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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러시아 침공 여파

전쟁 불똥에 등 터지는 빈국… 생필품값 뛰어 민심 흉흉

우크라이나 올봄 곡물 파종 면적 지난해의 절반

전쟁 여파 세계 밥상 물가 고공행진 비상

IMF, 세계 경제 성장률 일제히 하락 전망

기사입력 2022-04-27 00:07:45

▲ 6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정부 소속 의사들이 콜롬보에 있는 국립병원 인근에서 반정부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대가 들고 있는 손팻말에는 의약품 부족’ 의료 서비스 위기라고 쓰여 있다. [사진=뉴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밥상물가가 껑충 뛰고 에너지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탓에 글로벌 공급망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서 선진국에 비해 경제회복이 느렸던 신흥국들에 더 큰 타격이 가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일부 국가는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하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이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한국도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권에 이미 진입한 상태다. 관세청은 올해 2월 곡물 수입량이 1964000t, 수입액은 75800만달러(94939500만원)로 집계했다. 1t당 평균 가격은 386달러로, 지난해 2(306달러)에 비해 26% 치솟았다.
 
지난달 22(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의 올봄 곡물 파종 면적이 러시아 침공 이전에는 1500(헥타르)로 예상됐으나 침공 여파로 700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올봄 곡물 파종 면적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전쟁으로 인해 폭등한 곡물 가격이 내년에도 고공 행진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전 세계에 식량 위기를 부를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농업부는 올봄 곡물 파종 면적이 지난해의 절반에 그칠 것이라며, 옥수수 파종 면적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입국인 중동지역 국가들이 안정적인 곡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전쟁 여파로 세계 밥상 물가 비상
 
▲ 가팔라지는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은 신흥국들의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그림은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이집트는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이다. 이집트인들의 주식은 넓적하고 속이 비어있는 발라디라는 이름의 빵이다. 인구 1200만명 중 7000만명은 정부의 식료품 보조금 혜택을 받고 있다. 무스타파 마드불리 총리는 2월에 밀 비축량이 4개월치이고, 3월 중순 자국 밀이 수확되면 비축량은 9개월치로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이집트는 빵값 보조금 예산을 러시아 침공 이전보다 10억달러(1조2492억원) 늘렸다.
 
무스타파 총리는 지난달 21일 이집트의 빵 가격을 동결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일반 빵 가격을 1kg11.5 이집트 파운드(764)로 고정한 것으로, 시중 빵 가격이 25%가량 치솟자 내놓은 대책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6일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밀은 1t392.88달러였다. 2월 평균인 296달러와 비교하면 32.7%, 2021년 평균인 258달러와 비교해도 52.3%나 급등한 수치다.
 
과거 이집트에서는 1977년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 정부가 식료품 보조금을 끊자 빵 봉기가 일어났다. 당시 70여명이 죽고, 1000여명이 다쳤다. 또 2011아랍의 봄혁명은 식료품값 폭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경제 전문가 닐스 그레이엄은 식료품값 폭등이 아랍의 봄 때보다 더 심각하다면서 밀 공급의 8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해온 이집트의 경우 정부 지출이 전쟁 때문에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집트 정부는 빵 가격에 대한 이집인들의 민감함을 의식해 1980년대, 1990년대 식료품에 대한 정부 보조금 규모를 축소했으나 빵 가격만은 올리지 않고 빵의 중량을 낮추는 방식을 취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줄면서 서민들의 삶이 타격을 받은 가운데 국제 곡물 가격과 유가 상승으로 빵 등 생필품의 가격이 오르면서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 이집트의 3월 물가 상승률은 12%를 넘어섰다
 
레바논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레바논 세관 통계를 보면 2020년 기준 전체 밀 수입량의 80%는 우크라이나에서, 15%는 러시아에서 왔다. 지난달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3월 초부터 레바논의 마트에서는 무분별한 사재기로 밀가루가 자취를 감췄다. 빵 가격은 70%나 올랐고 레바논의 밀 가격은 전년 대비 67%가량 상승했다. 레바논의 돈의 가치는 2년 사이에 10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해 다른 나라에서 물건 사오기도 힘들어진 상황이다. 7FT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경제난을 겪고 있는 중동국가 레바논에 3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코로나19로 관광산업이 무너지면서 레바논 인구의 80%가 빈곤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는 매달 2000만달러의 밀 구입 보조금을 지출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레바논 경제장관은 지난달 트위터에 밀 배급제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식량 위기가 점차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글로벌 식량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밀 의존도가 높은 중동지역은 식량 안보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일각에선 2008년 밀가루값 폭등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2010아랍의 봄사태가 재연될 조짐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마저 들린다.
 
