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 첫 사의 “‘검수완박’에 권력층 수사 사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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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검사 사의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 밝혀라”
김오수 검찰총장 “민주당 검수완박, 헌법 정면 위반”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4-13 13:46:11

▲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13일 사직의사를 표하며 민주당이 4월 중 강행처리하기로 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실린 사직의 변을 남겼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4월 중 강행처리하기로 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검찰 내 집단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함께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수사했던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50·사법연수원 32기)가 13일 사의를 밝혔다. 검찰 구성원이 사직 의사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의 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이 부장검사는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으니, 아쉬움이 남아도 싶은 말이 하나 있습니다”라며 그는 앞서 20여년 동안 자신이 직접 수사팀 일원으로 참여했던 △2006년 론스타 사건 △2010년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2017년 삼성 노조 와해 사건 등을 언급했다.

경찰의 수사와 검찰의 수사지휘에도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가 어려웠단 것이다. 그는 “검찰 수사권을 없애버리면 당분간 금융·증권시장 교란행위, 대기업의 시장질서 문란행위, 최고위 권력층의 이권개입 등에 대한 수사는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검찰과 경찰 간의 관계에 대해 “경찰도 유능한 인재들로 구성돼 있음에도 서로 특징이 다르다”라며 “경찰이 지상전에 능한 육군, 해병대라면 검찰은 F-16을 모는 공군 같은 기능”이라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일단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고 그로 인한 공백은 장기적으로 논의하자고 한다’는 데 수십 년이 지나 경찰 수뇌부가 정치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수사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그 장기에 이르는 동안 제2의 국정원 선거 개입, 제2의 삼성그룹 불법 승계는 음지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부장검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에게 검수완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 주문했다. 문 대통령에게 이 부장검사는 ”일국의 사법제도를 통째로 바꾸어놓을 만한 정책 시도에 대해 국가수반인 대통령께서 입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윤 당선인에게는 ”상대방 입장에서 볼 때 진정성이 느껴질 만한 제도 개선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 김오수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히 박탈) 당론 채택과 관련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검수완박은 검사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직접수사권을 빼앗고 이를 신설되는 수사청으로 이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한다. 검사는 공소제기와 유지만 맡게 된다.

민주당은 전날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기 위한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검수완박’법안을 처리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취임하게 되면 검찰제도 개혁이라는 것은 사실상 5년 동안 물 건너가는 일”이라 한목소리를 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검수완박’ 입법 당론 채택에 대해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필사즉생의 각오로 입법을 막겠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검찰 연구관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검사회의를 열고, 검수완박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