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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었던 ‘물적분할 제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적분할 후 모자(母子)회사 동시상장이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끼치는 만큼 주주권익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국도 물적분할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이를 완전히 금지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분할 자회사 상장 제한’ 尹 공약에 상장사들 IPO 서둘러
상장사의 물적분할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회사분할결정’(기재정정 제외)을 공시한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사는 총 15곳으로 드러났다. 유가증권시장 8곳, 코스닥 7곳이다. 작년 1분기(8곳)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공시 전체(26곳)를 놓고 봐도 이미 절반을 훌쩍 넘겼다.
이는 다음달 출범할 차기 정부가 물적 분할과 자회사 상장에 대해 규제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최근 일부 기업에서 핵심 신산업을 분할하는 결정을 하면서 주가가 하락해 많은 투자자가 허탈해하고 있다”면서 “기업의 미래를 보고 투자한 주주들을 보호하겠다”며 분할 자회사의 상장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물적분할 후 상장의 경우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물적분할은 모기업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주가 하락 요인으로 받아들여지는게 사실이다. 실제로 2월8일 물적분할을 공시한 LS일렉트릭의 주가는 다음날 10.21% 폭락했다. 이후 추락을 거듭하다가 같은 달 22일에는 52주 최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물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1월20일 공시한 세아베스틸지주도 13.83% 떨어졌다. 그밖에 코오롱인더(-5.02%), 삼일씨엔에스(-2.48%), DRB동일(-2.11%) 등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ESG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물적분할 이벤트가 발생한 20개 기업의 주가는 △공시일 기준 △분할기일 기준 △물적분할 후 신설법인의 매출액 비중의 규모 등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났다. 20개사의 주가는 공시일 1개월 후 평균 0.4%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2% 상승한 것에 비하면 오히려 하락한 셈이다.
분할 전 전체 매출액 대비 신설법인의 매출액 비중이 30% 이상 높은 경우에도 주가 하락 폭이 컸다. 신설법인 매출액 비중이 높은 하이브, 현대퓨처넷, 현대중공업지주 등은 관련 공시일 1개월 전 각각 4.8%, 17.8%, 4.3% 떨어졌다. 1개월 후에는 현대중공업지주, 두산, 만도 등이 각각 5.8%, 0.2%, 15.9% 하락했다.
주가에 악영향을 끼치는 만큼 주주권익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상희 한국ESG연구소 책임투자센터장은 “분할신설법인의 기업공개 여부에 따라서 판단할 수 있는 요소는 대규모 설비투자, 재무구조 개선의 필요성, 주주환원정책, 주주권 강화 등으로 주주권익 보호 측면에서 이 가운데 최소한 2개 이상은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센터장은 이어 “분할에 따른 주주권익 보호 차원에서 분할 안건에 대한 반대주주에게도 ‘주식매수청구권’ 부여가 필요하다”면서 “대규모 설비투자,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의 경영상 필요한 상황에서 물적분할이 불가피하게 이뤄지더라도 주주권익 훼손의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의 자기주식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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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오동훈 기자] ⓒ스카이데일리 |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10년간 17건에 그쳐… 동시상장 초점 맞춰야”
물적분할이 주가에 다양한 영향을 미쳐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일 ‘주식시장 공정성 제고를 위한 과제’라는 세미나에서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물적분할이 활용되는 경향이 존재하지만 다양한 목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보이는 물적분할도 존재하기에 물적분할과 주가 및 기업가치 변화는 중층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물적분할 목적이 ‘다른 목적 없음’인 사례는 142개(74.7%)로 과거(2010~2016년)보다 9개(11.1%p) 줄었다. 그 대신 구조조정, 투자유치, 기업회생, 매각, 지주화 등으로 목적이 다양해졌다. 물적분할 공시 악재도 단기적이었다. 분할 공시 효과를 누적초과수익률(CAR)로 측정했을 때 공시 10일 후 물적분할 기업은 -1.81%로 인적분할(0.74%)보다 낮았지만 분할 후 기업가치는 유의하게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남 연구위원은 물적분할 자회사보다 모자회사의 동시상장으로 논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10년간(2011~2021년)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은 17건으로 연평균 2건에도 미치지 못했다. 물적분할에서 신규 상장까지 소요되는 기간도 평균 4.4년으로 짧지 않았다. 반면 기존 상장기업의 지배를 받는 자회사의 신규 상장은 전체 788개 신규 상장기업 중 157개로 20% 내외를 차지했다. 연평균 13개씩 상장하는 수준이다.
