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고 싶은 미미 <38> 아몬드 숲으로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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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아침 동화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4-27 09:10:00

“나는 우리 숲의 요정들과 여러 번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했어. 하지만 도무지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너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거야, 미미! 너의 도움이 필요해. 식물들은 우리 요정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두려워하기도 하지. 우리는 그들에게 신적인 존재이고 자연의 질서를 위해 가끔은 식물들에게 벌을 주기도 하거든.” 알프 요정이 심각하게 말했다.

“식물들도 벌을 받아요? 그건 좀 가혹한 거 같은데요?” “미미, 그런 일이 흔한 건 아니야.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식물들이 우릴 좀 무서워하긴 하지.” “그럼, 제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우선은 아몬드 숲으로 가야겠군요.” 미미는 정들었던 아몬드 숲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숲에 문제가 생겼는데 모르는 척 할 수는 없었다. “고마워, 미미! 백년의 동물이 도와주면 잘 해결이 될 것 같아.”

알프 요정은 미미를 위해 파랑새를 불러 주었다. 미소도 함께 가고 싶다고 졸라서 데리고 가기로 했다. 인간의 마을에 잡혀 들어갔던 미소는 이제 더 이상 철없는 장난꾸러기가 아니었다. 그들이 떠날 계획에 분주한 어느 날 아침, 오랜 만에 빅이 찾아왔다.

빅은 무슨 일로 그렇게 정신이 없느냐고 묻고는 자기도 아몬드 숲에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 이레니아 왕국의 원로로 자리 잡은 빅은 이제 더 이상 일개미가 아니었다. 이레니아 2세 여왕과 독대하며 왕국의 많은 일을 의논하는 중요한 인물이었다. “빅! 마음은 고맙지만 그래도 너는 왕국을 지키는 일에 전념해야 하지 않을까?”

“식물이 건강하고 동물들도 잘 지내는 게 우리 왕국에도 좋은 일이지, 여왕님은 내가 밖에서 무슨 활동을 해도 좋다고 이미 허락하셨거든!” 빅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빅은 강하고 현명하고 이지적인 개미지만 웃는 모습은 참으로 순박했다.

‘바로 저 미소가 빅의 매력이지.’ 미미는 잠시 처음 빅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때를 떠올렸다. ‘지금 이 모든 일은 빅을 만나면서 생긴 일이 아닐까!’ “그리고 나는 아몬드 숲이 너무 궁금해, 미미! 너의 친구인 수수와 소소, 너랑 친하다는 수수 형제랑 동고비 아줌마 가족도 보고 싶고.”

“그래, 너만 괜찮다면 나는 좋아! 너처럼 현명하고 크~은 개미랑 같이 가면 든든하지 뭐.” “큰 개미? 와하하하!” 빅이 커다랗게 웃어 제꼈다. “세상에 나보다 더 큰 개미는 없을 거야. 알아줘서 고마워, 미미.” 빅과 미미, 미소는 파랑새의 도움으로 다시 아몬드 숲으로 향했다.

아몬드 숲은 초록으로 빛나고 있었다. 초록의 잎들이 뿜어내는 생기가 숲에 가득했고, 그 안에서 모든 동물이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숲의 한 가운데 널찍한 터에 알프 요정과 수수 형제가 보였다. 파랑새가 지상에 가까워지자 숲의 식물들이 미미를 향해 손짓하며 반기는 게 보였다.

“미미, 반가워요! 미미, 사랑해요! 미미, 어서 와요!” 풀들이, 작은 나무와 큰 나무들이 미미를 향해 외치는 인사가 미미의 귀를 간지럽게 했다. 역시나 백년의 동물의 위력은 대단했다. 식물들은 요정들보다 미미를 더 편안하게 여겼다. 미미는 사방으로 손을 흔들며 숲으로 내려왔다.

그들의 환대는 한편으로는 황홀했지만 한편으로는 무거운 일이었다. ‘아, 이제 어쩌나? 내가 이 숲의 평화를 찾아줄 수 있을까?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미미는 가슴이 묵직해지는 걸 느꼈다. 수수 형제와 반가움의 포옹을 나누고 서둘러 알프 요정과 함께 사슴들이 사는 곳으로 향했다.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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