
마스터스는 더구나 출전 자격이 까다롭고 골프 명인들만이 출전한다. 다들 우즈보다 젊고 힘이 센 최고의 선수들과 우승을 다퉜어야 했다. 그렇기에 우즈가 과연 예선을 통과할 수 있거나 우승할 수 있을지 여부는 전혀 중요치 않았다. 우즈는 마지막 날 체력적인 어려움을 드러내며 6오버파 78타를 치는 바람에 47위(301타)에 머물렀지만 컷을 통과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였다. 올해 29살로 전 세계랭킹 1위인 2015년 마스터스 챔피언 조던 스피스, 세계랭킹 19위인 괴력의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이상 미국)도 컷 탈락을 한 것을 보면 우즈가 컷을 통과해 나흘동안 경기를 펼친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성적보다는 ‘황제의 성공적인 복귀’가 마스터스의 화두였다. 지난해 2월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내 승용차와 함께 계곡으로 굴러 떨어져 구조된 뒤에는 석 달 동안 의료용 침대에서 꼼짝 못 하고 누워 있었고, PGA 동료들 뿐 아니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들도 그의 쾌유를 비는 차원에서 우즈의 상징인 ‘검빨 패션(검정색 바지에 빨간색 셔츠)’를 입고 대회를 치르기도 했다. 넉 달 전까지만해도 목발을 짚지 않으면 이동하기 힘들었던 그였다.
메이저 대회에서 무려 15승을 거둔 ‘현대 골프의 아이콘’ 우즈가 최고 인기인 마스터스를 통해 대중 앞에 서기로 결정한 것은 과거 5번이나 마스터스를 제패한 인연 때문이다. 마스터스 무대를 한번 밟는 것 조차 가문의 영광이지만 우즈는 무려 24번이나 출전한 단골손님이었다. 우즈가 처음 메이저대회 정상에 오른 1997년 마스터스, 그리고 10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2019년 마스터스를 포함해 5차례나 우승했고, 1996년 미국 아마추어골프선수권 대회를 3연패한 우승자 신분으로 초청을 받은 대회가 바로 마스터스였다.
우즈가 마스터스 출전 여부도 밝히지 않았는데도 모든 시선은 우즈에게 쏠렸다. 그가 나선 공개 연습장에는 사상 최다 구름관중이 몰려 관심도를 입증했다. 우즈가 심사숙고 끝에 출전 결심을 밝히자 나머지 모든 출전 선수들은 졸지에 ‘넘버 2’가 됐을 정도다. 1~4라운드 내내 주인공은 우즈였다. 특히 1라운드 때에는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 회원인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제리 양 야후 설립자, 미국프로풋볼(NFL) 로저 구델 커미셔너 등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우즈의 복귀를 반겼다. 우즈를 응원하려는 갤러리들은 나흘 내내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한다. 대회 기간 내내 팬들이 “힘내라, 타이거”와 함께 가장 자주 외친 말은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 타이거”였다. 우즈는 47세의 나이에 성치 않은 몸에도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터뜨렸고, 예리한 아이언샷과 천재적인 쇼트게임을 선보여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기력을 과시했다.
올해 마스터스가 우즈의 복귀로 엄청난 홍보 효과와 입장 수입, 기념품 판매 수입을 올렸음은 당연했다. 한때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 떠돌던 ‘타이거 우즈 효과’라는 말이 새삼 떠올랐을 정도다. 우즈가 대회에 출전한 직후의 월요일에는 미국 다우지수가 오르고, 경기가 없던 주말 다음 월요일에는 지수가 떨어진다는 주장이었다. 이와 함께 우즈가 출전한 직후에는 골프용품이 잘 팔리고, 출전하지 않은 경우에는 매출이 줄어든다는 말도 적지 않았다.
허리와 발목 등 숱한 부상과 스캔들 등으로 굴곡을 겪은 우즈였지만 오로지 투어 복귀라는 실낱같은 희망과 가족의 힘 덕분에 혹독하고 힘겨운 재활을 버텨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즈의 재활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부상으로 수술대를 숱하게 오르락 내리락 했던 우즈였다. 지난해 생사의 고비를 넘긴 치명적인 교통사고 이전에는 사고가 아닌 과도한 운동에서 비롯된 부상들이었다.
날마다 근력 운동과 스윙연습에 매달린 그는 무릎, 허리, 아킬레스건 부상에 시달렸고 그때마다 재활을 거쳐 오뚜기처럼 일어서곤 했다. 호쾌한 스윙과 함께 PGA 투어 82승이라는 경이적인 경기력을 차치하더라도 다시 일어서고 말겠다는 강인한 정신력과 불굴의 의지를 팬들 앞에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가 칭송을 받는 것이다.
그가 어렵사리 부활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었음은 물론이다. 그렇기에 골프를 치지도, 전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도 우즈의 이름과 카리스마 앞에서는 존경을 표시할 정도다.
우즈가 완전한 몸으로 다시 정상에 서는 것은 시간문제일 게다. 우즈를 ‘골프황제’라는 호칭 대신 ‘불사조’라고 불러도 될 듯 싶다. 전설의 골퍼 샘 스니드(미국·2005년 사망)와 함께 PGA투어 82승을 기록 중인 우즈에게는 최다승 기록을 깨뜨려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우즈의 골프 인생은 그렇게 허망하게 끝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타이거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와 힘찬 포효를 보고 싶다. 그의 우승 소식을 기다리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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