이는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동시상장 모회사의 기업가치 비율은 자회사의 57%에 그쳤다. 물적분할 모회사도 자회사 기업가치의 55% 수준이었다. 실제로 LG화학의 경우 시가총액은 25일 기준 34조3079억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101조3220억원)의 33.9%에 불과하다. LG화학 주가는 분할기일 공시 전 대비 39.9% 빠진 상태다.
남 연구위원은 “물적분할에 대한 규제는 물적분할이 지배주주의 사적이익 도구로 남용되지 않도록 지배주주를 견제하고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물적분할로 이해충돌이 나타나는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경영진은 분할계획을 보다 상세히 주주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주주 간 이해충돌 해소 방안으로 주식매수청구권도 유력한 방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 연구위원은 특히 “신규 상장의 20%를 차지하는 동시상장 이슈에 대해서는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제고와 소액주주 보호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직접적 규제보다는 먼저 상장기업의 기업지배구조를 높이는 기존 노력에 무분별한 동시상장을 억제하는 조치가 추가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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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오동훈 기자] ⓒ스카이데일리 |
당국 “모기업 주주 피해 분명하나 해외이탈 우려 커”
한편 한국거래소(거래소)는 중복 상장 자체를 법으로 금지하는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물적분할과 모자회사 동시상장은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 활동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국가도 관련 규제를 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송영훈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동시상장을 금지할 경우 우량 자회사들은 해외 상장을 추진하는 등 한국시장을 떠날 수 있다. 굳이 국내에서 구박받으면서 상장할 이유는 없다”면서 “보기에 따라서 장점도 있을 수 있고 획일적으로 규제했을 때 해외이탈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동시상장 자체를 금지하는 것보다는 그 구조에서 생기는 이해상충 문제를 최소화하는 게 더 중요하고 현실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은 동시상장 자체를 상장적격성 없는 거부사유로 보지 않고 모자회사 간 이해상충 소지를 면밀히 살핀다. 이에 거래소도 질적심사 기준에서 경영독립성을 명시해 이해상충 소지를 엄중하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대표이사 겸직 금지, 사외이사의 독립적 운영, 주주 간 계약의 적합성, 계열사 부의 이전 등이 대표적이다.
송 상무는 “신설된 자회사의 경우 경영조직이 독자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 경영조직의 독자적 운영을 굉장히 타이트하게 확인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글로벌 시장과 동일하게 이해상충 위주로 봐서 심사가 엄격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시장에 있지만 이해상충 부분은 심사에서 거래소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주안점”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윤 당선인의 공약을 국정과제로 구체화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데 힘을 쏟고 있는 상태다.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는 지나친 사전규제는 지양하되 소액주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기업 경영의 자율성과 경영상 필요에 의해 어떤 형태의 기업구조를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좋지 않은 규제 유형이라는 것에 깊이 공감한다”며 “물적분할 후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이 있을 수 있고 물적분할 결정 과정에서 소외된 주주에 대해 이해관계 조정차원에서 엑시트(투자회수)를 보장하는 장치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유의미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지난달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통해 물적분할 등 기업 소유구조를 변경할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합의안을 받도록 했다. 여기에 더해 추가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소액주주의 권리가주주에 비해 경시되고 실질적 보호가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관계부처 협의와 해외사례 등을 참고해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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