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갈라파고스 섬, 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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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한국 정치의 갈라파고스 섬, 여의도

검사에게 부여된 수사권은 권한이 아닌 책임과 의무
검수완박 강행은 국헌 문란 행위이자 국민 향한 도발
민주당은 대한민국 헌법 부정 집단으로 남을 것인가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4-29 09:00:54

‘갈라파고스 현상’이란 바깥세상과 단절되고 고립되어 스스로 도태하는 현상으로 말하는 경제학 용어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가운데 있는 섬, 여의도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갈라파고스 섬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무려 2년이 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겨우 끝나갈 무렵 온 세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기된 원자재, 농수산물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 위협으로 최악의 상황이다.

그럼에도 여의도에 있는 정치인들, 특히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국가적 재난 상황을 극복할 계획 마련은 소홀히 하면서도 오직 정치적 목적의 ‘검수완박’으로 온 국민을 혼동 속에 빠뜨려 놓았다. 소수의 민변 출신 강성 좌파들에게 장악당한 민주당의 이러한 망국적 행위는 한마디로 말해 ‘국민을 향한 도발’이다.

과연 일반 국민들이 평생 살아가면서 검사를 직접 만날 볼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필자 역시 지난 50년간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경찰은 매일 수 차례 마주치게 된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역설적으로 국민의 일상과 밀접한 경찰 조직에 치안 이외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면 법 집행의 균형이 무너져 사회주의적 통제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 시점에서 검수완박을 가장 반대해야 할 집단은 다름 아닌 스스로 감당할 수도 없는 복잡한 사건들을 떠맡게 될 경찰의 실무 부서들이다.

지난 주 금요일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문’에 사인을 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6대 중대범죄 가운데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즉각 삭제하고 ‘부패, 경제사범’만을 검찰이 수사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발표와 동시에 그 합의내용의 문제점으로 법조계와 학계는 물론 국민 여론까지 악화되고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최근 4개 여론 조사기관의 공동 조사결과(4.18~20)에 따르면 검수완박 찬성은 39%에 불과하며 반대는 50%에 이르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대선결과를 고려 시 중도층 조차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당선인 본인은 물론 그의 복심과도 같은 인물로 새 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한동훈 역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대내외적으로 압박이 들어오자 국민의힘은 25일 최고위 회의를 개최하고 여야 합의를 파기하고 국민 정서를 반영하여 ‘공직자, 선거범죄, 부패, 경제사범에 대한 수사권’을 검찰에 남기는 신규 협의안을 마련했다.

반면 민주당 측은 자신들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25일 저녁 국회 법사위 법안 1소위를 열고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심사를 재개했고 법을 관장한다는 법사위가 ‘탈당 및 무소속 위원이라는 편법’을 동원하여 26일 자정을 넘겨 법사위 소위, 안건조정위, 전체회의를 모두 통과시켰다. 금명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여 강행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 할 그들의 저의는 과연 무엇일까?

사실 원안이든 조정안이든 본질적으로 가장 큰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대로 한국형 FBI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만들어 중대범죄의 수사를 이관하게 된다면 비록 검찰청은 주요 권한을 상실하게 되더라도 검사 인력의 대규모 파견 및 이직을 통해 당초 검사들의 권한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치는 인사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향후 중수청 수사 인력의 임용방식일 것이다. 현 정부가 검찰의 임무를 축소시키기 위해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역시 우수 검사들이 기피하게 되자 수사 및 기소 경험이 없거나 턱없이 부족한 민변 출신이나 일반 변호사들을 모집한 결과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수청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결국 그들의 궁극적 목적은 비제도권에 있던 민변 출신들로 하여금 중수청을 장악하고 오직 대한민국의 검찰 시스템을 무력화시킨다고 좌경화 목적을 달성할 뿐이다.

무엇보다도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검사에게 부여된 수사라는 임무는 ‘권한이 아닌 의무’라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195조에 따르면 ‘검사는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 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수사권은 검사 개개인의 권한이 아니라 ‘검사의 책임과 의무’라고 못박고 있다. 또한 헌법 제89조, 제12조, 제16조에서는 ‘검찰총장을 수장으로 하는 검찰을 수사와 소추의 주체로 설정’하고 있다. 결국 검수완박은 민변 출신이 주도하는 ‘헌정문란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공화정을 기반으로 건국된 법치국가이자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그리고 최고 상위법은 헌법이다. 헌법 제87조, 제91조에 따라 헌법,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행위는 ‘국헌문란’ 행위에 해당되며 이는 곧 내란죄에 해당될 중차대한 사안이다.

지금 여의도라는 ‘갈라파고스’에서 헌법정신을 잊은 채 이 사태를 벌이고 있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아니면 땅속에 머리를 박은 타조처럼 그것조차 외면하고 싶은 것일까?

향후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건전한 제1야당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반(反)대한민국 좌경단체로 남을 것인가? 586 세력 및 민변 출신 정치인들의 손아귀에서 탈출하여 상식을 갖춘 입법기관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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