▲ 21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콜롬보의 대통령 집무실 밖 시위 현장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퇴진을 상징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도양의 섬나라이자 실론티로 유명한 스리랑카도 경제난에 휘청거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2(현지시간) 스리랑카가 결국 디폴트(채무 불이행)선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외화 부족으로 졸지에 국가 부도상태로 빠져든 스리랑카는 시위의 물결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성난 민심을 반영하듯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 등 원자재 부족에서 비롯된 단전대중교통 마비에 물가 폭등까지 겹치면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스리랑카가 이토록 심각한 경제난에 빠진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리랑카는 전통적으로 관광 산업에 의존해온 국가였다. 하지만 2019년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부활절 연쇄 폭발 테러와 다음해 이어진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여행-관광 산업이 엄청난 타격을 받으면서 재정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식량·의약품·에너지 등 필수품 가격이 급등해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되게 됐다.
 
스리랑카는 현재 필수품인 식료품, 연료, 의약품 등도 제대로 수입하지 못하고 있다. 외화가 없어 석탄과 석유를 사지 못해 화력발전소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게 되면서 전국적으로 매일 지역별 시간제 단전 조치를 하고 있다. 주민들은 하루 13시간씩 전기 없이 생활하며 돈이 있어도 연료를 구할 수 없고 병원은 물론 교통 신호등도 제대로 가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3월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이상 뛰었고, 식료품 가격도 30% 이상 폭등해 민심이 들끓었다. 반면 스리랑카 화폐인 루피화의 가치도 급락했다. 이로 인해 정부가 분유, 설탕, 렌틸콩, 쌀 등 필수품을 배급하는 실정에 이르고 있다.
 
▲ 파키스탄 신임 총리에 펀자브 주총리를 지낸 야권 지도자 셰바즈 샤리프(70)가 11일(현지시간) 선출됐다. 임란 칸 전 총리가 축출된 지 하루만이다. [사진=뉴시스]
 
세계에서 5번째 인구 대국(22500만명)인 남아시아의 파키스탄도 심각한 경제난으로 의회가 총리를 퇴출하는 등 한바탕 내홍을 겪었다. 스리랑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경제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자 물가상승과 고금리로 민심이반이 일어난 것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11%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중앙은행은 7일 기준금리를 2.5%p 끌어올려 12.25%로 인상했다. 외환보유고도 4162억달러에서 7113억달러로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파키스탄은 IMF의 구제금융지원을 다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은 20197IMF로부터 6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했지만, 조건 준수 미이행으로 최근까지 절반인 누적 30억달러만 받은 상태다.
 
10일 로이터 통신은 파키스탄 하원 의회가 임란 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했다고 보도했다. 20188월부터 집권한 칸 총리의 연립정부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에너지 위기를 포함한 많은 경제난을 이유로 38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칸 총리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11일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축출된 지 하루만에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N) 총재가 파키스탄 의회 투표에서 전체 342석 중 174석의 찬성표를 얻어 새 총리로 선출됐다고 전했다. 샤리프 신임 총리는 선출 직후 의회 연설에서 경제 재건에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 3월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한 반정부 시위자가 “대통령 축출”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남미 페루도 비슷한 상황이다. 물가가 크게 오르며 이에 반발하는 시위가 지난달부터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취임 9개월이 채 안 된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펼쳐지고 있고 세계적 관광지 마추픽추를 잇는 열차운행이 중단됐다.
 
EFE 통신은 9일 페루 수도 리마에서 시위대가 부패한 카스티요는 물러나라” “카스티요 퇴진등의 구호를 외치며 도심 거리를 행진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9일 쿠스코지역 파업으로 마추픽추로 가는 열차를 운행하는 페루레일과 잉카레일이 전날 열차운행을 일시 중단했다. 쿠스코 지역 노동자와 농민 등이 물가 상승에 항의하기 위해 48시간 파업을 시작한 탓이다. 쿠스코관광청은 이번 파업에 대한 경제적 손실을 1억솔(330억원)로 추산했다.
 
지난달 페루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82%에 달했다. 19988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밀가루와 달걀 등 필수 식료품에 소비세를 면제하고 유류세를 낮추는 정책을 취했지만 뚜렷한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시위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시민들은 정부에 수도, 전기, 가스요금을 낮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쟁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 하락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신흥국이 경제난에 더 취약한 건 맞지만 지금 세계 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다 좋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 10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원자재 가격을 상승시키고 실질 소득과 실물 경제는 물론 재정 상황과 기업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전 세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전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유가와 천연가스의 가격 부담이 가중되면서 많은 국가의 재정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인플레이션 상승으로 긴축재정 조치가 더 빠르게 취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신흥시장의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기업 신뢰도 하락과 긴축 상황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어려움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IMF19전쟁으로 퇴보한 세계 경제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마비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세계 경제 침체를 전망했다. 올해 물가는 선진국이 5.7%, 신흥국은 8.7% 오를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4%.
 
보고서는 금리 인상, 재정 지출 축소 등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대응책과 함께 중국 경제의 추가 둔화와 코로나 추가 확산 가능성 등 경기가 나빠질 요인만 줄줄이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전체 성장률이 3.6%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 예상 성장률은 그보다 더 낮은 2.5%였다.
 

 [임한상 기자 / hsr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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