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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의 긴 터널을 지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됐다. 영업시간과 인원 제한 등도 폐지됐다.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이제까지 방역대책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던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의 생계 회복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자영업자들에게 직접 물어본 결과 확실히 거리두기 해제 이전과 비교해 매출 상승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업종의 경우 아직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이 부족하거나 바뀐 영업시간에 적응하지 못해 힘겨워 하는 매장도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시간·인원 제한 해제에 자영업자 반색… 억눌린 소비 심리 폭발 기대
거리두기 해제 후 첫 주말인 23일 저녁 서울의 한 번화가를 찾았다. 거리두기 해제를 맞아 야외로 나온 시민들로 거리가 가득 찼다.
거리에서 만난 직장인 박기훈(가명)씨는 “그동안 친구들이랑 만나려고 해도 인원에 신경을 써야 하고 영업시간 제한이 끝나면 헤어져야 해서 아쉬움이 많았다”며 “거리두기가 끝나면 날 잡아서 모여서 밤새도록 마시기로 했기 때문에 오늘 그 약속을 지킬 생각이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앞서 1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8일부터 운영시간, 사적 모임, 행사·집회 등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모두 해제한다고 밝혔다.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현행 기준을 유지하며 실내 취식 금지는 보다 안전한 취식 재개 방안 등을 위해 1주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5일부터 해제하기로 했다.
중대본은 거리두기 해제에 대해 “3월 3번째 주를 정점으로 감소세가 전환된 이후 3주간 확진자 감소세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점차 낮아져 의료체계 여력이 안정화돼 관리 범위 내에서 유행상황에 대응 중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대본측은 이어 “오미크론의 높은 전파력으로 거리두기의 유행억제 효과가 이전 델타 유행 시기에 비해 감소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지난해 12월 일상 회복 잠시 멈춤 이후 약 4개월간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어 국민 불편과 사회적 피로가 한계까지 누적돼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됨에 따라 그동안 방역 정책으로 매출이 줄었던 자영업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신한은행이 발간한 ‘2022년 보통사람 금융 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월평균 사업매출액은 2445만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보다 28%나 감소했다.
이에 비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의 대출액은 909조6000억원으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말(684조원)보다 32.8% 늘어난 수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돼 소비가 활성화되면 어려운 시기를 겪는 자영업자의 생계도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중대본 결정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들의 가장 큰 염원이었던 영업 제한 해제를 700만 소상공인을 대표해 적극 환영한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영업 제한 조치가 다시는 이 땅에 없어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해제가 오프라인 모임을 활성화해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제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억눌려 있는 소비 심리가 해방됐을 때 소비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하지 못하다가 할 수 있는 것이 명확하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며 “거리두기 제한으로 하지 못했던 모임이나 오프라인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부 업종은 매출 증가 체감 더뎌… 아르바이트생 부족 등 애로사항 속출
힘든 시기를 보내던 자영업자들의 얼굴에도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식당은 손님으로 가득 찼고 외부 테이블까지 손님들이 몰렸다. 거리두기 해제 이전에는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는 순간에도 오가는 손님이 거의 없을 정도로 썰렁한 적이 많았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거리두기 해제 첫 날에도 확실히 예전보다 다르다고 느꼈지만 주말이 되니 더 실감이 난다”며 “드디어 세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예전에는 식당이나 주점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2차나 3차로 노래방에 오는 손님들이 영업 제한 시간이 돼서 집에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영업 제한이 풀리고 인원 제한까지 풀리니까 손님을 더 받을 수 있다”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은 아니지만 조금만 더 지나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거리두기 해제의 수혜를 잘 느끼지 못하는 업종도 있었다. 이에 더해 거리두기 해제로 생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가게도 있어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일상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PC방 사장은 “거리두기를 해제한다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그만큼 손님이 늘어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오랜 시간 동안 야간 영업을 하지 못하다 보니 근무시스템도 다시 세워야 하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유흥업소 역시 거리두기 해제의 특수를 아직은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관계자는 “거리두기가 해제됐다고 해도 밤 12시만 지나도 거리에 사람이 없을 뿐 아니라 손님이 없는 업장이 많다”며 “늦은 시간에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든 것도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거리두기 해제 전에도 불법 업소들은 영업을 했기 때문에 손님들이 그쪽으로 가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매출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거리두기 해제로 영업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영업자들은 해당 시간에 근무할 아르바이트생 채용에도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알바천국 자료에 따르면 월별 채용 공고 수는 올해 거리두기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3월에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대비 무려 216.7%나 상승했다. 여기에 거리두기 해제 소식이 알려진 3월 5주차부터 4월 2주차까지 3주 연속으로 전주 대비 공고 수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나타내고 있다. 다만 갑작스럽게 아르바이트 수요가 증가하면서 일부 가게는 아르바이트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영업자는 “거리두기 해제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 알바생을 구하려고 했는데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여서 그런지 알바생을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며 “야간 영업을 안 한 지도 꽤 됐고, 야근에 익숙하지 못한 지원자도 많아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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