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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관련된 해외 뉴스를 종종 찾아본다. 한국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들이 그 속에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에서는 눈앞의 교육 문제뿐 아니라 교육을 통해 20년, 30년 뒤를 대비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지만 한국과 다른 것은 사회적 논의가 매우 뜨겁다는 점이다.
핀란드는 교육 강국으로 소문난 나라다. 그런데도 가장 학력이 높은 학교와 낮은 학교의 수준이 최대 2년의 격차를 보인다는 소식이다. 또한 중산층 이상이 학력 수준이 낮은 동네에서 빠져나와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모범국가인 핀란드가 이 정도이니까 다른 나라들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풍경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요즘 선진국들의 최대 관심사다. 가장 큰 흐름은 국가의 책무성 강화, 쉽게 말하면 단위 학교의 경쟁력 높이기다. 영국은 잉글랜드 지역의 모든 공립학교를 아카데미로 전환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아카데미는 교육부가 직접 관리하는 학교다. 과거 지자체가 관리하던 방식을 정부 주도로 바꾼다는 얘기다.
독일은 ‘학교가 강하게 만든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청소년들의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고 교육성과를 달성해야 할 장소는 역시 일선 학교임을 강조하는 구호다. 프랑스는 ‘미래 학교’라는 걸 새로 만들어 이런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주 단위에 맡겨져 있던 교육 자치에 연방 정부가 적극 개입한지 오래다. 교육 자치의 실력을 이제는 못 믿겠으니 정부가 나서 실적 미달의 학교를 강한 그립을 쥐고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정반대로 교육 자치를 강화하는 게 ‘만능 해결사’인 것처럼 떠받들고 있다. 어느 쪽이 맞는 걸까.
또 다른 흐름은 현 시점을 시대적 전환점으로 보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일본은 젊은 세대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으로 ‘초(超)스마트 사회 대응’ ‘새로운 가치 창조’ ‘대립과 모순을 극복하는 힘’을 선정하고 여기에 맞춰 교육을 펴 나가기로 했다. 핀란드는 미래의 핵심 역량으로 ‘디지털 플랫폼 활용’ ‘지식 평가 기술’ ‘상호 의사소통 기술’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지식 평가 기술’은 인터넷 공간에 나도는 정보의 비판적 평가 능력을 뜻한다.
결코 한가한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양대 과제인 ‘양극화’와 ‘성장 정체’에도 직간접으로 연관돼 있다. 양극화는 청소년들의 성장 단계에서부터 풀어나가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이대남 이대녀의 젠더 갈등만 해도 성장 정체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빚어낸 측면이 크다. 단기적인 대책도 필요하지만 선진국들이 저마다 고민하고 있는 교육 해법이 동반되지 않으면 대처가 불가능하다. 교육이야말로 멀어 보여도 빠른 해결책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논의들이 없는 건 아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고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교육의 본질적 역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멀찌감치 밀려나 버렸다는 점이다. 대신에 급식과 수업료를 무상으로 하느냐 마느냐, 지원금을 얼마나 주느냐 등 돈 얘기로 떠들썩하다. 그 출발점은 2010년부터 본격 시작된 교육감 직선제다. ‘잃어버린 12년’의 시작이었다.
교육감 직선제는 원래는 교육을 정치로부터 차단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주민 손으로 교육감을 뽑으면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지역 사정에 맞는 교육이 이뤄지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정반대의 현실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극단적인 교육의 정치화다.
교육감 직선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2008, 9년 즈음의 일이다. 서울 경기도 등에서 부분적으로 시행되다가 2010년부터 지방선거 안에 포함돼 전국적으로 치러졌다. 당시는 민주당이 모든 선거에서 판판이 지던 시절이었는데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라는 사람이 좌파 진영의 ‘구세주’로 등장했다. 무상급식 공약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교육 정치화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일반적인 유권자들은 선거 때 교육감 후보로 누가 나왔는지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 이런 판세에서 슬그머니 당선된 좌파 교육감들의 이념 성향을 따져 보면 좌파 중에서도 왼쪽으로 크게 치우쳐 있다. 전교조 출신이거나 대학 사회에서도 좌파 성향이 강한 교수들이었다. 교육감 선거는 어떤 선거든 30%대 득표율을 유지하는 좌파 지지층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 정도의 단단한 지지층만 있으면 ‘깜깜이 투표’에서 당선이 유력했다. 우파 후보들은 서로 내가 적임자라며 분열했다. 좌파 교육감은 2010년 선거에서 6명, 2014년 13명, 2018년 14명으로 갈수록 늘면서 교육계를 평정했다.
정치판에서는 민주당만 해도 중도를 의식하는 시늉이라도 한다. 중도층을 잡지 못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의 공약을 보면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 중도 쪽으로 수렴되는 경향을 보였다.
좌파 교육감들은 다르다. 교육감 자리를 자신들의 좌파 이념을 교육현장에서 실험해 보는 기회로 여긴다. 경쟁을 죄악시하고 민주와 인권을 유독 앞세운다. 공부 안 시키는 걸 최고의 교육으로 친다. 또 다른 속성은 패거리주의다. 교육감 자리에 오르면 학생이 아니라 이념을 위해, 또한 전교조를 위해 열심히 뛴다. 대통령이 무능하면 바로 정권 교체를 당하지만 ‘교육 대통령’이라는 교육감은 무풍지대다. 잘하는지 못 하는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까닭이다.
심각한 부작용이 줄을 잇고 있다. 교육당국이 손 놓고 있으니 학생과 학부모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사교육비가 증가하면서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학력이 양극화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여기에 더 불을 질렀다. 피해자는 서민층이다.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들이 늘고, 신분 상승의 사다리는 가물가물해진다.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비결이었던 교육경쟁력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만 앞길이 막막하다. 윤석열 새 정권에서도 인수위원 중에 교육전문가가 없어 ‘교육 홀대’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교육감 직선제부터 손봐야 한다. 일부 개선이 아니라 폐지가 답이다. 이 과제를 해결 못하면 대한민국 교육도, 나아가 대한민국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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